애드센스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MLB스코프] 마이크 트라웃 시즌 포기할까(07.14)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7. 14. 00:10

본문

728x90

마이크 트라웃

 

 

개막은 정해졌다.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합의는 없었지만, 커미셔너 직권으로 시즌을 강행하게 됐다. 개막일은 724일 혹은 25일이다.

 

선수들은 시즌 준비를 위해 다시 훈련장에 모였다.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을 놓칠 것으로 예상됐던 선수들도 개막이 늦어지면서 공백 없이 합류했다. 스프링캠프가 서머캠프로 바뀌었지만 선수들은 큰 동요 없이 차분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심각하다. 확진세도 진정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공포가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 개막이 본격화되자 각 팀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찰리 블랙몬을 시작으로, 토미 팸, D J 르메이휴, 미겔 사노, 살바도르 페레스, 프레디 프리먼 등 유명 선수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필라델피아는 선수 7명과 구단 관계자 5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스캇 킹거리, 헥터 네리스 포함). 지난 토요일,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총 318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1.2%에 해당하는 38(선수 31)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전해졌다(NBA 5.3%).

 

감춰진 지뢰가 폭발하면서 개막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부류가 늘어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막을 밀어붙이는 것이 너무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선수들의 감염 소식은 사태 심각성을 체감하게 해줬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이 시즌 참여 여부와 관련해 옵트아웃 권리를 가지고 있다.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자유롭게 시즌 불참을 택할 수 있다. 이들은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연봉과 서비스타임이 보전된다. 반면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더라도 개인 의지로 시즌을 포기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연봉과 서비스타임을 보장받지 못한다(CBS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가족이 고위험군이면 이 사안은 각 팀 재량에 맡긴다고 한다).

 

가장 먼저 이 권리를 행사한 선수는 애리조나 마이크 리크다. 리크는 에이전트를 통해 이번 시즌 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가족들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이로 인해 리크는 연봉 약 560만 달러(60경기 환산)가 사라졌다.

 

리크가 신호탄을 쏘아올린 불참 선언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은 라이언 짐머맨과 조 로스, 웰링턴 카스티요가 올 시즌에 임하지 않는다. 짐머맨(35)1년 계약을 맺었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콜로라도는 이안 데스몬드가 올 시즌 돌아오지 않는다. 데스몬드는 인종차별 논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 로스의 형, 타이슨 로스도 동생과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다저스는 지난 겨울 데려온 데이빗 프라이스가 내년을 기약했다. 애틀랜타에서 재기를 노린 펠릭스 에르난데스도 이번 시즌을 접는다. 아직 확실하게 마음을 굳히진 않았지만 버스터 포지도 거취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또 한 명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선수가 바로 마이크 트라웃(28)이다. 평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트라웃이 시즌에 의구심을 보이면서 리그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10년차를 맞이하는 트라웃은 명실상부 최고의 선수다. 지난 시즌 지간신경종 수술로 134경기만을 뛰었지만, 통산 3번째 MVP 수상에 성공했다(.291 .438 .645 45홈런). 27세 시즌까지 통산 승리기여도(bWAR) 72.8은 역대 타자 1(투수 1위 월터 존슨 82.0). 트라웃은 이미 토니 그윈(69.2) 에디 머리(68.7) 라인 샌버그(68.0) 크렉 비지오(65.5) 같은 명예의 전당 선수들의 통산 승리기여도를 넘어섰다.

 

27세 시즌까지 승리기여도 순위

 

72.8 : 마이크 트라웃

 

68.9 : 타이 콥

 

67.9 : 미키 맨틀

 

63.7 : 로저스 혼스비

 

63.6 : 알렉스 로드리게스

 

61.6 : 지미 팍스

 

60.2 : 멜 오트

 

59.2 : 켄 그리피 주니어

 

56.2 : 행크 애런

 

경기 수는 확 줄어도 트라웃의 60경기 시즌은 눈부실 것으로 전망됐다. mlb.com 데이빗 애들러는 트라웃이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2012년부터 성적을 기반으로, 그가 '평균적인' 60경기 시즌을 보냈을 때 성적을 아래와 같이 내다봤다.

 

 : 15

 

 : 10

 

 : 38

 

 : 46

 

 : 0.308

 

출루율 : 0.424

 

장타율 : 0.588

 

불타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한 성적(팬그래프 예상 .296 .439 .614 17홈런 6도루). 이 정도면 다른 선수들은 사활을 걸어야 낼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트라웃이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 성적이다. 애들러는 각 항목별로 트라웃이 가장 좋았던 60경기 구간을 추려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도 살펴봤다.

 

 : 27

 

 : 29

 

 : 62

 

 : 69

 

 : 0.385

 

출루율 : 0.511

 

장타율 : 0.756

 

트라웃이 불타오르면 보고도 믿기 힘든 성적을 올린다. 홈런 도루 타점 득점은 보통 선수들이 162경기를 소화한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다. 풀타임 시즌을 미처 보지 못한 미련은 남겠지만, 우리는 트라웃이 시즌 내내 전력을 다하면 어떤 선수가 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트라웃 팀 첫 60경기 성적 변화

 

13 : .293 .366 .533 10홈런 38타점 13도루

 

14 : .294 .377 .551 11홈런 39타점 06도루

 

15 : .292 .376 .571 17홈런 36타점 08도루

 

16 : .308 .411 .552 13홈런 43타점 09도루

 

17 : .337 .461 .742 16홈런 36타점 10도루

 

18 : .308 .443 .678 19홈런 37타점 13도루

 

19 : .298 .464 .596 14홈런 37타점 07도루

 

 

트라웃이 시즌을 주저하는 이유는 아내 제시카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오는 8월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아내와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아내를 지켜주지 못하는 점도 트라웃을 괴롭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캠프에 합류한 트라웃은 이 문제를 두고 매일 아내와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트라웃이 시즌 불참을 선언하면 여느 선수들보다 파장이 클 것이다. 가뜩이나 정통성을 지적받는 60경기 시즌이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가 이탈하게 되면서 의미가 더 약해질 것이다. 그리고 트라웃마저 시즌을 뒤로 함으로 인해 눈치싸움을 했던 후발 주자들이 급증할 수 있다. 이 현상은 리그 수준과 직결된다.

 

트라웃의 커리어가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통산 285홈런 200도루를 달성한 트라웃은 300홈런에 불과 15개를 남겨뒀다. 앞서 언급했던 평균 기량만 유지해도 달성할 수 있다. 28세 시즌까지 통산 300홈런 200도루를 해낸 선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밖에 없다. 그런데 로드리게스의 기록은 가치가 떨어진 지 오래다.

 

트라웃이 빠지면 무엇보다 손해가 막심한 쪽은 에인절스다. 에인절스는 혼란스러운 시즌을 파고들어 내심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162경기 체제에서 15.6%였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60경기로 바뀐 후 28.4%로 상승했다(팬그래프닷컴). 전력이 막강한 휴스턴 다저스와 많이 맞붙는 일정은 부담스럽지만, 앤서니 렌돈의 가세로 타선은 이 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토미존 수술에서 회복한 오타니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초반 흐름만 잘 타면 깜짝 반전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팀이다.

 

하지만 트라웃이 시즌을 포기하면 에인절스의 희망도 물거품이 된다. 전력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사기도 꺾인다. 그렇다고 트라웃에게 강요할 수 없는 에인절스로선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트라웃은 모두에게 힘든 시즌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연락한 모든 선수들이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선수들 사이에서는 싸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이제 그들은 트라웃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