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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스코프] 2020시즌 얼마나 가까이 왔나(06.29)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6.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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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커미셔너

 

 

서로 평행선만 달리던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극적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사무국이 최근 건넨 새로운 제안에 선수노조가 이전과 다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지만, 시즌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던 상황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변화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2020시즌은 파국으로 치닫는 듯 했다. 사무국의 조삼모사식 제안에 진저리가 난 선수노조는 "더 이상의 협상은 무의미한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다. 언제 어디서 열릴지나 말해달라"고 전했다. 이미 커미셔너 직권으로 개막을 강행한다고 밝힌 롭 맨프레드는 당초 계획했던 50경기 수준에서 구체적인 구성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개막 가능성을 100% 자신했던 맨프레드가 돌연 "개막을 장담할 수 없다"며 입장을 번복해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양측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맨프레드는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압박하면서, 개막이 지연되는 이유를 선수노조 탓으로 돌렸다.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선수노조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애당초 약속을 어긴 쪽은 사무국이었다. 양측은 지난 3월말 단축시즌 혹은 시즌이 열리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합의한 사안이 있다. 선수들의 서비스타임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열린 '경기 수에 맞춰 연봉을 받기로 한 것'이다. 계약에 명시되어 있는 기존 연봉을 고수하지 않은 점, 여기에 드래프트 규모를 줄여 구단의 재정 부담을 덜어준 점은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는 모습이었다(구단은 선수들에게 총 17000만 달러 정도인 4,5월 급여를 미리 나눠줬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진 않았지만, 시즌 개막 논의는 점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무국은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서 시즌을 치르는 방안을 모색했다. 일부 선수들은 마치 자신들을 모르모트로 대하는 사무국의 행동이 못마땅했다. 자유를 억압하고 안전이 위태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무관중 시나리오가 처음 나온 것도 이 시기였다. 제한된 구역에서 조심히 열어야 하는 시즌에 관중을 받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무관중 경기가 제기되면서 앓는 소리를 하는 구단주들이 나타난 것. 가뜩이나 흑자를 내기 힘든 구단 운영에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장권료가 사라지게 되자 고통을 분담해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비례 연봉 100%를 지급하기로 한 말 바꾸기가 나온 배경이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5월말 82경기 계획안을 내놓은 사무국은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구조를 들고왔다. 최저 연봉 선수들은 가급적 다 챙겨받지만(90%) 고액 연봉자들은 막심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1000만 달러 초과, 2000만 달러 이하는 30%, 2000만 달러가 초과하면 20%만 받는다). 40억 달러에 달하는 총 연봉이 절반으로 깎인 것도 모자라 추가 삭감까지 이루어져 10억 달러도 채 되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선수노조는 감정이 상했다. 감정이 상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지나치도록 불리하게 책정된 연봉 구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수노조는 3월에 승인한 비례 연봉 100%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82경기보다 많은 114경기를 역제안했다.

 

최대한 돈을 줄여야 하는 구단과 최대한 돈을 받아야 하는 선수들 간의 양보없는 대립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선수노조는 경기 수를 89경기로 줄이는 등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반면 사무국은 교묘하게 숫자만 바꾸면서 빈축을 샀다. 이 속셈을 모를 리 없었던 선수노조는 오리발을 내미는 사무국의 행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협상은 틀어졌다. 여기에 맨프레드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결과를 떠나서 이번 일로 맨프레드는 무능력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오죽하면 일부 선수들과 팬들은 NBA 애덤 실버 커미셔너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커미셔너는 구단과 선수를 중재하는 자리다. 하지만 맨프레드는 시종일관 구단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했다. 협상이 아닌 협박을 해왔고, 책임을 떠넘겼으며, 언행까지 신중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모든 커미셔너가 뛰어났던 것은 아니었지만, 맨프레드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는 커미셔너는 없었다.

 

어제 수요일, 얼굴만 붉히던 양측 대표가 직접 만났다. 맨프레드의 주선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양측은 마침내 앞으로 나아갔다.

 

<디애슬레틱> 켄 로젠탈에 의하면 사무국은 70일간 60경기를 치르는 대신 해당 연봉을 모두 주겠다고 약속했다. 시즌 개막 시점은 720일 혹은 21일로 잡았으며, 올해와 내년은 확장 플레이오프를 제안했다(포스트시즌 배당금은 2500만 달러 정도 예상). 양측은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양대리그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는 데 동의했다. 다만 사무국은 이 모든 것과 관련해 분쟁 소송 권리는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선수노조가 이 권리를 포기할지 여부가 남은 협상의 쟁점이다.

 

만약 선수노조가 이 권리를 놓게 되면 경기 수는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종적으로 65경기 시즌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수 파업으로 50일간 리그가 중단됐던 1981110경기보다 훨씬 적은 경기 수다. 한 시즌으로서 가치를 둘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시즌이 아예 취소되는 흑역사보다는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직 넘어야 될 산은 남아있다. 맨프레드가 시즌 개막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날, 메이저리그 선수와 코치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만약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양측이 개막에 합의한다고 해도 강제 휴업이 불가피하다. 또한 일부 구단주들은 개막이 전혀 반갑지 않다. 이는 설령 개막을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을 매끄럽게 해결하는 것이 바로 커미셔너가 할 일이다.

 

시작도 전에 말 많고 탈 많은 2020시즌은 과연 무사히 개막할 수 있을까. 처리해야 될 사안들이 분명 있지만, 희망이 다시 피어난 것은 사실이다.

기다림에 지친 팬들을 달래 줄 소식들이 더 늦어지지 않길 기대해본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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