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무키 베츠(27)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보란 듯이 피해갔다. 베츠는 아직 정식 경기는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LA 다저스와 12년 3억6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규모 계약 순위(기간)
4억2650만 - 마이크 트라웃(12년)
3억6500만 - 무키 베츠(12년)
3억3000만 - 브라이스 하퍼(13년)
3억2500만 - 지안카를로 스탠튼(13년)
3억2400만 - 게릿 콜(9년)
3억0000만 - 매니 마차도(10년)
베츠의 연장 계약은 마이크 트라웃(2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연봉 2700만 달러(단축 시즌 조정 시 1000만 달러 예상)는 그대로 유지되며, 내년부터 12년간 계약이 시작된다. 무려 2032년까지 잡혀있는 이 계약은 베츠가 39세 시즌이 지나서야 끝이 난다. 사실상 종신 계약이다.
베츠는 계약금만 6500만 달러를 받는다(류현진 계약 총액의 80%가 넘는 액수다). 이 계약금은 캘리포니아 주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베츠로선 큰 이익이다(베츠는 현재 캘리포니아에 거주하지 않는다). 계약 첫 두 해 연봉이 낮게 책정된 것(1750만)은 올해처럼 리그가 단축되거나 중단됐을 경우를 고려했다.
베츠는 지불 유예를 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애슬레틱> 켄 로젠탈에 의하면 지불 유예는 1억1500만 달러로, 만약 베츠가 트레이드 되면 이 금액은 시세에 따라 재산정된다. 베츠를 데려가는 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부분으로, 트레이드 거부권이 없지만 트레이드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조항이다(베츠는 옵트아웃 권리도 없다).
베츠는 트라웃의 시대에 뛰었던 선수. 트라웃이 처음 MVP를 수상한 2014년에 데뷔했다. 2016년 3할(0.318) 30홈런(31) 100타점(113) 120득점(122)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MVP 2위로 이름을 올렸다. 아메리칸리그 타자가 이 기록을 해낸 것은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0.314 54홈런 156타점 143득점) 이후 처음이었고, 보스턴 타자로는 역대 5번째였다(지난해 라파엘 데버스가 6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고도 MVP 투표에서 트라웃에게 밀렸던 베츠는 2018년 기어코 MVP를 손에 넣었다(.346 .438 .640 32홈런). 트라웃의 MVP 수집이 시작된 2014년 이후 트라웃이 아닌 아메리칸리그 MVP는 2015년 조시 도널슨, 2017년 호세 알투베, 2018년 무키 베츠가 있었다. 특히 2018년 베츠의 승리기여도(fWAR) 10.4는 아메리칸리그 역대 25위로, '워 머신' 트라웃도 올려본 적이 없는 기록이었다.
지난해 베츠는 달라진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295 .391 .524 29홈런). 그러나 2018년 129득점에 이어 2019년 135득점으로 2년 연속 최다득점 타이틀을 가져왔다. 또한 올스타와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도 4년 연속 이어가면서 자존심은 지켰다.
보스턴의 10년 3억 달러 제안을 거절한 베츠는 FA를 1년 앞두고 다저스로 이적했다. 이때만 해도 양측의 연장 계약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팀이었고, 베츠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우를 받길 바랐다. 이에 다저스는 스쳐가는 팀으로 보였다. 뛰어난 전력을 갖춘 다저스로 온 것은 베츠에게 기회였는데, 시장 평가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포스트시즌 성적도 만회할 수 있었다(포스트시즌 통산 21경기 .227 .313 .341 1홈런).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계획을 가로막았다. 게다가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답답한 시간만 길어졌다. 커미셔너 직권으로 60경기 시즌이 확정됐지만, 베츠로선 반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FA 대박보다 FA 재수가 더 현실적으로 여겨졌다.
2주 전 베츠는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FA에 대한 생각은 뒤로 미뤘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다가오는 시즌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마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츠는 보스턴의 제안을 거절한 것에 대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과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베츠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로 기자 피터 개몬스는 "원래라면 3억5000만 달러에서 4억 달러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2억5000만 달러만 받아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정지되면서 각 팀들은 긴축재정에 돌입했다. 심지어 올해 무관중 경기가 확정되면서 입장료에 따른 수입도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베츠를 데려갈 팀이 제한적인 것도 불리한 요소였다. 샌디에이고가 매니 마차도에게 3억 달러를 쓰긴 했지만, 베츠의 몸값을 맞춰줄 수 있는 팀은 정해져 있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제외해도 당장 우승을 노리지 않는다면 베츠를 영입할 필요성은 떨어진다. 양키스는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게릿 콜의 계약을 떠안았으며, 필라델피아는 같은 포지션에 브라이스 하퍼가 있다. 보스턴은 베츠와의 관계가 이미 틀어졌고, 시카고 컵스는 팀을 재건하는 시기다. 샌프란시스코와 텍사스 등이 관심을 보일 수 있지만, 다저스처럼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팀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베츠는 최적의 팀으로부터 최고의 계약을 따냈다. 2016년 이후 승리기여도 30을 넘긴 둘 중 한 명인 베츠가 많은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많은 돈을 쓴 적이 없는 앤드류 프리드먼의 기조가 바뀐 것은 대단히 놀랍다.
2016년 이후 승리기여도 순위
34.9 - 마이크 트라웃
30.7 - 무키 베츠
25.4 - 크리스찬 옐리치
24.2 - 앤서니 렌돈
23.2 - 프란시스코 린도어
네드 콜레티가 물러나고 프리드먼이 사장으로 부임한 다저스는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탬파베이에서 저비용 고효율 운영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프리드먼은 자금이 풍부한 다저스에서도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지 않았다(고위층이 그에게 바라는 모습이기도 했다). 대형 스타 한 명에게 집중 투자하는 대신 준척급 선수 여러 명을 모아 선수층을 강화했고, 파이프라인이 막히지 않도록 유망주 수급에 신경을 썼다. 프리드먼의 눈물 겨운 노력은 7년 연속 정규시즌 지구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문제는 다저스가 정규시즌 지구 우승에 만족할 수 있는 팀이 아니라는 것.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7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하나도 얻지 못하자 프리드먼의 구두쇠 운영에 비난이 쏟아졌다. 2018시즌 이후 프리드먼은 팀의 상징 클레이튼 커쇼에게도 1억 달러 계약을 주지 않았는데(3년 9300만)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를 모두 잡지 못하자 "진짜 대형 FA들은 내년 겨울에 나오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콜과 스트라스버그, 앤서니 렌돈 등을 모두 놓쳤고, 지금까지 해왔던 영입을 그대로 답습했다. 또 한 번 허무한 겨울이 되려는 찰나 보스턴에서 베츠를 데려오는 것으로 모두의 불만을 잠재웠다. 이전부터 베츠에게 꾸준히 호감을 보인 프리드먼은 "아마 접근금지명령을 받길 원했을 것"이라는 말도 한 적이 있다.
타자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우는 나이가 27세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28세부터 시작되는 베츠의 12년 계약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팬그래프> 예측 프로그램 ZiPS는 베츠가 계약 기간 동안 승리기여도 34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5.9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부터 하락하는 추세로, 마지막 두 시즌 승리기여도는 모두 마이너스다. 35세가 지나는 2029년에는 조정OPS가 97로 떨어지면서 힘겨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ZiPS 예측 승리기여도 변화 (OPS+)
2021(28세) : 5.9 (142)
2022(29세) : 5.6 (141)
2023(30세) : 5.4 (141)
2024(31세) : 4.8 (136)
2025(32세) : 4.1 (130)
2026(33세) : 3.4 (123)
2027(34세) : 2.7 (117)
2028(35세) : 1.9 (107)
2029(36세) : 1.0 (97)
2030(37세) : 0.2 (85)
2031(38세) : -0.4 (76)
2032(39세) : -0.6 (71)
지금까지 철저하게 냉정한 행보를 보였던 프리드먼은 흡사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즉흥적인 계약을 안겨줬다(연장 계약 논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루어졌다고). 에이징 커브에 민감한 프리드먼이 베츠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기존 신념을 뒤엎고 무리하게 계약을 안겨준 것은 결국 빠른 시일 내에 우승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클레이튼 커쇼, 브라이스 하퍼도 믿지 못한 프리드먼은 베츠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겼다. 만약 베츠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프리드먼에 대한 평가는 급격히 차가워질 것이다. 아직 다저스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베츠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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