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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리노 아웃, 긴장하는 양키스(03.05)- 전문가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3. 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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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세베리노 투수

 

 

지난해 뉴욕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103승 시즌을 만들어냈다. 2년 연속 100승 시즌은 2002-04년 이후 처음이었다. (사진 세베리노)

 

양키스가 거둔 성적은 기적이었다. 양키스는 시즌 개막 후 매우 빠른 속도로 부상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 주축 선수들은 줄줄이 이탈했고, 그들을 대신하는 선수들도 쓰러졌다. 제임스 팩스턴(무릎)과 미겔 안두하(어깨)의 부상이 연달아 발생한 5월 중순에는 <팬그래프> 기대 승수가 시즌 최소인 93승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양키스는 각기 다른 30명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16년 다저스의 28명을 넘어서는 단일 시즌 기록이었다. 부상자 명단을 39차례나 활용한 양키스는 부상 선수들이 머무른 총 일수도 2433일에 이르렀다. <스포트랙>에 의하면 양키스가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선수들에게 쓴 돈은 92811905달러다(2위 메츠 50821059달러). 보험을 통해 피해는 최대한 줄였겠지만 속은 쓰릴 수밖에 없었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부상자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았다. 캐시먼은 한 선수가 단기간에 또 다른 부상을 당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재활 과정에서 어떤 문제나 실수가 있었는지 살펴볼 것을 예고. 캐시먼은 시즌이 끝나자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이 작업을 'CSI:The Bronx'라고 불렀다).

 

이전 시즌보다 10명이 더 늘어난 부상자. 캐시먼은 시스템을 관리하는 조직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팀의 스트렝스&컨디셔닝(strength & conditioning) 담당자 맷 클라우스를 해고했다. 2014년부터 양키스와 함께한 클라우스는 아직 계약 기간이 2년 더 남은 상태였다. 클라우스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팀 수석 트레이너 스티브 도노도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4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도노휴를 좌천시킨 것은 그만큼 양키스의 결단이 확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떠난 자리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다. 브렛 맥케이브(스트렝스&컨디셔닝) 도노반 산타스(선수 건강&퍼포먼스)가 합류. 트레이너 보조를 맡았던 마이클 슈크는 수석 트레이너로 승진됐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영입은 선수 건강&퍼포먼스를 주관한 책임자였다. 양키스는 이 자리에 외부 인사인 에릭 크레시를 고용했다.

 

크레시는 이미 이 분야에서 저명한 인물이었다. 피트니스 클럽 <크레시 스포츠 퍼포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맥스 슈어저와 코리 클루버, 노아 신더가드 같은 투수들이 이 곳에서 몸을 만들었다. 신체 운동학과 생물 역학에 밝은 크레시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끌어올려줄 계획이다. 한편 양키스는 다른 팀 선수들이 크레시의 피트니스 클럽에 방문하는 것을 관여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양키스는 이번 겨울 건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프런트만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로스터에도 신경을 썼다. 건강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있는 게릿 콜을 데려온 반면, 건강하고 거리가 먼 자코비 엘스버리와 그렉 버드는 정리했다. 과감한 투자와 과감한 포기가 대비되는 행보에서 양키스의 의지가 드러났다.

 

2017-19년 투수 최다이닝

 

643.0 : 저스틴 벌랜더

 

622.1 : 제이콥 디그롬

 

618.2 : 잭 그레인키

 

615.2 : 게릿 콜

 

593.2 : 맥스 슈어저

 

591.2 : 패트릭 코빈

 

*양키스 최다 다나카 516.1이닝 (20)

 

각 팀들이 어느 정도 전력 구성을 끝내자 시즌 전망이 시작됐다. 많은 선수들을 데려온 화이트삭스와 신시내티, 알찬 보강을 한 애틀랜타와 텍사스, 강력한 타선을 구축한 에인절스와 미네소타, 그리고 트레이드로 스토브리그 막판을 훨훨 타오르게 한 다저스 등이 주목됐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팀은 양키스였다. 포스트시즌 에이스가 되어줄 콜까지 오면서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는 평가. 부상자가 속출했던 타선도 작년보다 나빠지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달리기도 전에 넘어지는 선수가 나타났다. 유리몸의 대명사 팩스턴(31)이었다. 2013년 데뷔 후 한 번도 규정이닝(162)을 넘긴 적이 없는 팩스턴은 지난 2월초 허리 추간판 주위성 낭종 제거술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복귀까지 3~4개월이 걸린다는 소식. 투수에게 팔꿈치 어깨만큼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빠른 복귀보다 완벽한 회복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양키스는 팩스턴이 없어도 선발진에 자신이 있었다. 콜과 다나카, 세베리노와 J A 햅에 이어 5선발 옵션도 풍부했다. 그런데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해 정규시즌&포스트시즌 도합 20.1이닝을 던지는 것으로 안식년을 가졌던 세베리노(26)가 토미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2017시즌 1462.98(193.1이닝 230삼진) 2018시즌 1983.39(191.1이닝 220삼진)를 기록하면서 팀의 1선발로 발돋움한 세베리노는 지난해 어깨 회전근개 수술과 광배근 부상으로 첫 등판을 9월 중순이 되어서야 치렀다. 가장 믿을만한 투수가 빠진 양키스는 힘겹게 세베리노의 빈 자리를 메웠다. 다행히 세베리노는 복귀 후 강력한 피칭을 펼쳐 양키스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5경기 1.77). 그러나 최소 올 시즌은 돌아올 수 없는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팩스턴과 세베리노의 공통점은 모두 전조 증상이 있었다는 것. 팩스턴은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 처음 허리 통증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세베리노 역시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팔뚝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토미존 수술자들은 대개 팔뚝에서 먼저 신호가 온다). 특히 세베리노는 체인지업을 던질 때 이 증상이 뚜렷해졌는데, 당시 검사에서는 별다른 손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팩스턴도 수술 소견 없이 치료만 받고 등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프시즌에도 주기적으로 통증이 발생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고, 결국 긴 재활이 불가피한 토미존 수술 판정을 받았다.

 

팩스턴에 이어 세베리노까지 잃은 양키스는 선발진에 적색경보가 발령됐다(지난해 가정 폭력으로 81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도밍고 헤르만도 시즌 첫 63경기를 결장한다). 당장 고정할 수 있는 투수는 세 명. 나머지 두 자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프런트라인에 세울 수 있는 두 투수가 빠진 것은 치명적이다.

 

4선발이 유력한 투수는 조던 몽고메리(27). 하지만 몽고메리는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오는 사실상 첫 시즌이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캐시먼은 일단 내부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것을 암시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이 기회를 살려야 하는 닉 트로피아노와 채드 베티스를 포함해 양키스에서 선발 경험이 있는 조너선 로아이시가(25) 루이스 세사(27)도 후보군. 작년 9월 첫 선을 보인 마이클 킹(24)도 배제할 수 없다.

 

팀 상위 유망주인 클락 슈미트(24)와 데이비 가르시아(20)도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더블A 3경기 22.37의 슈미트는 선발에 가장 어울리는 레퍼토리를 갖추고 있다.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투구폼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 최고 구속 98마일 패스트볼을 던지는 가르시아는 지난해 슈미트보다 더 높은 레벨의 타자들을 상대했다(더블A 11경기 443.86, 트리플A 11경기 135.40). 팀 유망주 가운데 슈미트가 최고의 커브를 던진다면, 가르시아는 최고의 슬라이더를 던진다(베이스볼아메리카). 다만 슈미트에 비하면 가진 무기는 많지 않다. 실제로도 가르시아의 비교 대상은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나 옥타비오 도텔 같은 불펜투수다.

 

만약 양키스가 외부에서 충원하길 바랄 경우 남은 FA 투수와 계약하거나 다른 팀 투수를 트레이드 해오는 방법도 있다. 시장에는 콜린 맥휴, 앤드류 캐시너, 제이슨 바르가스 등이 소속팀을 찾는 중. 그러나 양키스를 만족시킬 투수는 없어 보인다. 트레이드 또한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은데, mlb.com은 로비 레이와 제프 사마자, 크리스 아처 등을 꼽았다(사마자는 "등번호 2번을 주지 않으면 머리를 자를 생각이 없다"며 양키스 트레이드설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양키스는 타선에서도 벌써부터 부상 소식이 나오고 있다. 애런 저지는 오른쪽 어깨 때문에 타격 훈련을 중단했고,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종아리 근육 좌상을 입었다. 가벼운 부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스탠튼의 개막전 출장은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부상과 한몸이었던 스탠튼이 올해도 부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엘스버리 악몽이 반복되는 것과 마찬가지다(양키스는 오타니를 놓치면서 스탠튼을 트레이드 해왔다).

 

건강한 양키스는 명백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양키스는 어떤 팀이 될지 알 수 없다. 불안함이 감도는 가운데 양키스가 또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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