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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된 해적선 피츠버그의 몰락(02.10)- 전문가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2. 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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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피츠버그 파이러츠 감독 클린트 허들

 

 

2011727. 피츠버그 파이러츠는 6시간39분이 걸린 19회 연장전을 패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고약했다.

 

19회말 1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애틀랜타 투수 스캇 프록터는 3루수 페드로 앞으로 가는 땅볼을 쳤다. 홈으로 뛰어든 훌리오 루고는 알바레스의 정확한 송구에 홈플레이트를 밟기도 전에 태그를 당했다.

 

하지만 그 순간,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제리 밀스 주심이 득점을 선언함으로써 경기가 끝난 것이다. 피츠버그 선수들과 클린트 허들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비디오 리플레이도 없었던 당시로서는 억울함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전날까지 5347패를 기록하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NL 중부 공동선두였던 피츠버그는 이후 1943패에 그쳤다. 최종 7290.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가지고 있던 16년 연속 5할 승률 실패(1933~1948) 미 프로스포츠 최고기록을 19년으로 늘렸다.

 

2012년에도 5할 승률에서 2승이 모자랐던 피츠버그는(7983) 20139468패를 기록함으로써 배리 본즈 시대(1990~19923년 연속 NLCS 진출)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해적선장 앤드류 매커친의 든든한 활약(.317 .404 .508 21홈런 27도루)과 함께 '탈 양키스'에 성공한 A J 버넷이 로테이션을 끌어줬으며(2012202.1이닝 16103.51, 2013191.0이닝 10113.30) 2011년 전체 1순위 지명선수인 게릿 콜은 '양키스 출신' 버넷을 우러러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콜이 7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의 1-0 승리를 이끈 경기에서, 피츠버그는 1992년 이후 처음으로 82승째를 거뒀다.

 

없는 살림에도 21700만 달러 계약으로 러셀 마틴을 잡은 것도 주효했다. 다저스(2006 2008-2009)와 양키스(2011-2012)에서 5번의 포스트시즌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마틴은 프레이밍의 중요성에 대해 가장 먼저 자각한 포수 중 한 명이었다. 마틴의 첫 해인 2013, 피츠버그가 2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마틴은 2015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해 그 해 토론토의 2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피츠버그의 설계자는 2008년부터 팀을 이끈 닐 헌팅턴 단장이었다. 부임하자마자 짐 트레이시 감독을 해고한 헌팅턴은 2009년 콜로라도 감독에서 퇴진하고 텍사스 타격코치로 1년을 보낸 클린트 허들을 2011년 감독으로 임명했다.

 

헌팅턴의 핵심 전략은 수비 그리고 땅볼이었다. 헌팅턴은 자신이 부임했을 때 한 명도 없었던 상근직 비디오 분석 요원을 5명으로 늘렸다. 그리고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기고가였던 댄 폭스와 함께 공격적인 시프트에 나서는 수비 전략을 짰다. 그 결과 2010년 메이저리그 30, 201125위였던 피츠버그 투수진의 인플레이 피안타율은 201210위를 거쳐 20135위가 됐다. 진짜 '수비로 일낸' 팀은 2010년 시애틀이 아닌 2013년 피츠버그였다.

 

피츠버그의 땅볼-시프트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싱커 전도사' 레이 시라지 투수코치 덕분이기도 했다.

 

로이 할러데이를 교본으로 삼아 찰리 모튼을 '그라운드 척'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시라지는 양키스에 시절 떨어지지 않았던 버넷의 싱커를 다시 떨어지게 했으며, 20126125.34에 그쳤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에게 새 생명을 줬다(2013161이닝 1683.02, 2014162.1이닝 7103.38, 2015186.2이닝 1273.38). 2014년 에딘손 볼케스(192.2이닝 1373.04)2015시즌 중반 J A (11경기 721.85)까지. 시라지의 피츠버그는 샌디에이고를 제치고 최고의 투수 재활원이 됐다.

 

주력 타자들을 장기 계약으로 묶는 데 성공한 피츠버그는 2015년 강정호를 영입해 내야에 부족한 파워를 채웠고, 양키스 출신 프란시스코 서벨리와 크리스 스튜어트로 마틴의 포수 공백을 메웠다.

 

와일드카드 단판 경기에서 2년 연속으로 만난 투수가 2014년 매디슨 범가너(9이닝 10K 4안타 1볼넷 무실점)2015년 제이크 아리에타(9이닝 11K 5안타 무볼넷 무실점)였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 20-27-25위 연봉으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2013~2015) 진출에 성공한 피츠버그는 내셔널리그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전략이 분석되고 모방되는 사이 메이저리그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탬파베이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LA 다저스 사장)이 주도한 하이 패스트볼 전략이 싱커-땅볼 유도 전략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었던 것. 싱커가 유행함에 따라 타자들은 어퍼스윙을 가지고 나왔고, 어퍼스윙을 잡기 위해 포심을 높게 던지는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싱커/투심의 피안타율 변화

 

2014 - 0.285

 

2015 - 0.291

 

2016 - 0.292

 

2017 - 0.296

 

휴스턴으로 건너간 게릿 콜은 싱커를 버린 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올라섰으며(2018200.1이닝 1552.88, 2019212.1이닝 2052.50) 탬파베이의 포심 전략에 적응한 상태였던 크리스 아처는 싱커를 던지라는 시라지 코치의 주문을 소화하지 못했다(피츠버그 33경기 6124.92).

 

설상가상으로 아처 영입에 지불한 타일러 글래스나우(2019611.78)와 오스틴 메도스(2019.291 .364 .558 33홈런 89타점)는 탬파베이의 미래가 됐다. 다니엘 허드슨, 드류 허치슨 등 시라지 코치가 개조해 보겠다고 나섰던 투수들도 성공하지 못했다.

 

 

 

 

타선에도 문제가 생겼다. 2016103경기 21홈런을 기록하며 '업그레이드 페드로 알바레스'를 기대했던 강정호가 이탈했으며, 매커친에게도 노쇠화가 찾아왔다. 조시 해리슨의 2014시즌(.315 .347 .490)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2015년 대활약한 프란시스코 서벨리(.295 .370 .401)33100만 달러 연장 계약과 함께 부상이 시작됐다(NL 득점 순위 - 20144, 20154, 20166, 201713).

 

2019년 피츠버그는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다(2420). 트레버 윌리엄스(5경기 112.59) 크리스 아처(3경기 12.00) 제이미슨 타이욘(5경기 123.12) 조 머스그로브(6경기 121.54) 조던 라일스(8경기 411.98)가 모두 좋은 스타트를 끊으며 시라지의 반격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강 로테이션의 꿈은 이들의 집단 부진과 함께 끝났다. 이 과정에서 20102순위 지명 선수인 제이미슨 타이욘(1순위 브라이스 하퍼, 3순위 매니 마차도)의 잇딴 부상은 콜 이후를 책임질 것으로 생각했던 피츠버그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눈부신 전반기(.302.376 .648)를 통해 새로운 선장이 되는 듯했던 조시 벨의 후반기는 참담했으며(.233 .351 .429) 너무 높은 가격을 매기는 바람에 7월 트레이드가 무산된 펠리페 바스케스의 (입에도 담기 힘든) 불미스런 사건은 결국 200710월에 부임한 닐 헌팅턴 단장과 2010년 메이저리그 투수코치로 승격된 레이 시라지, 2011년 감독에 부임한 클린트 허들이 모두 교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피츠버그는 보스턴에서 단장을 맡은 4년 동안(2012~2015)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만들어냈지만 나머지 세 시즌은 모두 지구 꼴찌였던 벤 셰링턴을 단장으로 데려왔다. 핸리 라미레스-파블로 산도발 계약으로 인해 실각했던 셰링턴은 보스턴을 최고의 팜으로 만들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탬파베이에서 타격코치로 장수한 후(2010~2016) 2017년 토론토의 퀄러티 콘트롤 코치, 2018-2019년 미네소타의 벤치코치로서 높은 평가를 받은 데릭 셸턴(49)을 감독에 앉혔다.

 

피츠버그에 필요한 것은 저 연봉 팀의 돌파구가 되어줄 수 있는 새로운 철학 또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머니볼이 카피를 당한 후 강력한 플래툰/포지션 공유 시스템을 통해 다시 일어선 오클랜드, 프리드먼-조 매든과 작별 후 다시 90승 팀으로 돌아온 탬파베이가 피츠버그의 롤 모델이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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