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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 돌아온다. 2017년 휴스턴 사인 훔치기 사태의 주범 중 한 명인 알렉스 코라(45)가 현장에 복귀한다.
지난 겨울 코라는 휴스턴 사인 훔치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2017년 휴스턴 벤치코치였던 코라의 주도면밀한 악행이 만천하에 공개됐기 때문. 당시 코라는 2018년 보스턴 사인 훔치기에 대한 조사로 인해 즉각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보스턴은 사무국 징계가 발표되기 전에 코라를 경질했다.
이후 사무국은 코라가 2018년 보스턴 사인 훔치기에 가담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비디오 리플레이 담당 직원의 단독 범죄였다고). 이에 코라는 휴스턴 제프 르나우 단장, A J 힌치 감독과 같은 한 시즌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가 확정되자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코라의 복귀를 예측했다. 코라는 자신을 둘러싼 소문들을 일축했다. 보스턴도 말을 아꼈다. 하지만 양측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연인 관계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보스턴이 론 로니키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다시 시선이 코라에게 향했다. 보스턴 하임 블룸 야구 최고 책임자(CBO)는 "아직 자세한 생각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물러섰다.
어두운 과거를 외면하면 코라는 매력적인 감독이다. 특히 보스턴에게 더 어울렸다. 보스턴에 부임한 2018년 코라는 곧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겨줬다. 신인 감독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것은 5번째(1924년 버키 해리스, 1946년 데이 다이어, 1961년 랄프 후크, 2001년 밥 브렌리). 정규시즌 108승은 1961년 랄프 후크 109승에 이은 신인 감독이 2위 기록이며, 106년 만에 경신된 보스턴 최다승이었다.
보스턴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
2018 - 108승
1912 - 105승
1946 - 104승
1915 - 101승
코라는 단순히 성적만 내는 감독도 아니었다. 선수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덕장이었다. 코라가 팀을 떠나자 하나같이 침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는 감독을 넘어 친구이자 형제라고 말했다. 잰더 보가츠는 후임으로 어떤 감독을 원하냐는 질문에 "코라 같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구단에서도 미워할 수가 없었다. 코라가 팀을 관리하는 동안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소통에 능한 젊은 감독. 게다가 야구에 대한 이해력이 깊고 유연성과 균형 잡힌 모습은 최근 구단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감독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모든 야구가 끝나면서 각 팀들이 내년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선수 구성에 앞서 단장을 찾아야 하는 팀과 감독을 찾아야 하는 팀이 있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최고령 토니 라루사(76)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어서 디트로이트가 보스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렸다. 징계가 끝난 힌치를 감독으로 영입하면서 코라가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줬다.
여론이 형성됐다. 자연스럽게 코라의 복귀도 정당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턴은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코라는 후보 중 한 명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스턴은 여러 후보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피츠버그 벤치 코치 돈 켈리, 양키스 벤치 코치 카를로스 멘도사, 마이애미 벤치 코치 제임스 로슨이 물망에 올랐다. 막바지에 급부상한 후보는 필라델피아 코디네이터 샘 펄드(38)였다. 선수들에게 적합한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펄드는 블룸과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보였다(둘 다 탬파베이 출신이다).
하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보스턴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코라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년을 보장한 계약으로, 2023-24년 팀 옵션을 걸어놓았다. 코라는 다시 기회를 얻은 것, 그리고 그 기회의 땅이 보스턴인 것에 감격스러워했다.
<디애슬레틱>에 의하면 사전 작업은 없었다. 구단주 존 헨리를 비롯해 톰 워너 회장, 샘 케네디 사장이 코라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위층의 입김이 작용한 영입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최종 결정권자는 블룸이었으며, 블룸은 마지막까지 장고를 거듭했다. 모든 후보자들의 강점과 약점, 성과와 실패를 분석했고, 그 결과 최적임자가 코라였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코라는 블룸에게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다른 적임자를 찾아볼 것을 권했다고 한다.
블룸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었던 요인은 팬들의 목소리다. 힌치가 부임하면서 코라를 데려와야 한다는 바람이 한층 거세졌다. 코라는 3년 전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보스턴의 야구 사랑을 자신은 완벽히 공감한다고 말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많은 팬들이 코라는 '우리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 상황. 현지 담당 기자가 한 조사에서도 코라의 복귀를 환영하는 득표율이 79.6%나 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스턴이 코라를 데려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가장 안전한 선택이기도 하다. 팀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을 뒤로하고 다른 인물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도박이다. 다만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서 감수해야 될 일도 생겼다.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그렇듯 사인 훔치기에 연루된 가해자가 저지른 또 다른 잘못은 억측을 키우는 것이다. 갑자기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의심부터 하게 된다. 순수한 노력이 부정되는 리그로 변질될 수 있다. 리그를 뒤흔든 가해자들이 이처럼 쉽게 돌아오면 리그의 품격을 대체 누가 지키려고 할까. 이미 불법 도박으로 영구 제명된 피트 로즈의 복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코라가 돌아올 수 있었던 시발점은 사무국의 징계 수위다. 리그 명예를 실추시킨 일이었던 만큼 더 엄격하게 대했어야 했다. 통로를 열어준 건 사무국인데, 그 통로를 나온 이들만 무작정 비난하는 건 억울한 처사다.
스포츠 앞에 프로가 붙는 이상 승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스포츠 앞에 프로가 붙는다고 해서 승리가 늘 우선시되는 건 아니다. 스포츠의 기본 덕목은 공정성이다. 이 공정성을 훼손한 인물들의 이른 복귀가 우려스러운 이유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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