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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타임과 크리스 브라이언트(02.09)- 전문가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2. 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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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류현진과 동료가 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이번 겨울은 선수 104명이 총 2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만들어냈다. 네 선수가 1억 달러 돈방석에 앉았고, 6명이 연평균 2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연평균 2000만 달러 계약자

 

3600: 게릿 콜 (932400)

 

3500: 앤서니 렌돈 (724500)

 

3500: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724500)

 

2360: 잭 윌러 (511800)

 

2300: 조시 도널슨 (49200)

 

2000: 류현진 (48000)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FA)는 모든 선수에게 주어지는 자격이 아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메이저리그 서비스타임 6년을 충족해야 한다. 서비스타임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로스터 혹은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일수를 의미한다.

 

2018년부터 휴식이 나흘 늘어나면서 187일 시즌이 된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 서비스타임 172일이 주어진다. 이 서비스타임을 3년 이상 채우면 FA가 되기 전까지 연봉 조정 자격이 생긴다. 한편 서비스타임을 2년 이상 충족한 선수들 중 상위 22%는 연봉 조정 자격을 앞당겨주기도 한다. 이를 슈퍼2라고 부른다.

 

이렇듯 서비스타임은 선수와 구단에게 모두 중요하다. 선수는 빨리 인정받아야 할 출석일수이며, 구단은 최대한 늦게 줘야 할 졸업장이다. 특히 최근 유망주 가치가 높아지면서 서비스타임 관리는 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사진)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개막전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두 선수 모두 타고난 재능을 갖춘 유망주들로, 마이너리그보다 메이저리그에 어울리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타티스가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간 반면 게레로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샌디에이고는 2019시즌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매니 마차도를 103억 달러에 영입하면서 리빌딩이 끝을 향해 달려갔다. 샌디에이고가 깜짝 돌풍을 일으키려면 시즌 초반 분위기가 중요했다. 이에 훗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더라도 타티스를 개막전부터 기용하기로 결정했다(이 과정에서 마차도가 타티스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트리플A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A J 프렐러 단장은 마음만 먹으면 타티스를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렐러는 전적으로 야구에 관해서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20살 타티스는 개막전에 나선 최연소 샌디에이고 선수가 됐다.

 

토론토는 샌디에이고와 사정이 달랐다.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었기에 급할 것이 없었다. 게레로를 개막전부터 내보낸다고 해도 판도를 바꾸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데뷔를 미루는 것이 훗날을 도모하는 팀 입장에서 이득이었다. 마침 게레로는 복사근 부상 때문에 스프링캠프 경기 출장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6경기 .211 .250 .316). 로스 앳킨스 단장은 기다렸다는 듯 게레로가 3루 수비 훈련도 더 필요하다는 말을 보탰다.

 

게레로는 작년 427일에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올라오기 전 트리플A 9경기 성적은 .367 .441 .700(3홈런)이었다. 그러나 단 몇 주만에 3루 수비가 좋아질 리는 없었다. 게레로는 메이저리그 평균 성공률 86% 타구들을 78%밖에 처리하지 못했고, OAA(Outs Above Average) -16으로 내야수 최하위에 그쳤다.

 

게레로는 여전히 수비가 미숙했지만 4월말이 되자 곧바로 승격됐다. 게레로를 가로막은 장애물은 수비가 아니었다. 토론토는 게레로의 수비가 좋아지길 기다린 것이 아니라 서비스타임 1년을 채우지 못하는 시점을 기다린 것이다. 지난해 타티스의 서비스타임은 1년치에 해당하는 172일이었다. 그러나 게레로의 서비스타임은 157일이 기록됐다. 이로 인해 타티스는 2025, 게레로는 2026년에 FA 자격을 얻는다.

 

게레로와 비슷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08년 에반 롱고리아(170) 2009년 릭 포셀로(170) 2012년 브라이스 하퍼(159) 2014년 조지 스프링어(166) 2018년 로날드 아쿠냐(159)도 첫 시즌 서비스타임에서 피해를 입었다.

 

가장 억울한 선수는 2015년 크리스 브라이언트다. 2013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자인 브라이언트는 대학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골든스파이크상과 딕 하우저 트로피를 모두 수상했고,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이언트는 직접 증명했다. 2013년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20경기 .364 .457 .727 6홈런). 프로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2014년에도 더블A와 트리플A를 차례로 격파했다(도합 138경기 .325 .438 .661 43홈런 110타점). 2014년 올해의 마이너리그 선수로 뽑혔던 브라이언트는 마지막 시험대인 스프링캠프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14경기 .425 .477 1.175 9홈런).

 

하지만 컵스는 브라이언트에게 마이너리그행을 지시했다. 아직 더 발전해야 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모두가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브라이언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길길이 날뛰었고, 선수 노조 역시 비즈니스적인 결정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 상황을 아쉬워했다.

 

예상대로 브라이언트의 메이저리그 승격은 4월을 넘기지 않았다. 브라이언트는 컵스의 시즌 9번째 경기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트리플A에서 준비 운동만 하고 올라온 브라이언트는 성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지웠다. 브라이언트가 결장한 경기는 3경기 뿐. 151경기에서 .275 .369 .488 26홈런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레퍼런스와 팬그래프 승리기여도 6.1은 팀 역대 신인 최고 기록이었다. 브라이언트로선 서비스타임 1년을 놓친 것이 더 미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첫 해 브라이언의 서비스타임은 171. 단 하루가 부족해 서비스타임 1년을 인정받지 못했다. 보라스는 브라이언트의 FA 시기가 다가온 지난해 이 문제를 다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급기야 사무국에 이 사건을 제소해 부당한 대우를 받은 브라이언트가 구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겨울 내내 이어진 양측의 대립은 지난주 결판이 났다. 사무국이 컵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브라이언트의 FA 자격은 내년 시즌 이후에 생긴다(2022). 사실 브라이언트가 승리했다면 형평성 위배로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서비스타임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시킨 점에서 상징성을 가진다.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노사 협약(CBA)202112월까지 유효하다. 선수 노조는 노사 협약을 갱신할 시 서비스타임 부분은 반드시 개정하려고 할 것이다. 이미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서비스타임 축소를 비롯해 FA 기준을 선수 나이에 맞춰야 한다든지 마이너리그 서비스타임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단이 에이징 커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FA 취득 시기를 단축시키려는 선수 노조의 의지는 매우 확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은 단순하다. 메이저리그는 최고의 선수들이 누비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리그 수준과 경쟁력이 높아진다. 가뜩이나 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거쳐야 될 통과의례가 많다. 그런데 서비스타임 때문에 대형 신인의 데뷔가 늦어지는 건 결국 인기 하락을 자초하는 일이다.

 

필라델피아 리스 호스킨스는 "너무 뛰어난 점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며 냉소적으로 이 사태를 꼬집었다. 프로스포츠에서 비즈니스를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발목을 잡아서는 곤란하다. 브라이언트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궁금해진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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