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개막전이 어느덧 두 달도 남지 않았다(3월27일). 선수들의 행선지가 이전보다 일찍 정해지면서 각 팀들의 시즌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휴스턴 보스턴 메츠 제외).
남은 관심사였던 FA 외야수 세 명도 거취를 결정했다. FA였던 마르셸 오수나(29)와 니콜라스 카스티야노스(27)가 계약을 했고, 스탈링 마르테(31)는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세 선수 모두 새로운 팀에서 다가오는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맹수들이 떠난 정글에서 잠시나마 왕 노릇을 했던 카스티야노스(사진)는 세 번째 보금자리를 구했다. 당초 텍사스가 구애를 보냈지만, 결국 타협에 실패. 신시내티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더니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카스티야노스는 연평균 1600만 달러에 해당하는 4년 6400만 달러 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내년 시즌 연봉은 1400만 달러지만, 2024년 상호 옵션을 구단에서 해지하면 200만 달러 바이아웃이 있다(2024년 2000만). 5년차 옵션이 실행되면 5년 8400만 달러로 규모가 확대되는 카스티야노스는 계약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카스티야노스의 계약은 이번 겨울 신시내티가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 계약을 안겨준 마이크 무스타커스와 비슷하다. 역시 총 계약 규모가 4년 6400만 달러인 무스타커스는 연봉 구조와 바이아웃(400만)은 다르지만, 5년차 팀 옵션이 카스티야노스와 마찬가지로 2000만 달러다. 두 선수에게만 1억 달러를 넘게 쓴 신시내티는 이번 겨울 FA 지출액이 1억6400만 달러다. 참고로 지난 10년간 신시내티의 FA 지출액은 1억21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적었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와 시카고 컵스를 오갔던 카스티야노스는 현역 최고의 좌완 킬러. 2018-19년 좌완 상대 OPS 1.066은 제이디 마르티네스(1.183) 놀란 아레나도(1.116) 알렉스 브레그먼(1.073)에 이은 전체 4위(250타석). 좌완 상대 타율 0.376는 같은 조건을 충족한 143타자 중 최고 기록이다.
2018-19년 좌완 상대 타율 순위
0.376 : 니콜라스 카스티야노스
0.371 : 제이디 마르티네스
0.359 : 아지 알비스
0.351 : D J 르메이휴
0.342 : 놀란 아레나도
0.333 : 호세 아브레유
신시내티는 좌완을 상대로 공격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다(.251 .328 .402). 좌완 상대 팀 조정득점생산력(wRC+)이 88로 전체 24위였다. 좌완에게 때려낸 평균 타구속도 86.1마일도 전체 최하위(캔자스시티 86.1마일). 카스티야노스는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와 함께 우타석에서 밸런스를 잡아줄 것이다(좌투수에게 강한 타자가 내셔널리그 중부에 남게 된 것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선발 경쟁을 해야하는 좌완에게 희소식은 아니다).
카스티야노스가 연평균 2000만 달러를 받지 못한 것은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수비 때문이다. 3루수로 실패한 카스티야노스는 외야수로 변신. 그러나 폭탄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폭발 위험은 그대로였다. 2017-19년 외야수 디펜시브런세이브 -35는 애덤 존스와 찰리 블랙몬(이상 DRS -41)만이 더 나빴다(2500이닝). <스탯캐스트>가 측정하는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OAA)에서도 한 번도 플러스 수치를 받은 적이 없었다(도합 -33)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수비 효율이 카스티야노스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신시내티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소속이다. 카스티야노스를 타석에 세우려면 외야수로 내보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신시내티 투수진의 특성이다. 지난해 신시내티는 플라이볼보다 땅볼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땅볼 비율이 전체 6번째로 높았고(44.3%) 플라이볼 비율은 5번째로 낮았다(34.1%). 이 전략이 올해도 이어진다면 카스티야노스에게 향하는 타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해 카스티야노스는 컵스로 오고나서 더 불방망이를 휘둘렀다(51경기 .321 .356 .646 16홈런). 기술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동기부여가 생긴 덕분이었다. 카스티야노스는 메이저리그 팀들이 고의적으로 패배하는 탱킹에 반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신시내티는 남은 과제가 있지만(포지션 정리) 올해 더 적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분위기다. 카스티야노스는 이러한 경쟁을 즐기는 선수다.
당초 신시내티가 노렸던 외야수는 마르셀 오수나다. 그러나 아키야마 쇼고(31)를 붙잡으면서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오수나는 여전히 세인트루이스를 선호한다고 알려졌는데, 애틀랜타라는 의외의 팀을 선택했다.
퀄리파잉 오퍼(1780만)를 거절하고 나온 오수나는 다년 계약을 원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카스티야노스가 좌완 킬러라면 오수나는 그 반대였다. 2018년 .314 .362 .533였던 좌완 상대 성적이 지난해 순식간에 달라졌다(.217 .270 .482). 후반기 부진(52경기 .219 .327 .411)으로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나치게 홈런을 노리다 보니 헛스윙률은 데뷔 후 가장 높았다(27.6%).
오수나는 애틀랜타의 1년 1800만 달러 계약을 받아들였다.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다년 계약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조시 도널슨이 애틀랜타를 기회의 땅으로 삼았다. 애틀랜타와 1년 계약을 맺었던 도널슨은 지난해 활약(.259 .379 .521 37홈런)을 발판으로 올해 4년 9200만 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애틀랜타가 바라는 시나리오도 오수나가 도널슨의 행보를 걷는 것이다. 도널슨 계약이 전해지자 오수나를 데려온 알렉스 앤소폴로스 단장은 오프시즌 내내 오수나와 접촉했다는 말로 대체성 영입은 부정했다.
애틀랜타도 신시내티처럼 외야수가 급한 팀은 아니다. 확실한 주전 로날드 아쿠냐를 중심으로 엔더 인시아테와 닉 마카키스, 애덤 듀발 등이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오수나의 합류로 한 자리를 두고 나머지 선수들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앤소폴로스는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의 몫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오수나는 타선에서 도널슨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지난해 프리먼 뒤에서 4번 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해준 도널슨은 애틀랜타가 공포의 상위 타선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오수나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폴 골드슈미트 뒤에 나왔던 4번타자. 그러나 두 선수는 기대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오수나는 2017년 마이애미 시절 4번 타자로 출장한 113경기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적이 있다(.306 .372 .536 25홈런). 2017년 마이애미 3번 타자는 아직 껍질을 깨기 전인 크리스찬 옐리치였다. 당시 옐리치는 콘택트 능력이 출중한 좌타자라는 점에서 프리먼과 비슷하다.
지난해 오수나는 타구의 질만 보면 잘 풀리지 않은 시즌이었다. 평균 타구속도 91.8마일과 발사각도 13.5도는 이상적인 조화였다. 이에 오수나는 기대 타율이 0.288, 기대 장타율이 0.548였다. 타구속도 95마일 이상 타구 비중이 49.2%였던 것은 도널슨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도널슨 타구속도 92.9마일, 발사각도 13.3도, 95마일 이상 타구 비중 50.0%). 올해 당장 제2의 도널슨이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승리하는 팀이 되려면 클럽하우스 분위기도 중요하다. 애틀랜타처럼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팀은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앤소폴로스가 오수나에게 주목한 또 다른 점은 융화력이었다. 팀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선수라고 내다봤다. 비록 도널슨 쟁탈전은 승리하지 못했지만, 도널슨이 될 수 있는 선수를 데리고 왔다.
시장에 남은 주요 외야수 (ESPN FA 순위)
33. 카메론 메이빈
42. 헌터 펜스
43. 야시엘 푸이그
47. 벤 조브리스트
오프시즌 초반부터 트레이드 소문이 나돌았던 스탈링 마르테는 애리조나로 이적했다. 애리조나는 두 명의 유망주와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 25만 달러를 주고 마르테를 데려왔다. 피츠버그는 마르테와 함께 현금 150만 달러를 보냈다.
마르테는 2013년 피츠버그의 5할 시즌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낸 주역 중 한 명. 2013-16년 기록한 148도루는 빌리 해밀턴(184도루) 디 고든(162도루) 호세 알투베(159도루) 다음으로 많았다. 2016년 첫 올스타 시즌을 선보였는데(.311 .362 .456) 이듬해 근육 강화제 난드롤론 복용 사실이 적발됐다(80경기 징계). 복귀 후 2년 연속 20홈런 20도루를 해냈지만, 마르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애리조나는 마르테의 가세로 고민을 덜어냈다. 마르테가 중견수를 맡아주면서 케텔 마르테를 2루수에 고정할 수 있게 됐다. 헤이즌 단장은 케텔 마르테가 2루 수비만 집중하면 골드글러브급 2루수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마르테는 DRS에서 중견수 수치가 더 좋았지만, OAA는 2루수 수치가 더 좋았다). 애리조나는 2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거머쥔 유격수 닉 아메드가 있다. 여기에 수비 부담이 줄어든 2루수 케텔 마르테와 풀타임 중견수 스탈링 마르테를 앞세워 굳건한 센터라인을 꾸릴 예정이다.
타석에서도 마르테 듀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빠른 발을 가진 스탈링 마르테는 리드오프로 애리조나의 돌격대가 될 것이다. 1번 마르테가 상대를 정찰하면 2번 마르테가 뒤이어 침투하는 그림이 나와줘야 한다. 지난해 공격에서 일취월장한 2번 마르테(.329 .389 .592 32홈런)는 반짝 활약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할 시즌이다.
리빌딩에 돌입한 피츠버그는 유격수 리오버 페게로(19)와 우완 브렌넌 말론(19)을 받아왔다. 운동 능력이 남다른 페게로는 지난해 루키리그 최고 유망주 출신이며(.364 .410 .559) 말론은 지난해 드래프트 전체 33순위로 뽑혔다. 당장 메이저리그 승격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팀을 이끌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유망주들이다.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한 애리조나는 공격 수비 주루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를 추가했다. 필요한 포지션을 채우면서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조용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다저스와의 격차가 어느 정도로 줄었을지 궁금해진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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