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가 끝난 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1)는 개인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모든 파드리스 팬들께. 나는 이것이 단지 시작일 뿐임을 약속합니다. 우리는 다시 돌아와 반드시 이 도시를 자랑스럽게 만들 겁니다>
치열한 승부가 기대됐던 내셔널리그 승률 1위 다저스(43승17패)와 2위 샌디에이고(37승23패)의 사상 첫 디비전시리즈 대결은 다저스의 3연승으로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
2006년 이후 1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샌디에이고로서는 에이스 마이크 클레빈저(8경기 3승2패 3.02)와 2선발 디넬슨 라멧(12경기 3승1패 2.09)의 부상 이탈이 뼈아팠다. 라멧은 아예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으며 시즌 중 회심의 영입이었던 클레빈저는 부상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1차전에 선발로 나섰다가 1이닝 후 교체됐다.
2차전에서 타티스의 역전 투런홈런이 될 수 있었던 공을 코디 벨린저가 잡아내지 않았다면, 9회초 2사 만루에서 에릭 호스머가 조 켈리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다면, 3차전에서 타티스의 송구를 1루수 에릭 호스머가 뒤로 빠뜨리지 않았다면, 시리즈의 흐름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도 시리즈의 최종 승자는 다저스였을 가능성이 높다. 샌디에이고로서는 8년 연속 우승을 통해 다져진 다저스와의 포스트시즌 승부를 통해 팀 완성도 면에서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함을 느낀 시리즈였다.
비록 단축 시즌이긴 하지만 1998년(0.605)을 넘어서는 팀 역대 최고 승률(0.616)을 만들어낸 샌디에이고는 특히 오랜 득점 갈증에서 벗어났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77 .366 .571)와 매니 마차도를 필두로 윌 마이어스, 에릭 호스머, 제이크 크로넨워스(.285 .354 .477) 트렌트 그리샴(.251 .352 .456) 등의 활약이 더해져 득점과 홈런에서 모두 내셔널리그 3위를 차지했다. 득점 3위는 1997년 이후 최고, 홈런 3위는 1992년 이후 최고 성적이다.
타티스(11도루)와 그리샴(10도루)이 런닝 게임을 이끈 샌디에이고는 55개의 도루로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는데 경기당 평균 1.58개의 홈런과 0.92개의 도루를 모두 넘어서는 기록을 만들어낸 팀은 지금까지 없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최다인 22번의 역전승. 그리고 역대 최초의 네 경기 연속 만루홈런을 포함한 7개의 그랜드슬램을 통해 '슬램디에고'라는 별명을 얻은 샌디에이고는 재밌는 야구의 대명사가 됐다.
특히 반가운 것은 고액 연봉 트리오가 돈값을 해냈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7550만 달러를 받는 이들(마차도 3200만, 마이어스 2250만, 호스머 2100만)은 마차도의 OPS가 지난해 0.796에서 0.950으로(.304 .370 .580) 마이어스가 0.739에서 0.959로(.288 .353 .606) 호스머가 0.735에서 0.851로 올랐다(.287 .333 .517).
마운드에서도 타선 못지 않은 희망의 북소리가 들렸다. 평균자책점(2.09)과 9이닝당 탈삼진(12.13)에서 리그 5위에 오른 라멧(27)은 드디어 폭발적인 구위를 성적으로 연결시키기 시작했다. 라멧은 1998년 케빈 브라운과 2007년 제이크 피비 이후 처음으로 세 경기 연속 두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비록 크리스 패댁(12경기 4승5패 4.73)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긴 했지만 어느 웬만한 팀의 1선발에는 꿀리지 않는 클레빈저(29)를 2년 더 쓸 수 있는 상황에서 평균 96.6마일 싱커를 던지는 아드리안 모레혼(21)과 96.7마일 포심을 던지는 루이스 파티뇨(20)에 팀 최고의 유망주 매캔지 고어(21)가 가세하고 커비 예이츠가 부상에서 돌아와 드류 포머란츠(20경기 1.45)와 에밀리오 파간(마지막 11경기 1.64)에 가세한다면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올 시즌의 성공이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것은 2014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A J 프렐러 단장의 야구가 (다소 현기증이 나긴 하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NFL 팀 차저스의 LA 이동과 항상 다저스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 그리고 차로 LA에서 차로 네 시간 거리인 펫코파크를 '6시 방향 멀티'로 생각하는 다저스 원정 관중들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못지 않게 'Beat LA'(LA를 이겨라)의 목소리가 높은 도시다. 이에 다저스와의 라이벌 관계에 불이 붙은 것도 샌디에이고에게는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발단은 정규시즌이었다. 그리샴이 커쇼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후 빠던/투수 쳐다보기/천천히 돌기의 '3단 콤보'를 선보인 것. 다저스 감독이 되기 전 샌디에이고 감독 면접에서 미역국을 마셨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례적으로 "커쇼는 그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되는 투수"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다저스 선수들은 커쇼의 복수를 가을 무대에서 했다.
2차전에서 마차도의 과격한 배트 플립 이후 타티스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맞을 뻔한 브루스더 그라테롤이 그 타구를 벨린저가 잡아내자 마치 월드시리즈 7차전을 마무리한 듯한 과한 세리머니를 한 것도 '커쇼의 복수'였던 셈이다. 여기에 그라테롤을 향한 마차도의 욕설과 그라테롤의 손 키스. 다음 타석에서 마차도가 그라테롤을 향해 강한 타구를 날리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마차도를 상대로 그라테롤이 한 번 더 도발한 장면은 앞으로 더 재밌어질 두 팀 경기의 예고편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야구도 얼마든지 감정 표현이 가능할 수 있음을 알려준 이 장면은 '빈볼을 통한 복수'와 온갖 불문률로 가득찬 야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 장면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부진으로 인해 다저스 팬들에게 큰 비난을 받는 것으로 2018시즌을 마친 마차도는 2019년 샌디에이고에 입단하면서 "우리가 다저스보다 먼저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다저스를 꺾지 못함으로써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과연 샌디에이고는 내년 시즌 다저스의 대항마 아니 다저스를 꺾을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까. 신나게 배트를 집어 던지고 감정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는 샌디에이고의 야구에 메이저리그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일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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