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지난해 93승을 거두고 리그 승률 3위이자 와일드카드 1위 팀이 된 워싱턴은 와일드카드 경기를 겨우 통과했다.
후안 소토(21)의 천금 같은 8회말 동점 적시타와 밀워키 우익수 트렌트 그리샴(23)의 뼈아픈 실책이 있었다. 신인으로서 크리스찬 옐리치(28)의 빈 자리를 대신했던 그리샴은 지난 겨울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됐다.
맥스 슈어저(5이닝 3실점)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이닝 무실점)를 모두 쓰고 얻어낸 워싱턴의 승리는 2017년 애리조나를 생각나게 했다.
2017년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애리조나는 선발 잭 그레인키의 부진(3.2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인해 다저스전 필승카드였던 로비 레이까지 마운드에 올리고 겨우 이겼다. 이에 타이후안 워커를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냈지만, 워커는 1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졌고 결국 3연패로 탈락했다.
역시 원투펀치를 모두 쓰고 올라온 워싱턴의 디비전시리즈 상대도 다저스였다. 하지만 워싱턴은 자신이 있었다. 다저스전 경험이 풍부한 패트릭 코빈(30)이 1차전 선발이기 때문이었다. 코빈은 다저스전 최근 5경기 성적이 2승 0.59(30.1이닝 2실점) 피안타율 0.127였다.
기대와 달리 코빈은 1차전 워커 뷸러(6이닝 8K 1피안타 무실점)와 선발 대결에서 6이닝 9K 2실점(1자책) 패전을 안았다. 구원 등판에 나선 3차전도 0.2이닝 6피안타 4실점 블론세이브로 팀을 큰 위기에 빠뜨렸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코빈과 워싱턴을 기다리고 있었다.
8회 앤서니 렌돈과 후안 소토의 동점 백투백 홈런 그리고 10회 하위 켄드릭의 역전 결승 만루홈런으로 탄생한 극적인 5차전 역전 드라마 안에서 코빈 역시 적지 않은 역할을 해냈다. 동점이 되자마자 먼시-터너-벨린저-대타 데이빗 프리스가 등장한 다저스의 8회말 공격을 깔끔하게 막아낸 것이다(1.1이닝 3K 무실점).
월드시리즈에서도 코빈은 4차전에서 선발패를 당했다(6이닝 5K 4실점). 하지만 1차전 1이닝 2K 무실점 홀드와 7차전 3이닝 3K 무실점 구원승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월드시리즈 7차전. 코빈이 휴스턴의 6,7,8회 공격을 단 10명의 타자로 막아내는 동안 0-2로 뒤져 있던 워싱턴은 7회 렌돈의 솔로홈런(그레인키 상대)에 이은 켄드릭의 역전 투런홈런(윌 해리스 상대)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2018년 200이닝 246삼진(11승7패 3.15)에 이어 2019년에도 202이닝 238삼진(14승7패 3.25)을 기록한 코빈은 2019년 슈어저-스트라스버그와 함께 최고의 선발 트리오를 구축했다.
2018-2019년 2년간 코빈이 잡아낸 484개의 삼진은 게릿 콜(602) 저스틴 벌랜더(590) 맥스 슈어저(543) 제이콥 디그롬(524)에 이은 메이저리그 5위이자 좌완 1위였으며, 평균자책점 3.20은 같은 기간 좌완 선발 중 류현진(2.21) 블레이크 스넬(2.78) 클레이튼 커쇼(2.89) 다음으로 좋았다.
뉴욕주 출신으로 농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던 코빈은 아버지의 권고에 따라 고교 졸업반이 되어서야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빈은 커뮤니티칼리지를 거쳐 플로리다주 치폴라대학(호세 바티스타, 러셀 마틴, 타일러 플라워스)을 나왔다. 그리고 2009년 2라운드 지명으로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코빈을 찾아낸 에이전트는 케이시 코치맨의 아버지이자 에인절스의 전설적인 스카우트인 톰 코치맨(스캇 실즈, 하위 켄드릭, 제프 매티스)이었다.
2010년 7월, 코빈은 애리조나로 트레이드됐다. 에인절스는 댄 해런을 받는 대신 코빈이 포함된 네 명을 넘겼다. 함께 트레이드된 타일러 스캑스는 코빈(2009년 2라운드)의 드래프트 동기(2009년 1라운드)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러나 스캑스는 2013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에인절스로 돌아갔고, 2019년 7월2일 코빈의 옆을 영원히 떠났다.
애리조나로 트레이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코빈은 톰 코치맨에게 전화를 걸어 "코치맨 씨, 제가 뭘 잘못한 거죠?"라고 물었다. 이에 코치맨은 "네가 너무 잘해서 트레이드된 거야"라고 답했다.
애리조나에서 코빈은 리그 정상급의 좌완 선발이 됐고 FA 시장에 나왔다. 특히 2018년에 기록한 200이닝 200탈삼진, 15개 이하 피홈런은 1990년 이후 좌완투수로는 랜디 존슨(3회)과 클레이튼 커쇼(4회) 알 라이터(1996)와 존 레스터(2010)에 이어 5번째였다.
많은 사람들이 양키스 팬으로 성장한 코빈은 양키스에 입단할 것으로 생각했다. 좌완 선발이 필요했던 양키스도 코빈을 초청했다. 그러나 양키스의 선택은 코빈 대신 제임스 팩스턴이었다.
양키스가 떨어져 나간 후 코빈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온 팀은 필라델피아였다. 필라델피아는 코빈과 매니 마차도를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코빈도 마차도도 아닌 브라이스 하퍼였다. 결국 코빈은 6년 1억4000만 달러 계약으로 워싱턴 유니폼을 입었다. 200이닝 시즌이 2013년과 2018년 두 번뿐인 투수. 오버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드래프트 때 받은 계약금으로 중고차를 샀을 정도로 검소하고 또 겸손한 것으로 유명한 코빈은 '덜 주목 받을 수 있는 팀'을 원했다. 맥스 슈어저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있는 워싱턴은 그런 코빈에게 안성맞춤인 팀이었다.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18년 올스타전에 참가했을 때 워싱턴DC에 대한 기억이 좋았던 것도 코빈의 내셔널스행에 영향을 미쳤다.
코빈과의 장기 계약을 걱정했던 시각은 지나친 슬라이더 의존 때문이었다. 2019년에도 저스틴 벌랜더(127)를 제치고 가장 많은 슬라이더 삼진(161), 디트로이트 좌완 매튜 보이드(231)를 제치고 가장 많은 슬라이더 헛스윙(342)을 만들어낸 코빈은 슬라이더 구사율이 2016년 27퍼센트, 2017년 38퍼센트, 2018년 41퍼센트로 점점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2017년 92.4마일이었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18년 90.8마일로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2018년 코빈은 큰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먼저 코빈은 패스트볼의 구속에 신경쓰는 대신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궤적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데 노력했다. 터널링에 성공한 것이다. 이와 함께 평균 82마일 슬라이더보다 10마일이 느린 72마일 커브를 처음으로 장착했다.
코빈은 데뷔 초부터 잘 던지기 위해 노력한 체인지업의 발전이 더디자 커브를 선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커브의 회전 효율이 17퍼센트로 22퍼센트인 슬라이더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 즉 코빈은 커브라기보다는 '10마일 느린 슬라이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슬라이더/커브가 아니라 두 가지 슬라이더로 내는 10마일의 구속 차는 타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선물했다.
한때는 슬라이더가 위험한 구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슬라이더와 부상의 상관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중 오히려 부상 위험성이 가장 높은 공은 패스트볼이다).
하지만 하드 슬라이더 또는 헤비 슬라이더라 불리는 고속 슬라이더(슬러터)를 던지는 투수들은 확실히 위험하다. 90마일+ 슬라이더로 유명했던 뉴욕 메츠의 선발 트리오(맷 하비, 제이콥 디그롬, 노아 신더가드) 중 문제가 생기지 않은 선수는 디그롬뿐이다. 반면 고속 슬라이더의 위험성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던 워싱턴은 코빈이 81마일 슬라이더를 던지는 것에 안심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1975-1976년 신시내티 이후 첫 번째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워싱턴은 렌돈(7년 2억4500만)을 보내고 스트라스버그(7년 2억4500만)를 잡았다. 최근의 경향대로라면 우승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시즌이 열리지 않고 있다. 단축시즌이 된다면 워싱턴에게는 유리할 수 있는 것. 만약 시즌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워싱턴은 내년 2연패에 도전하게 된다.
스트라스버그의 계약이 2026년까지 늘어난 워싱턴은 2021년으로 계약이 끝나는 슈어저와도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선발 트리오는 코빈의 계약이 종료되는 2024년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코빈은 선발 트리오의 일원으로 우승반지 하나를 더 얻을 수 있을까. 코빈의 활약이 이어질수록 필라델피아와 뉴욕 양키스의 속쓰림 또한 계속될 것이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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