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야스마니 그랜달이 아메리칸리그로 향한다. 데뷔 후 줄곧 내셔널리그에서 뛰었던 그랜달은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하게 됐다. 화이트삭스는 그랜달을 데려오기 위해 팀 역대 최다규모인 4년 73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줬다.
지난 겨울 그랜달은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1790만)를 거절하고 야심차게 FA 시장에 나왔다. 뉴욕 메츠로부터 4년 6000만 달러 제안을 받았지만, 더 좋은 조건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랜달의 기대치가 드러나자 관심을 보인 팀들은 부담스러워했다. 이에 대체 선수들을 찾아나섰고, 그랜달의 입지는 금방 줄어들었다. 결국 그랜달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밀워키와 1년 계약(1825만)을 맺었다.
한 번 더 FA를 준비한 그랜달은 절치부심했다.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올스타 시즌을 만들었다(153경기 .246 .380 .468). 거의 모든 타격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특히 내셔널리그 두 번째로 많은 볼넷 109개를 골랐다. 109볼넷은 단일 시즌 포수 5위 기록이기도 했다.
단일 시즌 포수 최다볼넷
125 : 진 테너스(1977)
122 : 미키 테틀턴(1992)
121 : 대럴 포터(1979)
117 : 대런 돌튼(1993)
109 : 딕 디츠(1970)
109 : 야스마니 그랜달(2019)
수비도 건재했던 그랜달은 포수 승리기여도(fWAR)에서 J T 리얼뮤토에 이은 2위에 올랐다(리얼뮤토 5.7, 그랜달 5.2). 자신을 둘러싼 의심을 지우기엔 충분했다. 그랜달은 2020년 옵션(1600만)을 해지하고 다시 시장에 나왔다. 원 소속팀 밀워키를 비롯해 토론토 신시내티 에인절스 애틀랜타 등이 관심을 드러냈다.
2015년 이후 포수 승리기여도
24.9 : 그랜달
22.4 : 포지
17.3 : 리얼뮤토
14.0 : 플라워스
12.5 : 마틴
11.9 : 몰리나
11.6 : 서벨리
화이트삭스는 그랜달에게 2023년까지 올해와 같은 연 평균 1825만 달러를 보장했다. 수상 경력에 따라 보너스가 있는데, 모두 챙기면 해마다 40만5천 달러가 더 늘어난다(우주의 기운이 몰려야 한다). 전 구단 트레이드 거부권은 첫 시즌 이후 특정 팀으로 축소된다. 브라이언 매캔, 러셀 마틴, 야디에르 몰리나의 계약이 기준이었던 그랜달은 결과적으로 두 번의 FA를 거쳐 5년 9125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실 화이트삭스는 지난 겨울 그랜달을 노렸던 팀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요구하자, 제임스 매캔(1년 250만)을 잡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다.
매캔은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복권 당첨이었다. 디트로이트 마지막 3년간 성적이 .231 .285 .359에 그쳤던 매캔은 논텐더 방출을 당했다. 그런데 올 시즌 화이트삭스의 주전 포수로 올라서면서 118경기 .273 .328 .460(18홈런)을 기록했다.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는데, 화이트삭스가 매캔의 성적을 믿지 않았다. 매캔은 .316 .371 .502로 펄펄 날았던 전반기 인플레이 타율(BABIP)이 무려 0.408였다. 이 환상은 BABIP가 .299로 내려온 후반기에 곧바로 무너졌는데(.226 .281 .413) 이로 인해 화이트삭스는 또 다른 요행수를 바라지 않았다.
화이트삭스가 그랜달을 영입한 결정적인 이유는 수비다. 매캔과 웰링턴 카스티요가 포수 마스크를 나눠썼던 화이트삭스는 수비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는 일이 많았다. <팬그래프> 디펜스 지수는 -10.4로 최하위,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가 프레이밍/블로킹/송구력을 합산한 FRAA(Fielding Runs Above Average)는 -26.9로 전체 29위였다(30위 볼티모어 -29.3). 시즌 중반 데뷔한 팀 최고 포수 유망주 잭 콜린스(24)도 수비에서는 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DRS -4).
그랜달은 화이트삭스가 포수 수비에서 받은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다. 비록 2018년 포스트시즌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남겼지만, 그랜달의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이다(그랜달은 2018년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첫 3이닝 안에 실책 두 개와 패스트볼 두 개를 범한 최초의 포수가 되는 오명을 썼다).
그랜달의 전매특허는 단연 프레이밍이다. 안정된 미트질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늘리는 기술이다. <스탯캐스트>는 프레이밍이 경기 득실점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Runs Extra Strikes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부문에서 그랜달은 +13으로 오스틴 헤지스(+20)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반면 화이트삭스 매캔은 -16으로 2000구 이상 공을 받은 포수 32명 중 32위였다.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은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이미지). 이 중에서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이 갈리는 곳은 셰도우(shadow) 구간이다.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에 따르면 이 셰도우 구간이 추가 스트라이크에 기여하는 비율이 86%로 가장 월등하다.
그랜달은 이 셰도우 구간을 잘 활용하는 포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화이트삭스 포수들은 그렇지 못했다. 올 시즌 밀워키는 셰도우 구간 스트라이크 판정이 보스턴(2602구) 애리조나(2524구) 다음으로 많았는데, 화이트삭스는 메이저리그 전체 가장 적었다(2110구). 반대로 화이트삭스는 셰도우 구간에서 볼 판정을 받은 공이 텍사스와 볼티모어(이상 2714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2693구, 밀워키 2382구 최소 11위). 투수 제구력에 의한 차이도 있겠지만, 포수 프레이밍도 분명 무시할 수 없다. 한편 그랜달은 프레이밍 포수의 약점인 블로킹 문제를 올해 어느 정도 보완했다.
타선도 한층 힘이 생겼다. 그랜달은 현재 4년 연속 20홈런을 이어오고 있는 유일한 포수다(27-22-24-28홈런). 내셔널리그 포수가 4년 연속 20홈런을 넘긴 것은 브라이언 매캔(2008-16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그랜달은 유인구를 참으면서 볼넷률이 크게 증가했는데(17.2%) 마침 화이트삭스는 볼넷률이 가장 낮은 팀이었다(6.3%). 달리 말해 그랜달은 수비에서는 볼넷을 줄여줄 수 있고, 공격에서는 볼넷을 늘여줄 수 있다.
화이트삭스는 2008년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 오랜 암흑기를 보냈다. 리빌딩이 시작됐지만 끝이 보이질 않았다. 화이트삭스가 11년 연속 가을의 방관자가 되는 사이, 컵스는 네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고 염소의 저주도 벗어났다. 같은 지역이지만 두 팀의 온도 차는 컸다.
올해 화이트삭스는 7년 연속 5할 승률에 실패했다. 그러나 루카스 지올리토(14승9패 3.41)와 요안 몬카다(.315 .367 .548)가 성장했고, 일로이 히메네스와 딜란 시즈 같은 유망주들이 데뷔전을 치렀다. 팜에는 루이스 로버트(21)와 닉 마드리갈(22)이 대기 중이며, 토미존 수술을 받은 마이클 코펙(23)도 돌아올 예정이다.
화이트삭스는 호세 아브레유가 퀄리파잉 오퍼(1780만)를 수락하면서 팀에 남았다. 몬카다가 발전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준 아브레유는 팀의 정신적 지주다. 아브레유 몬카다와 같은 쿠바 출신인 그랜달은 또 다른 활력소가 되어줄 수 있다. 또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진출한 경험도 화이트삭스에 필요한 부분이다.
도약을 준비하는 화이트삭스는 공수에서 전력 상승을 이끌어냈다. 릭 한 단장은 그랜달 영입이 끝이 아니라고 밝혔다. 끊임없는 탱킹으로 조용했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MLB 스토브리그(11.29)- 전문기자 칼럼 (0) | 2019.11.29 |
---|---|
MLB 휴스턴발 충격에 빠지다(11.28)- 전문가 칼럼 (0) | 2019.11.28 |
류현진 관련소식(11.26)- 전문가 칼럼 (0) | 2019.11.26 |
2019 KBO 리그 개인수상자(11.25)- 전문기자 칼럼 (0) | 2019.11.25 |
2020 명예의 전당 후보자(11.23)- 전문가 칼럼 (0) | 2019.11.2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