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MLB 휴스턴 사인 훔치기에 대한 징계(01.16)- 전문가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1. 16. 00:16

본문

728x90

제프 르나우 전 휴스턴 단장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휴스턴 사인 훔치기와 관련된 징계가 어제 발표됐다. 롭 맨프렌드 커미셔너는 장문의 성명서를 통해 사건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우선 사무국이 총동원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휴스턴은 2017시즌 초반 비디오 리플레이 룸에서 상대 팀 사인을 파악했다. 알아낸 사인은 선수들에게 전달됐는데, 휴스턴은 이 과정을 보다 간단히 하려고 노력했다. 구장 센터필드에 설치된 카메라를 곧바로 들여다볼 수 있는 별도의 모니터를 설치한 것이다(구장 센터필드 카메라는 선수 개발을 목적으로 사무국 허가 하에 갖춰진 장비다).

 

이렇게 사인을 훔치면 각종 방법을 동원해 타자에게 전달했다. 그 해 에반 개티스와 대니 파쿠어의 맞대결 때 쓰레기통을 치면서 전한 신호가 하나의 예다.

 

정규시즌만 해온 줄 알았던 이 사인 훔치기는 포스트시즌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보스턴이 전자 장비를 이용해 사인을 훔친 것이 적발됐는데, 사무국은 그 해 9월 모든 구단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날렸다. 당시 보스턴은 벌금으로 끝났지만 이후 위반하는 팀은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멈추지 않았다. 2017-18년 단장 미팅과 20183월 조 토레 사무국 야구 총괄 책임자가 보낸 서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쓰레기통을 치는 직접적인 방법만 중단했을 뿐 리플레이 룸에서 물밑 작업은 계속 이루어졌다. 휴스턴이 사인 훔치기를 관둔 것은 2018시즌 중반으로, 이는 어떠한 윤리적 딜레마에 부딪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사무국은 수십 명의 목격자와 수천 통의 연락 수단, 영상과 사진을 수집했다. 마이크 파이어스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 휴스턴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사인 훔치기에 가담했다. 최고참 카를로스 벨트란이 적극적으로 주도했고, 벤치 코치 알렉스 코라가 모든 상황을 지휘했다. A J 힌치 감독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묵과한 것이 그릇된 일이었다(힌치는 반대하긴 했다). 제프 르나우 단장 역시 마찬가지. 한편 짐 크레인 구단주는 이번 사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사무국은 지휘관 두 명에게 책임을 물었다. 르나우 단장과 힌치 감독에게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올해와 내년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을 몰수했으며, 리그 역사상 최고액인 벌금 500만 달러를 선고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부과한 가장 강력한 징계였다.

 

실제로 1년 이상 자격 정지를 당한 메이저리그 감독은 힌치 이전 두 명밖에 없었다. 1947년 리오 듀로서와 1989년 피트 로즈였다. 듀로서와 로즈의 죄목은 도박이었다. 재키 로빈슨이 인종 차별과 싸우던 시절 브루클린 다저스를 맡았던 듀로서는 징계가 끝나자 뉴욕 자이언츠 감독으로 복귀했다. 감독으로서 승승장구했던 듀로서는 1994년 베테랑 위원회 투표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공교롭게도 1951년 세계에 울려 퍼진 한 방이 사인 훔치기 의혹을 받았던 자이언츠 시절 감독이 듀로서다). 반면 자신의 팀에 돈을 걸었다가 영구제명이 된 로즈는 아직 복권되지 못하고 있다.

 

팀 명예를 더럽힌 힌치와 르나우는 결국 징계가 나온 직후 경질됐다. 크레인 구단주는 단장과 감독이 공석인 채로 시즌을 맞이할 생각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사건의 중심에 있진 않았지만 팀을 방치한 행동은 용서받지 못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 힌치와 달리 르나우(사진)는 마지막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사기꾼(cheater)이 아니다"고 부정한 르나우는 "나와 함께 야구쪽 일을 했던 동료들은 나의 진실성을 증언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모르쇠로 일관한 르나우는 모든 잘못을 현장 관계자들에게 돌렸는데, 내부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한 점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비겁한 상관의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르나우와 힌치에게만 잘못을 전가한 것은 의아하다. 알렉스 코라의 징계는 보류됐다고 해도 정작 주범인 선수들이 한 명도 없는 것은 개운하지 못하다(코라는 2018년 보스턴의 조사가 마무리된 뒤 징계가 나올 예정). 심지어 대표로 지목된 벨트란도 징계를 피한 상태다. 허공에 방망이를 휘두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다.

 

2011-13년 연속 100패를 당하면서 오욕의 시대를 보낸 휴스턴은 2015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냈다. 그리고 2년 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뤄내면서 휴스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는 7차전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2017-19년 연속 100승을 넘어서면서 강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모든 팀이 휴스턴이 걸었던 길을 뒤따르면서 휴스턴은 리빌딩을 상징하는 팀이 됐다. 그러나 올바른 길이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선망의 대상이 믿음을 저버리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징계로 사태가 일단락이 됐다고 해도 휴스턴을 향한 비난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 소집일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휴스턴은 다시 밑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하루 아침에 잃어버린 선장부터 찾아야 한다. 내부 인사부터 외부 인사까지 고루 언급되고 있지만 누가 독이 든 성배를 마실지는 알 수 없다. 참고로 개막전 연봉이 2억 달러가 넘어간 휴스턴은 최초로 사치세 부담이 우려되는 시즌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인 훔치기는 불법이 아니라고. 훔친 팀보다 훔쳐진 팀이 어리석다는 논리가 있었다. 첨단 장비를 두고 과거의 수법을 이어가는 것이 더 답답하다는 진술이 있었을 정도다.

 

이러한 인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승리 이전에 정정당당한 승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휴스턴 한 팀으로만 끝이 나서는 안된다. 승리 지상주의가 만연해진 메이저리그 전체에 경종이 되어야 한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