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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31·세인트루이스)은 17일(한국시간) 자체 청백전에서 5이닝 5K 무실점(1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승부치기 상황(무사 2루)을 설정했던 마지막 이닝에서도 볼넷 허용 후 몰린 무사 1,2루를 병살타와 삼진으로 탈출했다.
이날 등판 후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김광현이 타일러 오닐에게 던진 브레이킹 볼의 구속이 66.6마일(107km/h) 야디에르 몰리나에게 던진 공은 69.9마일(112km/h)이 찍혔다는 것이다(제프 존스 트위터).
김광현 역시 경기 후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구속) 편차를 많이 주면서 한 가지 공으로만 느껴지지 않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김광현의 진출 초기부터 가장 많이 거론된 선수는 최고의 슬라이더 좌완인 패트릭 코빈(31·워싱턴)이다. 2018년 200이닝 11승7패 3.15(bWAR 4.0)를 기록한 후 FA가 된 코빈은 워싱턴과 6년 1억4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지난해에도 정규시즌 202이닝 14승7패 3.25(bWAR 5.6)와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 1.1이닝 3K 무실점,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 3이닝 3K 무실점으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많은 사람들이 코빈의 1억4000만 달러 계약을 위험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지나친 슬라이더 의존도 때문이었다. 실제로 코빈은 슬라이더 비중이 2016년 26.5%, 2017년 38.0%, 2018년 41.3%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코빈은 슬라이더 비중을 지난해 다시 37.0%로 떨어뜨렸다.
코빈이 '슬라이더만 잘 던지는 투수'에서 리그 정상급의 좌완 선발로 올라선 것은 2018년이다. 토미존 수술 복귀 후 2016년 5승13패 5.15, 2017년 14승13패 4.03에 그쳤던 코빈이 한 단계 더 올라선 것은 2018년 커브 장착이 결정적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커브를 던지기 시작하자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헛스윙률이 올라갔다는 것이다(슬라이더 헛스윙률 2017년 44.9%, 2018년 53.6%, 2019년 52.0%).
코빈은 커브를 우타자용으로 사용한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철저한 패스트볼-슬라이더 투 피치인 반면, 우타자를 상대로는 패스트볼-슬라이더에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어 쓴다. 체인지업(평균 81.8마일)이 슬라이더(평균 81.7마일)와 '같은 구속 다른 궤적'을 제공한다면, 코빈의 커브(평균 67.8마일)는 슬라이더와 '다른 구속 같은 궤적'으로 타자에게 혼란을 준다.
메이저리그 평균 RPM(구속)
2427회 (84.8마일) - 슬라이더
2523회 (78.9마일) - 커브
패트릭 코빈 평균 RPM
2398회 (81.7마일) - 슬라이더
1989회 (67.8마일) - 커브
메이저리그는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2007년 92.0마일에서 지난해 93.6마일로 12년 사이 1.6마일이 올랐다. 슬라이더 구속 또한 83.5마일에서 84.8마일로 1.3마일이 증가했다. 슬라이더 평균 구속이 92.5마일에 이르는 제이콥 디그롬을 포함해 게릿 콜(89.3) 저스틴 벌랜더(87.6) 클레이튼 커쇼(86.9) 맥스 슈어저(85.6) 등 최고의 슬라이더 투수들이 90마일에 육박하는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그야말로 슬라이더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빈은 시대에 역행하는 느린 슬라이더(평균 81.7마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역시 평균 대비 대단히 느린 커브를 던진다.
눈에 띄는 점은 코빈의 커브가 구속 뿐 아니라 지나치게 낮은 평균 분당 회전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타자들의 증언까지 더하면 커브로 기록되는 코빈의 공은 코빈이 오랜 노력 끝에 만들어낸 '느린 슬라이더'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코빈은 두 가지 종류의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 차이는 무려 13.9마일(22.4km/h)에 달한다.
김광현은 자신에 대한 투 피치 논란에 대해 "다양한 슬라이더를 던지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김광현의 세 가지 슬라이더-커터 같은 짧은 슬라이더, 횡적으로 크게 휘는 백풋 슬라이더, 커브처럼 느껴지는 느린 슬라이더에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결국 김광현은 이는 타자들이 자신의 복잡한 슬라이더 패턴을 풀어내기 전에 레퍼토리 확장에 성공해야 하는 시간싸움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잭 플래허티(24) 애덤 웨인라이트(38) 마일스 마이콜라스(31) 다코타 허드슨(25)이 1~4선발을 맡는 세인트루이스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28)의 5선발 등판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마이크 실트 감독 인터뷰). 하지만 이를 다시 고민해야 할 만큼 불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올 예정이었던 마무리 조던 힉스(23)가 당뇨병 때문에 시즌 포기를 선언한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셋업맨으로 최고의 활약을 했던 지오반니 가예고스(74이닝 19홀드 2.31)가 서머 캠프에 3주 늦게 합류한 데다 부상자명단에 올랐으며, 알렉스 레이에스마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초반 결정이 어렵게 됐다.
문제는 올 시즌이 정상 시즌의 37%에 해당되는 60경기 시즌이라는 것. 이는 블론 하나의 여파가 정상 시즌의 세 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힉스의 합류가 무산된 상황에서 지난해 36.2이닝(2승 2.95)이 메이저리그 경력의 전부인 라이언 헬슬리(26)가 마무리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세인트루이스는 마르티네스가 됐든 또 다른 누구가 됐든 불펜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시범경기 8이닝 11K 무실점(5안타 1볼넷)과 자체 청백전 5이닝 등판을 통해 선발과 불펜 준비를 모두 마쳤다. 어떤 보직으로 시작하더라도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마운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끝냈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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