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탬파베이가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28)을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했다. 샌디에이고는 스넬을 데려오기 위해 유망주 네 명을 보냈다. 선수들의 메디컬 테스트가 통과되면 1대4 트레이드는 성사된다.
예견된 이별이었다. 스넬은 이번 겨울 탬파베이를 떠날 것이 유력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탬파베이는 팀 연봉을 줄여야 했다. 스넬의 남은 계약은 부담스러운 규모는 아니지만(3년 3900만)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탬파베이로선 이마저도 아껴야 했다. 때마침 FA 시장에는 트레버 바우어를 제외하면 마땅한 선발감이 없기 때문에 스넬은 트레이드 하려면 이번 시기를 놓쳐서는 안됐다.
스넬의 가치가 달라진 것은 2018년. 그 해 스넬은 탬파베이 단일 시즌 최다승을 경신하고 사이영상을 수상했다(21승5패 1.89 180.2이닝 221삼진). 탬파베이 사이영상 투수는 2012년 데이빗 프라이스에 이어 두 번째. 평균자책점 1.89 이하를 기록한 아메리칸리그 좌완 선발은 1978년 론 기드리(1.74) 이후 처음이었고, 조정 평균자책점 217은 라이브볼 시대 좌완 선발 타이기록이었다(1931년 레프티 그로브 217).
25세 시즌에 리그를 정복한 스넬은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 부상과 부진을 넘지 못하면서 정체됐다(6승8패 4.29 107이닝).
왼 팔꿈치 유리체 제거 수술을 받은 스넬은 각별한 관리를 받았다. 불펜 운영에 자신이 있었던 탬파베이도 무리하게 긴 이닝을 맡기지 않았다. 이로 인해 스넬은 마지막 6이닝 등판이 2019년 7월22일 화이트삭스전이다. 이후 스넬은 포스트시즌 포함 선발 21경기 연속 6이닝 등판에 실패하고 있다. 현재 이 부문 가장 긴 기록이다.
이닝 관리를 두고 탬파베이와 살짝 마찰도 빚었다. 스넬은 올해 월드시리즈 6차전 선발로 등판했다. 패하면 내일이 없는 경기에서 다저스 첫 17타자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단타 하나만을 허용하고 탈삼진은 9개를 쓸어담았다. 지난 20년간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75구 이전 삼진 9개를 잡아낸 두 번째 투수(2017년 디비전시리즈 5차전 CC 사바시아). 모든 시선이 스넬에게 몰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넬은 18번째 상대 타자였던 오스틴 반스를 안타로 내보냈다. 겨우 두 번째 피안타였지만, 케빈 캐시 감독은 스넬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73구였던 스넬을 내리고 닉 앤더슨을 올렸다. 그리고 탬파베이의 패배가 확정됐다.
캐시의 선택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왔다. 여기에 스넬이 직접 교체에 실망감을 표출하면서 일이 더 심각해졌다(스넬은 자신의 스터프를 믿었다고 말하면서 더 던지길 바랐다고). 캐시는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되도록 세 번째 승부를 피하는 것은 탬파베이의 철칙이었다.
논란을 불러온 이 등판은 결국 스넬의 탬파베이 마지막 등판이 됐다. 스넬은 이제 처음으로 내셔널리그를 경험한다. 2016년 데뷔 후 스넬은 내셔널리그 팀과 맞붙은 인터리그에서 대단히 좋았다. 통산 16경기 성적이 8승4패 2.07(91.1이닝 121삼진). 같은 기간 15경기 이상 선발로 나온 투수 중 평균자책점 3위였다.
2016년 이후 인터리그 ERA (15선발)
1.92 - 맥스 슈어저
2.02 - 클레이튼 커쇼
2.07 - 블레이크 스넬
2.31 - 트레버 바우어
2.43 - 카일 헨드릭스
2.45 - 찰리 모튼
올해 포심 평균 구속이 95마일인 스넬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이 모두 주무기. 리빌딩 기간이 길었던 샌디에이고가 오랜만에 가져보는 완성형 투수다. 사이영상 투수가 샌디에이고로 온 것은 스넬이 5번째다. 1978년 게일로드 페리와 1985년 라마 호이트, 1995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2007년 그렉 매덕스가 있었다. 이 가운데 리그를 넘어와서 합류한 투수는 페리와 호이트다. 페리는 21승6패 2.73으로 사이영상을 거머쥐었고, 호이트는 16승8패 3.47로 올스타에 뽑혔다.
비록 단축 시즌으로 운영됐지만 올해 샌디에이고는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1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로 암흑기를 탈출. 그런데 정규시즌에서도, 또 포스트시즌에서도 다저스에 가로막혔다. 샌디에이고는 정규시즌 승률이 0.617로 리그 2위였는데, 지구 내에서도 2위였다. 차원이 달랐던 다저스 때문이었다(승률 0.717).
샌디에이고에게 다저스는 피할 수 없기에 넘어서야 할 팀이다. 다저스와 전력 차를 좁혀야 했고, 무게 중심이 크게 기울어졌던 선발진을 보강해야 했다. 지난달 마이크 클레빈저를 2년 1150만 달러로 붙잡았지만, 토미존 수술을 받은 클레빈저는 내년에 돌아올 수 없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선발투수를 더 수급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소니 그레이(신시내티)와 다르빗슈 유(컵스)에게 꾸준히 접촉한 이유다.
유망주 출혈이 적지 않았지만, 스넬은 샌디에이고가 원하는 다저스 저격수가 되어줄 수 있다. 구위가 강력한 좌완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다저스는 지난 월드시리즈 두 번의 맞대결에서 스넬에게 끌려갔다. ESPN에 의하면 무키 베츠와 코디 벨린저, 맥스 먼시, 코리 시거, 윌 스미스는 스넬을 상대로 도합 21타수1단타(0.048) 14삼진으로 무기력했다.
스넬이 오면서 샌디에이고 선발진은 한층 무게감이 더해졌다. 올해 사이영 4위에 오른 디넬슨 라멧이 내년에도 건재하다면 좌우 원투펀치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팀 내 유망주 1위이자 리그 최고 투수 유망주인 매켄지 고어도 대기 중이다. 만약 고어가 내년에 정상적으로 안착하면 다저스와의 승부는 더 볼만해질 것이다.
탬파베이는 찰리 모튼에 이어 스넬마저 떠나면서 선발진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단 탬파베이는 최소한의 선발자원으로 성과를 냈었던 팀이다. 또한 최근 트레이드에서 손해를 입은 적이 거의 없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한편 탬파베이가 에이스를 트레이드하고 받아온 주요 선수는 아래와 같다.
2012 - 제임스 실즈 (오도리지 & 마이어스)
2014 - 데이빗 프라이스 (아다메스 & 스마일리)
2018 - 크리스 아처 (글래스나우 & 메도스)
이번 트레이드로 탬파베이에 온 네 명 중 기대가 남다른 선수는 우완 루이스 파티뇨(21)다. 콜롬비아 출신의 파티뇨는 샌디에이고 넘버 투 유망주. 90마일 중반대 포심과 80마일 중반대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서드피치인 체인지업도 연마 중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첫 선을 보인 파티뇨는 11경기(1선발) 1승 5.19를 기록. 첫 두 경기 3.2이닝 5실점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다음 9경기에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13.2이닝 5실점 ERA 3.29). 다만 이 과정에서도 볼넷 10개를 남발하면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제구력을 다듬는 것이 관건. 내년에도 신인 자격을 가지고 있는 파티뇨는 포스트시즌 경력도 쌓았다(3경기 2.2이닝 1실점).
포수가 급한 탬파베이는 당장 포수로 기용할 수 있는 프란시스코 메히아(25)와 싱글A 포수 블레이크 헌트(22)를 데리고 왔다. 메히아는 과거 정상급 유망주로 여겨졌던 포수.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왼 엄지 손가락 부상으로 흐름이 끊어졌다. 스위치 히터인 메히아는 수비보다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 클리블랜드와 샌디에이고에서는 외야 수비 훈련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한 명 콜 윌콕스(21)는 올해 드래프트 지명자. 계약금 330만 달러는 3라운드 기록이다. 당당한 체격 조건(196cm 105kg)을 자랑하는 우완 파워피처로, 파티뇨와 마찬가지로 90마일 중후대 포심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로 평가받는 탬파베이는 더 탄탄한 팜을 구축할 전망이다.
샌디에이고도 고어와 애드리안 모레혼, 라이언 웨더스 같은 유망주들을 지키면서 선방했다. 무엇보다 선발진을 이끌어줄 에이스를 데리고 왔다. 내셔널리그를 폭격할 수 있는 스넬이 온 것만으로도 다저스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다저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샌디에이고의 역습이 흥미로워졌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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