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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스코프] 불펜 부활을 노리는 에인절스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1. 1. 2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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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레시아스

 

2015년 LA 에인절스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 리그 세이브 2위 휴스턴 스트리트(40세이브 3.18)였다(1위 브래드 박스버거 41세이브). 에인절스는 홀드 1위 조 스미스(32홀드 3.58)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듬해 에인절스 불펜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트리트(26경기 6.45)가 부상으로 쓰러졌고, 스미스(38경기 3.82)는 시즌 중반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다. 마무리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두 자릿수 세이브 투수 배출에 실패(스트리트 9세이브, 페르난도 살라스 6세이브). 21세기 들어 두 자릿수 세이브 투수가 없었던 팀은 2016년 에인절스가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다(2003년, 2005년 디트로이트).

 

2017년 뒷문을 지킨 투수는 버드 노리스였다. 전반기 37경기 13세이브 2.23으로 선전했던 노리스는 후반기가 되자 뻥뻥 뚫렸다(23경기 6세이브 7.01).

 

미련 없이 노리스를 놓아준 에인절스는 차기 마무리로 블레이크 파커를 낙점했다. 그러나 33세 시즌이었던 파커도 미봉책이었다(14세이브 3.26). 파커는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시간을 벌어주는 징검다리였다. 흑마구 듀오 스트리트와 스미스를 정리한 에인절스는 이후 강속구 투수들로 불펜을 구성했다. 저스틴 앤더슨과 타이 버트리, 키넌 미들턴, 한셀 로블레스 등은 모두 구속에 강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코디 앨런을 영입했다. 앨런은 2014-18년 아메리칸리그 통산 세이브 1위였다(147세이브). 앨런이 중심을 잡아주면 다른 투수들도 더 빼어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앨런이 가장 문제였던 것(25경기 6.26). 앨런이 발등을 찍은 에인절스 불펜은 아슬아슬함의 연속이었다. 로블레스가 마무리에 안착했지만(23세이브 2.48) 로블레스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했다. 불펜 평균자책점 4.64는 팀 역사상 4번째로 나쁜 기록(1994년 5.47, 1979년 4.99, 1996년 4.78). 선발진 붕괴로 불펜이 761.2이닝을 던졌는데, 비슷하게 772이닝을 소화한 탬파베이와 선명하게 비교됐다(전략적 불펜 기용이 많았던 탬파베이는 팬그래프 승리기여도가 7.7로 전체 1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인절스는 불펜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현재 전력으로 밀어붙이는 패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로블레스가 불을 지르고 떠나자(18경기 10.26) 버트리가 그 자리에 기름을 부었다(27경기 5.81). 불펜 평균자책점 4.63은 팀 역사상 5번째로 나쁜 기록. 짧은 시즌에도 블론세이브 14개를 범한 에인절스는 최다 블론 팀의 오명을 썼다(휴스턴 13블론).

 

뒷맛이 씁쓸한 팀의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올해도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낙마. 그러자 지난 겨울 감독을 교체한 데 이어 이번 겨울 단장을 바꿨다.

 

애틀랜타 출신 페리 미나시안(40)은 에인절스가 즉시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당장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에인절스는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토론토 다음으로 경기당 평균 득점이 높았다(양키스 5.25점, 화이트삭스 5.10점, 토론토 5.03점, 에인절스 4.90점). 그러나 보스턴과 디트로이트 다음으로 경기당 평균 실점이 높았다(보스턴 5.85점, 디트로이트 5.48점, 에인절스 5.35점). 미나시안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던 팀을 두고 '실점 방지'를 강조했다.

 

대부분의 팀들이 여전히 눈치 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에 미나시안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을 실천해 나갔다. 미나시안이 실점 방지를 위해 가장 먼저 뜯어고친 곳은 다름아닌 불펜이었다.

 

채우기 위해서는 일단 비워야 하는 법. 10월에 캠 베드로시안을 FA로 풀어준 에인절스는 12월 논텐더 마감시한에 맞춰 불펜투수 5명을 추가 방출했다. 1년 전 마무리였던 로블레스가 통보를 받은 가운데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미들턴과 앤더슨도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맷 앤드리스, 호비 밀너).

 

사전 작업을 마친 미나시안은 서둘러 새로운 투수들을 구해왔다. 마침표를 찍지 못해 고통받았던 지난 날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급선무였다. 노에 라미레스와 싱글A 내야수 레오나르도 리바스(추후지명)를 주고 신시내티 마무리 라이셀 이글레시아스(사진)를 영입. 이글레시아스는 2017년 이후 통산 100세이브에 성공한 5명 중 한 명이다.

 

2017년 이후 100세이브 마무리

 

123 - 에드윈 디아스

123 - 켄리 잰슨

103 - 브래드 핸드

101 - 알렉스 콜로메

100 - 라이셀 이글레시아스

 

내년 시즌 에인절스 불펜의 운명을 쥐게 된 이글레시아스는 여러 측면에서 아롤디스 채프먼과 비슷하다. 채프먼과 같은 쿠바 출신이며, 이글레시아스가 데뷔한 2015년 신시내티 마무리가 바로 채프먼이었다. 신시내티는 이글레시아스를 선발로 쓰는 대신 채프먼 다음 마무리 투수로 내정. 이글레시아스는 신시내티 마무리 계보를 물려 받았다(2016년 토니 싱그라니가 잠깐 마무리를 맡았다). 한편 이글레시아스를 지도하게 된 조 매든 감독은 2016년 채프먼과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이글레시아스는 채프먼처럼 100마일 포심을 던지지 못한다(2017년 100마일 공을 딱 두 명에게 던졌다. 하나는 코디 벨린저, 하나는 앤서니 렌돈이었다). 그러나 충분히 경쟁력 있는 포심 구속을 갖추고 있다(평균 96마일). 무엇보다 이글레시아스는 채프먼보다 위력적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우타자 바깥쪽을 빠져나가는 슬라이더는 10.1인치의 수평 무브먼트를 자랑한다. 비슷한 수준의 슬라이더 대비 4.9인치 더 휜다. 주로 좌타자에게 던지는 체인지업은 좌타자 상대 통산 피안타율이 0.191다. 덕분에 이글레시아스는 포심(38.2%) 슬라이더(33.2%) 체인지업(20.8%)을 골고루 활용하고 있는데, 90마일 중반대 포심과 두 가지 플러스 피치를 장착한 마무리 투수는 매우 보기 드물다.

 

지난해 이글레시아스는 개인 최다 34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신시내티의 변칙적인 기용에 적응하지 못했다(3승12패 4.16).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던 이글레시아스는 올해도 출발이 좋지 않았다. 첫 7경기에서 7이닝 7실점 6자책(ERA 7.71). 이후 15경기 16이닝 4실점 1자책(ERA 0.56)으로 성적을 낮췄는데(8세이브 2.74)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홈런 두 방을 맞고 0.1이닝 4실점 3자책으로 무너졌다. 2019년 코디 앨런 떠올리면 안심할 수 없는 모습이다.

 

내년 1월 31세가 되는 이글레시아스는 앨런과 달리 구위에 변화가 없다. 탈삼진율 34.1%는 리그 상위 7%에 속하며, 정타 허용도 잘 피하고 있다(타구 평균속도 86.7마일, 95마일 이상 허용률 27.8%). 앨런에 비하면 나름대로 관리를 받은 투수로, 포스트시즌 등판도 올해 처음이다. 또한 FA를 앞두고 있어 내년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2018년 11월 기존 계약을 3년 2412만5000달러 계약으로 갱신한 이글레시아스는 내년 시즌 연봉이 912만5000달러다).

 

에인절스는 이글레시아스에서 멈추지 않았다. 좌완 알렉스 클라우디오(28)를 1년 112만5000달러 계약으로 붙잡았다. 좌완이 부족했던 에인절스 불펜에 필요한 자원. 클라우디오는 통산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02이며 피OPS는 0.556다(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305, 피OPS 0.798).

 

클라우디오는 에인절스가 지난 몇 년 동안 집착했던 강속구 불펜과 거리가 멀다(싱커 평균 85.9마일). 가장자리 공략으로 타자들의 타격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 클라우디오의 피칭 스타일. 올해 20경기 평균자책점은 4.26으로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느린 타구 평균속도로 맞혀잡기에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투수 허용 타구 평균속도 (마일)

 

81.7 - 알렉스 클라우디오

81.7 - 브룩스 레일리

82.6 - 라이언 야브로

82.7 - 켄리 잰슨

82.7 - 필 메이튼

83.0 - 블레이크 테일러

 

*선발 1위 맥스 프리드 83.4마일

 

올해 탬파베이는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각기 다른 릴리스포인트로 혼란을 주면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미나시안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불펜을 구성하고 있다. 조용히 지나간 룰파이브 드래프트에서는 휴스턴 출신 우완 호세 알베르토 리베라(23)를 지명. 2019년 하위싱글A에서 18경기(11선발) 5승5패 3.81을 기록한 리베라는 포심 최고구속 102마일을 찍은 파워피처다(75.2이닝 95삼진). 휴스턴은 선발로 육성했지만, 만약 내년 시즌 로스터에 든다면 불펜이 유력하다(에인절스는 토미존 수술을 받은 호세 소리아노를 피츠버그에 뺏기기도 했다).

 

올해 에인절스 불펜에 가장 기쁜 일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주워온 마이크 마이어스가 깜짝 반전을 선사한 것이다(29경기 2.10). 커터로 전환점을 맞이한 마이어스는 내년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여기에 펠릭스 페냐와 버트리, 제이슨 카스트로를 주고 데려온 헤라르도 레이에스가 힘을 합친다(레이에스도 100마일 투수다).

 

바뀐 단장이 주도한 불펜의 체질 개선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제 관건은 정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투입을 해야 할 매든의 불펜 운영이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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