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칼 립켄 주니어(60)는 자신이 21년(1981~2001)을 뛰고 은퇴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구단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다. 하지만 립켄의 존재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피터 앙헬로스 구단주는 립켄의 참여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뉴욕 양키스에서 20년(1995~2014)을 보낸 데릭 지터(46)는 이를 똑똑히 지켜봤다. 지터는 양키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마이애미 말린스였다.
2017년 10월 지터가 조직한 투자자 그룹(대주주 브루스 셔먼)은 제프리 로리아에게 12억 달러를 주고 말린스를 매입했다. 지터의 지분은 4%에 불과했지만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매직 존슨(LA 다저스)과는 다르게 구단 운영의 실권(Chief Executive Officer)을 쥐게 됐다.
지터는 평가가 좋지 않았던 마이클 힐 단장을 해임하지 않았다. 당시 리빌딩 팀들에게 인기 폭발이었던 '제프 루나우 사단'을 데려오려고 하지도 않았다. "지터는 꼭두각시"라는 폭로 속에 마이애미는 75명이 구단을 떠났다. 35명은 자진 퇴사였고 대부분은 재취업에 성공했다. 지터가 앞장서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 크리스찬 옐리치(밀워키) 마르셀 오수나(세인트루이스)를 서둘러 처분한 것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먹거리로 일낸다'는 슬로건은 조롱거리가 됐다.
그러나 지터가 실권을 잡은 후 3년 만에 마이애미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터의 뉴욕 양키스를 꺾고 통산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2003년 이후 첫 진출이었다.
2017년 겨울의 트레이드 또한 재평가되고 있다. MVP를 차지한 직후의 스탠튼을 처분한 건 최고의 결정이었으며 마르셀 오수나(현 애틀랜타)를 세인트루이스로 보내고 샌디 알칸타라(7경기 3승2패 3.00)와 잭 갤런(12경기 3승2패 2.75)을 얻었다(갤런이 현재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에 비하면 옐리치가 트레이드를 자청하면서 시간에 쫓겨서 한 옐리치 트레이드는 실패였다. 옐리치가 밀워키로 가자마자 2년 연속 타격왕과 MVP 1위와 2위에 오른 반면 데려올 때부터 불안해 보였던 루이스 브린슨(.226 .268 .368)은 실패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터는 2019년 2월의 트레이드를 통해 역전 만루홈런을 날렸다. 포수 J T 리얼뮤토를 필라델피아에 주고 데려온 세 명 중 한 명이 식스토 산체스(22)이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가 쿠바 출신 포수를 스카우팅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산체스는 '부드럽게 던질 수 있는 100마일'을 통해 최고의 투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빠르게 떠올랐다. 2018년 19살의 산체스는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102마일짜리 공을 던짐으로써 일찌감치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stupid money'를 천명하고 브라이스 하퍼, 앤드류 매커친, 데이빗 로버슨을 영입하는데 4억 달러를 쓴 필라델피아는 포수 영입이 절실했다. 이에 트레이드 시점에서 베이스볼 아메리카 13위 유망주였으며 제2의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양키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산체스 카드를 꺼내 쓰기로 했다. 리얼뮤토의 2년과 산체스를 교환한 것이다. 그러나 리얼뮤토는 2년 동안 필라델피아에서 가을야구를 한 경기도 하지 못했고 계약이 종료됐다.
지난해 더블A에서 18경기를 소화한 산체스는 올 시즌을 트리플A에서 보내고 9월 확장 로스터 때 데뷔하거나 내년 5월 이후 데뷔가 유력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고 마이애미에게 가을야구가 생기면서 예정보다 빨리 데뷔할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산체스의 구위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평균 97.6마일의 패스트볼 구속은 제이콥 디그롬(98.6)과 더스틴 메이(98.0)에 이은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3위에 해당됐다. 더 고무적인 것은 산체스의 100마일은 '제구가 되는 100마일'이라는 것이다. 산체스가 데뷔 첫 네 경기에서 25이닝 25K를 기록하는 동안 내준 볼넷은 두 개에 불과했다.
첫 5경기에서 3승1패 1.69를 기록하며 신인왕도 가능해보였던 산체스는 마지막 두 경기에서 7이닝 9실점(12안타 6볼넷)에 그쳤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 사이영상 후보인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와의 선발 대결에서 5이닝 6K 무실점(4안타 2볼넷) 승리를 따냄으로써(89구) 말린스의 포스트시즌 시리즈 7전전승을 이어가도록 했다.
말린스 역사상 최연소 포스트시즌 선발투수가 된 산체스(22세75일)는 포스트시즌에서 5이닝 이상 무실점에 성공한 두 번째 말린스 투수가 됐다. 다른 한 명은 2003년 NLCS 5차전과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모두 완봉승을 따낸 조시 베켓이다.
어느새 산체스에 대한 기대는 '제2의 루이스 세베리노'에서 '제2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로 업그레이드됐다. 실제로 산체스의 키(183cm)는 세베리노(188cm)보다는 마르티네스(180cm)에 가까운데 산체스가 고무적인 건 마르티네스(77kg)와 달리 투수로서 탄탄한 체격(106kg)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티네스는 산체스의 피칭을 보고 나서 "더 뛰어난 구위를 가진 나와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산체스는 9월14일 필라델피아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팀의 2-1 승리를 이끄는 7이닝 1실점 완투승으로 친정팀 필라델피아에 비수를 꽂았다. 필라델피아 존 미들턴 구단주는 산체스를 내줄 거면 리얼뮤토와 계약 연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을 실무진에게 전달했다고 했지만 필라델피아는 리얼뮤토와 연장 계약 없이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트레이드를 진행한 맷 클렌택 단장은 결국 사표를 냈다.
샌디 알칸타라(25) 1차전, 식스토 산체스(22) 2차전에 이어 파블로 로페스(24)가 3차전에 나설 예정이었던 마이애미는 다음 시리즈(애틀랜타와의 DS)에서 한 포스트시즌 시리즈에 세 명의 만 26세 미만 투수를 선발로 내는 역대 5번째 팀이 될 전망이다.
앞선 네 팀은 1916년 보스턴(어니 쇼어, 베이브 루스, 칼 메이스)과 1966년 볼티모어(데이브 맥널리, 짐 파머, 월리 벙커) 1991년 애틀랜타(톰 글래빈, 스티브 에이버리, 존 스몰츠)와 2012년 오클랜드(제로드 파커, 토미 밀론, 브렛 앤더슨)로 특히 1966년 볼티모어와 1991년 애틀랜타는 이들을 기반으로 왕조를 만들어낸 바 있다. 그리고 새로운 마이애미의 에이스는 가장 어린 산체스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산체스는 최고 구속 100.8마일 평균 98.3마일의 무시무시한 패스트볼과 함깨 평균 89.9마일의 체인지업(최고 91.7마일)과 88.6마일의 슬라이더(최고 91.1마일)를 던져 보는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특히 93마일 체인지업을 좌타자 앤서니 리조의 무릎에 꽂은 장면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떠오르게 했다.
산체스는 목에 마르티네스의 등번호인 숫자 45를 문신으로 새겼다. 현재 73번을 달고 있는 산체스는 내년에 45번을 받기로 이미 약속을 받았다. 밥 깁슨과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상징하는 등번호로 게릿 콜(뉴욕 양키스)의 등번호이기도 한 45번은 모든 도미니카공화국 태생 투수들이 달고 싶어하는 번호다. 그러나 그 어떤 45번 투수도 제2의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되지 못했다.
과연 산체스는 제2의 마르티네스 또는 새로운 시대의 페드로가 될 수 있을까. 이는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다저스를 바보로 만들었던 것처럼 얼마나 내구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지에 달려 있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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