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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머리는 기르지 않을 것이다. 스물셋의 크리스 아처로 돌아왔다."
인터뷰에 응한 크리스 아처(32)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1년 650만 달러 계약으로 친정팀 탬파베이 레이스로 돌아온 그는 재기를 다짐했다.
아처는 지난 2018년 7월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맞춰 탬파베이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됐다. 레이스는 아처를 내주는 대가로 타일러 글래스노, 오스틴 메도우스, 쉐인 바즈를 영입했다.
탬파베이와 계약한 아처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인터뷰 영상 캡처.이 트레이드는 양 팀의 역사를, 그리고 아처의 커리어를 바꾼 트레이드였다. 글래스노와 메도우스는 탬파베이의 중심 선수로 성장했다. 반대로 아처는 피츠버그에서 두 시즌동안 33경기에서 6승 12패 평균자책점 4.92로 부진했다. 2020년은 부상으로 뛰지를 못했다.
트레이드가 실패한 피츠버그는 이후 격동의 시기를 맞이했다. 사장, 단장, 감독의 목이 달아났다. 그리고 이후 리빌딩팀으로 색깔을 굳혔다. 올스타 2회 경력의 아처도 그저그런 투수로 전락했다.
"지난 2~3년간 정말 많이 배웠다." 아처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는 탬파베이에서 잃어버린 2년을 찾을 수 있을까?
아처를 주저앉힌 두 가지 요인은 몸 상태, 그리고 무리한 실험이었다. 그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우선 아처는 건강하지 못했다. 2019년에는 손가락 염증, 어깨 염증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결국 장기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20년은 흉곽 출구 증후군 치료 수술로 뛰지를 못했다.
그는 "수술을 받기전 이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다"며 많은 것을 알아보고 수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팀 동료 중 닉 버디는 그 수술을 받고나서 오히려 더 강해졌다. 더 강한 공을 던졌다. 옛 동료인 알렉스 콥도 이 수술덕분에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며 여러 성공 사례를 보고 망설임없이 수술대로 향했다고 전했다.
성공 사례가 있다고 하지만, 수술이라는 것 자체가 몸을 열었다 닫는 행위인만큼 불확실성은 늘 존재한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 팀은 좋은 의료진과 트레이너를 갖추고 있다. 이들이 잘 관리해줄 것이다. 그들은 내 상태를 알고 있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팔 상태는 예전보다 좋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제 다 지난 일이다. 오프시즌 기간 훈련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재활을 해야했던 그는 거의 격리된 상태에서 재활을 받았다. 고령의 부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들과도 만남을 갖지 못했다. 그는 "마운드에 오를 때 정말 기쁠 거 같다"며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사용 구종에도 변화가 있었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투심 패스트볼을 이적 이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던지지 않던 커브도 구사했다.
이적 후 레퍼토리에 변화를 준 것에 대해서는 "압박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었고, 좋은 정보들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진화의 일종이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은 통하지 않았다. 2019시즌 후반기에는 몸 상태가 별로였음에도 레퍼토리에 대한 느낌은 정말 좋았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조금 더 일찍 깨달았어야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처는 피츠버그 이적 이후 부상과 구종 선택 실패로 부진을 경험했다. 사진=ⓒAFPBBNews = News1그는 "투심 패스트볼은 이제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예전 레퍼토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피장타율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오늘날의 타자들의 스윙에 전혀 맞지 않는 공이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이전부터 의존해왔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전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중인 그가 탬파베이를 택한 것은 단순히 그가 전성기를 함께한 팀이여서만은 아니다. 그는 "이기는 문화의 일원이 되고싶다"며 탬파베이를 택한 이유를 선택했다.
그가 몸담았던 예전의 탬파베이는 약체였다. 2016시즌에는 시즌 최다인 19패를 당하기도했다. 그러나 그가 떠난 이후 탬파베이는 강해졌다. 지난 시즌에는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그는 "에너지가 넘친다. 프런트부터 코치진, 트레이너, 필드위까지 모든 것이 좋다"며 탬파베이의 현재 분위기를 칭찬했다. "내가 뛸 때 막 계약했던 완더 프랑코도 기대되고, 나와 팀을 맞바꾼 바즈도 기대된다. 최지만이 뛰는 모습을 정말 좋아한다. 포수 마이크 주니노는 내가 이 팀을 택한 이유중 하나다. 여기에 케빈 키어마이어라는 리그 최고의 중견수가 있다. 정말 좋은 환경, 좋은 분위기다. 이곳의 일원이 되고싶다"며 달라진 팀 분위기에 대해 극찬했다. "나는 경쟁이 치열한 지구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을 원했고, 나에게 가장 좋은 기회가 주어질 팀을 원했다. 탬파베이는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말을 이었다.
아처가 '잃어버린 2년'을 되찾고 탬파베이의 상승세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일단 달라진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에릭 닌더 단장은 "재활이 잘 진행됐다. 개막전부터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처가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닌더는 "5일마다 선발로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우겠지만, 이번 시즌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유연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아처의 활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200이닝같이 구체적인 수치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개막을 건강하게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어떻게 흘러갈지 보겠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그저 나가서 잘 싸우는 것뿐"이라며 기대치도 전했다.
찰리 모튼, 블레이크 스넬이 모두 이탈한 현재 상황에서 경험많은 선발의 합류는 팀 전체에 도움이 될만한 요소다. 닌더는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베테랑이 팀에 기여할 내용에 대해 말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한가운데로 가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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