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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시미언, 더 큰 꿈을 꾸다(03.04)- 전문가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3. 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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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시미언

 

 

작년 917일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 캔자스시티의 경기. 이 날 오클랜드 레전드 리키 헨더슨은 홈플레이트 뒤편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구단 특별 고문을 역임하고 있는 헨더슨은 평소에도 자주 구장을 방문했다. 그래서 마커스 시미언(29)은 딱히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첫 타석 안타를 치고 나간 시미언은 두 번째 타석에서 패스트볼을 밀어쳐서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시미언의 시즌 31호 홈런. 또한 시미언이 1번 타순에서 친 29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이로써 시미언은 이 부문 팀 최다기록을 보유한 1990년 리키 헨더슨(28홈런)을 넘어섰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미언은 "헨더슨과 관련된 것은 늘 특별하다"고 말했다. 시미언은 헨더슨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자는 마이크 트라웃(28)이었다. 트라웃은 오른발 지간신경종 수술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지만, 결장한 28경기보다 출장한 134경기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291 .438 .645 45홈런). 이때문에 트라웃보다 건강했던 알렉스 브레그먼(25)MVP 2위로 만족했는데(.296 .423 .592 41홈런) 되돌아보니 브레그먼이 MVP를 타지 못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트라웃과 브레그먼은 아메리칸리그 승리기여도 1,2위에 올랐다(fWAR 트라웃 8.6, 브레그먼 8.5). 늘 폭발했던 트라웃, '어떤 이유에서인지' 폭발 조짐이 있었던 브레그먼이 이러한 성적을 기록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미언이 이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로 거듭난 것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지난해 시미언은 트라웃과 브레그먼 다음으로 높은 승리기여도를 올린 아메리칸리그 선수였다(7.6). 그리고 오클랜드 역대 유격수 기록도 새롭게 경신했다.

 

오클랜드 유격수 단일 시즌 fWAR

 

7.6 : 마커스 시미언(2019)

 

7.0 : 에디 유스트(1949)

 

6.3 : 에디 유스트(1951)

 

6.0 : 버트 캄파네리스(1968)

 

5.6 : 버트 캄파네리스(1970)

 

2013년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시미언은 이듬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로 넘어왔다(오클랜드가 내준 선수 중 한 명은 제프 사마자였다). 화이트삭스는 시미언이 주전으로 성장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시미언을 데려온 빌리 빈 단장의 생각은 달랐다. 빈은 시미언이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판단했다(시미언 마이너리그 출루율 2013137경기 0.401, 201483경기 0.380). 이에 2015시즌 곧바로 시미언을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시미언은 순조롭게 적응했다. 42경기 성적은 .309 .352 .497로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빈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시미언이 범한 실책이 16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빈은 선수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에게 도움을 청했다. 과거 에릭 차베스도 그의 지도 아래 6년 연속 골드글러브(2001-06)를 휩쓴 적이 있었다(차베스는 골드글러브 중 하나를 그에게 선물했다).

 

집에서 빈의 전화를 받은 그는 처음에 전화가 끊어지자 잘못 걸려온 줄 알았다. 그의 아내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전화가 오더니 다짜고짜 "집에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우리 팀에 당신이 필요한 선수가 있습니다. 아마 당신도 이 선수가 필요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빈이 황급히 찾은 인물은 2014시즌 후반까지 텍사스 감독을 맡았던 론 워싱턴이었다(NBC BAYAREA).

 

빈의 부탁을 받은 워싱턴은 시미언에 대해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유격수로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럴수록 워싱턴은 더 호기심이 생겼다. 우선 시미언의 속마음부터 살폈다. 시미언은 유격수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시미언의 의지를 확인한 워싱턴은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했다. 평평한 플랫글러브로 포구의 기본부터 익혔던 시미언도 워싱턴의 가르침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받아들였다(워싱턴은 밥 멜빈 감독의 배려 덕분에 시미언을 밀착 지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5시즌 실책 35개를 저지른 시미언은 점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6시즌 21실책, 2018시즌 20실책에 이어 지난 시즌에는 실책을 12개까지 줄였다(2017시즌은 손목 부상으로 85경기 출장). 2015년 수비율이 유격수 최하위(0.947)였던 시미언은 지난해 전체 3, 리그 1위까지 올랐다(0.981). 참고로 시미언은 지난해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한 유격수다(1435이닝).

 

2018-19AL 유격수 DRS 순위

 

35 : 안드렐턴 시몬스

 

23 : 프란시스코 린도어

 

14 : 마커스 시미언

 

13 : 아달베르토 몬데시

 

12 : 윌리 아다메스

 

물론 시미언의 수비가 완벽해진 것은 아니다. 시미언은 최신 수비 지표인 OAA(Outs Above Average)에서 여전히 마이너스 수치였다(2017-5, 2018-3, 2019-4). 성공률 50% 이상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34번이나 됐다(42이닝당 1).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39) 브랜든 크로포드(38) 아메드 로사리오(35) 다음으로 많았는데, 이처럼 수비에서 잔실수는 아직까지 종종 나왔다.

 

하지만 시미언은 불과 몇 년 전 포지션 변경을 고려한 선수였다. 유격수에 안착한 것만으로도 눈부신 성과였다. 달라진 수비력은 시미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시미언은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수비에서 안정을 찾은 시미언은 타격에 몰두하는 시간을 늘렸다.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를 접목한 이론도 적극 수용했다. 시미언은 개인에게 적합한 타구속도와 발사각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체격 조건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던 시미언(183cm 88kg)은 애런 저지나 지안카를로 스탠튼처럼 엄청난 타구속도를 생산하지는 못했다. 시미언은 이 한계를 인정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이상적인 발사각도만 만들어내면 홈런이 될 타구는 담장을 넘어갈 것으로 여겼다.

 

좋은 타구를 생산하려면 욕심을 버려야 했다. 데뷔 초 시미언은 대표적인 프리스윙어였다. 눈에 들어오면 일단 휘두르고 봤다. 시미언은 이 습관을 고치기로 했다. 섣불리 방망이를 내지 않고 가급적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동시에 순간적인 대응을 빨리 하기 위해 기존에 쓰던 방망이보다 작고 가벼운 방망이로 바꿨다.

 

시미언의 변신은 반전을 불러왔다. 접근법을 달리한 시미언은 더 이상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 아웃존 스윙 비율이 가장 낮은 타자 중 한 명이 됐다. 2015-18년 볼넷률이 8.3%였던 시미언은 지난해 볼넷율을 11.6%로 끌어올렸다. 대신 21.1%의 삼진율을 13.7%로 떨어뜨려 타석에서 마주하기 싫은 타자가 됐다. 선구안이 까다로워진 시미언은 노린 공은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모든 공격 지표에서 개인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285 .369 .522 33홈런 92타점 123득점 187안타).

 

규정타석 아웃존 스윙 비율 최저 (%)

 

15.8 : 알렉스 브레그먼

 

16.5 : 토미 팸

 

17.8 : 카를로스 산타나

 

17.9 : 마이크 트라웃

 

18.4 : 조이 보토

 

18.7 : 무키 베츠

19.2 : 마커스 시미언

 

시미언 조정득점생산력(wRC+)

 

2015 : 097

 

2016 : 098

 

2017 : 097

 

2018 : 096

 

2019 : 137

 

시미언은 풀카운트 승부를 강조했다. 투수와 타자가 모두 힘을 쏟아부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시미언은 "대다수 타자들은 풀카운트에서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에 당한다. 나는 차라리 지켜본 뒤 볼넷을 얻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시미언은 2018년 풀카운트 상황에서 성적이 .154 .358 .231로 형편없었다. 그러나 타석에서 신중해질 것을 다짐한 지난 시즌에는 .235 .500 .482로 정말 뛰어난 출루율을 자랑했다. OPS 0.982는 아메리칸리그 8위에 해당했다.

 

AL 풀카운트 OPS 순위 (100타석)

 

1.240 : 무키 베츠

 

1.122 : 마이크 트라웃

 

1.116 : 트레이 맨시니

 

1.054 : 조지 스프링어

 

1.037 : 잰더 보가츠

 

0.987 : 맷 올슨

 

0.982 : 마커스 시미언

 

대개 감독들은 소속팀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면 인터뷰를 통해 MVP 후보로 추천한다. 지난해 멜빈이 시즌 후반 가장 많이 언급한 선수는 단연 시미언이었다. 멜빈은 시미언에게 어느 잣대를 들이대도 부족한 점이 없다고 칭찬했다. 특히 전 경기 출장을 해내고 있는 강인함을 높이 샀다. 멜빈은 "시미언처럼 다방면으로 기여도가 높은 선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시미언의 MVP를 지지했다. 비록 MVP는 놓쳤지만, 한 번도 표를 받은 적이 없던 선수가 최종 후보까지 오른 것은 수상만큼 값진 결과였다.

 

전환점을 맞이한 시미언은 다시 MVP에 도전한다. 그러고 보니 30년 전 아메리칸리그 MVP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리키 헨더슨(오클랜드)이었다. 과연 시미언은 지난해 못 다 이룬 꿈을 펼칠 수 있을까. 참고로 시미언은 올 시즌 이후 FA가 된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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