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LA 다저스가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다저스는 28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2020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6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며 WS 우승을 확정 지었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7번째(1955, 1959, 1963, 1965, 1981, 1988, 2020)로 30개 구단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다저스가 7번째 WS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내셔널리그(NL)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가운데 하나인 다저스는 2003년 부동산 재벌인 프랭크 맥코트에 인수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시즌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오랜 부진을 씻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새로운 구단주 맥코트의 본색이 드러났다.
맥코트는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팀을 담보로 잡혔고, 팀 재정을 사적인 일에 썼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다저스 구단주라는 점을 활용해 정계 진출을 노리는 등 구단을 사유화하면서 팀 전력이 황폐화 됐다. 다저스가 우리가 아는 NL 서부지구의 강호로 복귀한 것은 지금의 구단주인 구겐하임 컨소시엄으로 매각되면서부터다.
구겐하임 컨소시엄의 대주주 중 한 명이자, 과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사장이었던 스탠 카스텐이 구단 운영의 사실상 전권을 쥐면서 2012년부터 대대적인 투자(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초대형 트레이드가 대표적이다)가 이루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다저스는 연간 3억 45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중계권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다저스 2012-2020년 성적 변화
2012년 86승 76패 (NL 서부 2위)
2013년 92승 70패 (NL 서부 1위/ CS 탈락)
2014년 94승 68패 (NL 서부 1위/ DS 탈락)
2015년 92승 70패 (NL 서부 1위/ DS 탈락)
2016년 91승 71패 (NL 서부 1위/ CS 탈락)
2017년 104승 58패 (NL 서부 1위/ WS 준우승)
2018년 92승 70패 (NL 서부 1위/ WS 준우승)
2019년 106승 56패 (NL 서부 1위/ DS 탈락)
2020년 43승 17패 (NL 서부 1위/ WS 우승)
그러면서 NL 최고의 부자 구단이 된 다저스는 해외 시장으로도 투자 영역을 넓히며 재능있는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다저스에 합류한 대표적인 선수 중 한 명이 류현진과 야시엘 푸이그다. 그리고 두 선수가 데뷔해 올해의 신인급 활약을 펼친 2013시즌 다저스는 2009시즌 이후 4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후는 잘 알려진대로다. 2014시즌에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좌절한 다저스는 그해 가을 탬파베이 레이스의 단장이었던 앤드류 프리드먼을 영입했다. 프리드먼에게는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구단 인수 초기, 단기적으로 강팀을 만들기 위해 했던 투자들로 인해 과도하게 높아진 연봉 총액을 정리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리고 프리드먼은 MLB에서 제일 가난한 구단 중 하나인 탬파베이를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투자자들이 내린 '지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실제로 다저스는 프리드먼 영입 이후에도 2020년까지 8년 연속 지구우승을 차지했고, 동시에 연봉 총액을 사치세 기준선 아래로 낮추면서 자금 유동성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다저스 2012-2021년 연봉 총액 변화
2012년 1억 2900만 달러
2013년 2억 3682만 달러
2014년 2억 5728만 달러
2015년 2억 9105만 달러
2016년 2억 5493만 달러
2017년 2억 4368만 달러
2018년 1억 9574만 달러
2019년 2억 515만 달러
2020년 1억 791만 달러
단, 그 과정에서 팬들에게 받았던 비판도 적지 않았다. 다저스는 기존 빅마켓 구단답지 않게 효율적인 투자로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번번히 우승 문턱에서 발목을 잡혔다. 그러면서도 슈퍼스타급 FA를 영입하지 않고, 팀 내 유망주를 지키기 위해 초대형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 수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답답하게 느끼는 팬들도 많았다.
그 절정은 2년 연속 WS 준우승에 그친 2017, 2018시즌이었다. 심지어 2019시즌에는 전력상 명백한 우위에 있던 워싱턴 내셔널스에 패하며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2020시즌을 앞두고 다저스 프런트는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FA까지 1년밖에 남지 않은 무키 베츠를 영입하기 위해 특급 유망주인 알렉스 버두고와 지터 다운스를 내준 것이다.
게다가 다저스는 베츠를 영입하기 위해 잔여 계약금이 3년 9600만 달러(연봉 보조 4800만 달러)나 남은 데이빗 프라이스까지 떠안았고, 2020시즌 개막이 연기되는 중에도 베츠와 12년 3억 6500만 달러에 달하는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위험 요소가 많아 보였던 다저스의 투자는 결과적으로 옳았다.
어렵게 영입한 베츠가 정규시즌 55경기 16홈런 타율 .292 OPS .927 WAR 3.4승(MLB 전체 1위)으로 맹활약을 펼친 데 이어 가을 야구에서도 공격과 수비, 주루를 통해 다저스의 승리에 기여하면서 WS 우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저스의 우승 이면에는 베츠의 가세 못지않게, 그동안 비판을 받으면서도 끝끝내 지켜냈던 유망주들의 기여가 있었다.
2020 월드시리즈 MVP는 다저스가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드 12번째로 지명해서 길러낸 유격수 코리 시거였다. 6차전 마지막 2.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좌완 훌리오 우리아스 역시 다저스가 숫한 트레이드 유혹에도 지켜낸 선수다. 그 밖에도 다저스의 WS 로스터에는 중견수 코디 벨린저와 포수 윌 스미스, 우완 더스틴 메이 등 수많은 팜 출신 선수들이 있다.
한편, 저스틴 터너와 맥스 먼시, 크리스 테일러처럼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다저스에서 잠재력을 만개한 사례도 있고, 클레이튼 커쇼와 켄리 잰슨 같은 오랫동안 팀을 지탱한 프랜차이즈 스타도 있었다. 단순히 베츠를 영입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의 캐미스트리가 조화롭게 맞물리면서 다저스가 마침내 WS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저스의 더욱 무서운 점은 5년 이상 대형 장기계약으로 묶여있는 선수가 베츠밖에 없기 때문에 내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금 유동성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저스는 우승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한 팀이 흔히 그렇듯이 이듬해 들어 전력이 급격히 약해지거나, 연봉 총액이 한계에 부딪혀 파이어 세일을 할 이유가 없다.
간단히 말해, 향후 몇 년간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것이다. 띠리사 어쩌면 2020년 WS 우승은 '다저스 왕조'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한편, 2020년 WS 우승으로 다저스 사장 프리드먼 역시 '스몰마켓식 경영으로 저비용 고효율팀은 잘 만들지만, 우승은 못 한다'는 마지막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었다.
과연 어렵게 우승 물꼬를 튼 다저스는 1990년대 후반 뉴욕 양키스 이후 없었던 'WS 연속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올겨울 코로나19 여파로 스토브리그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거대한 중계권 계약 덕분에 상대적으로 재정 타격이 적었을, 다저스의 움직임을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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