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현재 메이저리그는 개막일을 3월27일에서 2주 연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6월 이전에 열리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무국은 아직도 정상 시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1995년 메이저리그는 1994시즌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인해 4월27일 시즌을 시작했고 144경기 시즌을 치렀다.
반면 이번에는 4월말 또는 5월초에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면 10월까지 정규시즌을 진행한 다음 포스트시즌을 8개 돔구장(애리조나 체이스필드, 텍사스 글로브라이프필드, 마이애미 말린스파크, 밀워키 밀러파크,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 토론토 로저스센터, 시애틀 T-모바일파크, 탬파베이 트로피카나필드)에서 분산 개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는 6번의 단축 시즌이 있었다. 1918년과 1919년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시즌 축소였으며 1971년과 1981년 그리고 1994-1995년이 선수노조 파업으로 정상적인 시즌이 열리지 못했다. 1971년의 13일짜리 파업이 155경기 시즌으로 이어졌다면 1981년에는 사실상 최초의 대규모 시즌 단축 사태가 일어났다.
1980년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노사협약의 '1년 유보'에 합의한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1981시즌이 시작되고 나서도 계속 협상을 이어갔다. 쟁점은 FA 보상 선수에 있었다. 구단주들은 FA 제도가 생긴 후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리그가 위험해질 수 있으며 FA에 대한 보상으로 드래프트 지명권 대신 베테랑 선수를 받아야 겠다고 주장했다. 구단주들의 요구를 수용하면 FA 선수의 가치가 급락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한 만큼 선수노조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1981년 6월11일 선수노조의 파업이 일어났고 이후 구단주들이 백기를 들 때까지 이후 50일간 계속됐다. 이에 162경기 시즌은 110경기로 단축됐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후기제가 채택됐다. 당시는 각 리그에서 동부 우승 팀과 서부 우승 팀이 곧바로 리그챔피언십시리즈(5전3선승제)에서 맞붙는 구조였는데, 이에 각 지구(디비전)의 전후기 1위 팀들이 디비전의 승자를 가리는 디비전시리즈가 사상 최초로 개최됐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데뷔 시즌(신인왕+사이영상)이었던 LA 다저스는 후반기 서부 4위(27승26패)에 그쳤다. 하지만 전반기 서부 1위 팀(36승21패)의 자격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 후반기 서부 1위 팀 휴스턴을 시작으로 동부 우승 팀 몬트리올과 양키스를 차례대로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신시내티는 전반기 2위(35승21패)와 후반기 2위(31승21패)를 하는 바람에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66승42패 0.611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1981년 파업으로 인해 구단주들은 1억16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그 중 5000만 달러를 보험금으로 충당했다. 선수들 역시 파업 기간 연봉을 받지 못함으로써 3500만 달러의 연봉 손실이 있었다.
양측의 대충돌은 그로부터 13년 후 다시 일어났다. 구단주들이 샐러리 캡 도입을 강행하고 나선 것이다. 선수노조도 결사항전으로 나서면서 8월12일 시즌이 중단됐으며 9월14일 시즌이 공식적으로 취소됐다. 내셔널리그 우승 팀 뉴욕 자이언츠의 거부로 인해 열리지 않은 1905년을 제외하면 1903년 시작 이후 2차 세계대전 기간과 9.11 사태 때도 정상적으로 열린 월드시리즈가 처음으로 무산된 것이었다.
선수노조의 파업은 1995년 4월2일이 되어서야 중단됐는데(이번에도 구단주 측이 백기를 들었다) 232일의 파업 일수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2004-2005시즌의 개최가 불발되기 전까지(310일 파업)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대 파업일수로 기록됐다.
1994년이 포스트시즌 없이 팀당 110여 경기로 끝나고 1995시즌이 144경기로 단축됨으로써 메이저리그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구단주들의 피해는 5억8000만 달러, 선수들의 연봉 손해는 2억3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지상파 방송에서 메이저리그의 입지가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1994-1995시즌의 파업은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먼저 연속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던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는 같은 기간 68경기를 손해봤다. 이를 립켄의 기록에 단순히 더하면 립켄은 2632경기가 아니라 2700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첫 4할 타율에 도전했던 토니 그윈(샌디에이고)은 8월12일 시즌이 중단되기 전까지 0.394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9월 들어 40타수19안타(0.475)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반면 제프 배그웰(휴스턴)에게는 운이 따랐다. 1994년 배그웰은 8월11일 공에 맞아 손목이 골절되는 시즌아웃급 부상을 당했는데 바로 다음날 시즌이 중단된 것이다. 이에 배그웰은 110경기에서 39홈런 116타점(.368 .451 .750)을 기록하고 휴스턴 최초의 리그 MVP가 됐다. 만약 시즌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112경기에서 43홈런을 기록 중이었던 맷 윌리엄스(샌프란시스코)가 홈런 신기록과 함께 어쩌면 배그웰을 위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큰 희비교차는 애틀랜타와 몬트리올에게서 일어났다. 모이세스 알루(.339 .397 .592)와 래리 워커(.322 .394 .587)가 타선을 이끌고,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이적 첫 시즌이었던 그 해. 펠리페 알루 감독의 몬트리올은 메이저리그 1위에 해당되는 74승40패(0.649)를 기록함으로써 애틀랜타(68승46패 0.596)에 6경기 앞선 NL 동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취소되면서 창단 후 첫 지구 우승이 날아갔다. 그리고 애틀랜타는 1991년에 시작한 14년 연속 지구 우승을 2005년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1981년 또는 1994-1995년과 다르다. 선수노조의 파업과 구단주들의 직장폐쇄로 인한 시즌 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이 단축되거나 혹은 무산된다면 먼저 선수 연봉 지급을 두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단주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한 만큼 연봉 지급을 거부하거나 경기수에 따라 지급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본인들에게 책임이 없는 선수노조로서는 당연히 반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연봉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아무리 늦게 시작해도 정규시즌을 강행하려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관련 종사자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아직까지 직원의 급여를 보장해주겠다고 나선 팀은 톰 리케츠 구단주의 시카고 컵스가 유일하다.
만약 시즌이 무산된다면 메이저리그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리그 재개가 무산될 경우 약 1조 원을 배상해야 하는 영국프리미어리그(EPL) 못지 않게 현재 맺어 놓은 중계권 계약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며 미국 내 야구 인기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NHL의 2004-2005시즌이 무산됐을 때 아이스하키 팬들은 대신 OHL(온타리오하키리) 또는 유럽 리그를 보면서 하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선수들 역시 타 리그에 가서 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대안이 전혀 없다.
과연 코로나19는 우리의 삶 그리고 메이저리그에게 최종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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