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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팀 결산] '제자리 걸음' 필라델피아 필리스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12. 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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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

 

최근 5년 간 승률

 

2016 - 0.438 (동부 4위)

2017 - 0.407 (동부 5위)

2018 - 0.494 (동부 3위)

2019 - 0.500 (동부 4위)

2020 - 0.467 (동부 3위)

 

2015년 구단주가 된 존 미들턴의 '스튜핏(stupid) 머니'는 스튜핏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화끈했다. 2018년 1억7000만 달러(제이크 아리에타, 카를로스 산타나, 토미 헌터, 팻 니섹) 2019년 4억 달러(브라이스 하퍼, 앤드류 매커친, 데이빗 로버슨) 2020년 1억3000만 달러(잭 윌러, 디디 그레고리우스)를 합치면 필라델피아는 3년 간 7억 달러를 썼다.

 

그리고 중요한 변화. 양키스에서 10년(2008-2017)을 보낸 조 지라디는 전임 게이브 케플러(현 샌프란시스코 감독)와 비교하면 적극적인 투자를 천명한 필라델피아에 훨씬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양키스 말년 '젊은 선수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필라델피아는 '하퍼가 인정할 수 있는 커리어를 가진 감독'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24승25패인 필라델피아는 더블헤더가 포함된 토론토 4연전에서 3승1패를 기록함으로써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의 손에 넣는 듯했다(7번 시드). 그러나 잭 윌러와 애런 놀라가 나선 워싱턴 4연전에서 1승3패에 그치며 다시 뒷걸음질쳤다(9번 시드).

 

운명의 마지막 3연전 상대는 탬파베이였다. 1,2차전을 모두 패한 필라델피아(28승31패)는 최종전을 승리하고 밀워키(29승30패)와 샌프란시스코(29승30패)가 모두 패하면 29승31패로 동률이 됐다. 이 경우 8번 시드를 차지하는 팀은 지구 내 상대 성적이 가장 좋은 필라델피아였다.

밀워키와 샌프란시스코는 최종전을 패했다. 그러나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등판한 놀라는 3.2이닝 3실점으로 강판됨으로써 에이스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팀의 가을야구를 날렸다(0-5 패배).

 

40인 로스터 연봉총액이 사치세 부과 기준인 2억800만 달러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2억764만 달러(ML 5위)였던 필라델피아는 29위 마이애미(8574만)에게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고,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9년 연속으로 이어졌다.


good :
 통산 승리기여도 9.9 선수에게 1억1800만 달러를 준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잭 윌러는 대단히 훌륭한 스타트를 끊었다(11경기 4승2패 2.92). 마지막 경기를 망치긴 했지만 역시 꾸준했던 애런 놀라(12경기 5승5패 3.28). 마지막 선발 두 경기에서 7이닝 9K 무실점과 8이닝 9K 3실점을 기록하며 껍질을 깨는 모습을 보인 잭 에플린(11경기 4승2패 3.97)까지. 괜찮은 선발 트리오가 구축됐다. 한편 필라델피아 구단은 "필라델피아가 1억4500만 달러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윌러를 트레이드할 것"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하퍼의 옵트아웃 없는 13년 계약은 진심이었다. 하퍼는 올해도 초반 폭주를 이어가지 못하는 용두사미 시즌을 반복했지만 OPS가 지난해 0.882(.260 .372 .510)에서 0.962(.268 .420 .542)로 크게 좋아졌다. 하퍼는 타율이 0.268였지만 타구의 질을 반영한 기대 타율(xBA)은 0.307였으며 장타율 또한 0.542가 아니라 0.657가 되었어야 했다. 0.115의 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컸다.

 

하퍼는 8월23일 팀이 5연패 포함 9승14패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10경기에서 9승을 따내면 된다"는 말을 했는데 필라델피아는 실제로 다음 10경기에서 9승을 따냈다(그런데 하퍼는 그 기간 0.143 무홈런 2타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2016년 1순위 지명자인 미키 모니악이 대실패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반면(8경기 14타수3안타 4볼넷) 2018년 3순위 지명자인 알렉 봄은 데빈 윌리엄스(밀워키)에 이어 신인왕 2위에 오르는 뛰어난 활약을 했다(.338 .400 .481) 봄은 하퍼와 리스 호스킨스(.245 .384 .503)가 출루형 타자들인 필라델피아에 꼭 필요한 해결사 능력을 자랑했다(득점권 타율 0.452).

 

2016년 리그 최하위로 바닥을 찍었던 필라델피아의 득점력은 2017년 12위, 2018년 11위, 2019년 8위에 이어 4위까지 올랐다(1위 다저스, 2위 애틀랜타, 3위 샌디에이고).

 

bad : 미들턴 구단주의 '스튜핏 머니'를 집행한 사람은 LA 에인절스 시절 제리 디포토(현 시애틀)의 부단장이었던 맷 클렌택이었다. 미들턴 구단주는 하퍼 영입 때 본인이 직접 나섰는데(지갑을 쉽게 여는 워싱턴 테드 러너 구단주에 익숙했던 스캇 보라스가 학을 뗐다는 후문이다) 클렌텍이 진행한 나머지 영입들은 실패가 더 많았다.

 

2015년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크 아리에타와의 3년 7500만 달러 계약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64경기 22승23패 4.36 bWAR 4.4). 호스킨스가 있는 상황에서 카를로스 산타나(3년 6000만)와 계약하고 외야 수비에 자신이 없는 호킨스를 외야로 내보낸 것도 큰 실수였다. 필라델피아는 계약 첫 시즌 승리기여도가 1.6에 그친 산타나에 '실패한 유망주' J P 크로포드를 붙여 시애틀로 보냈는데(진 세구라 획득) 다시 클리블랜드로 넘어간 산타나는 지난해 승리기여도가 4.6이었고, 크로포드는 올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3년 5000만 달러 계약의 앤드류 매커친(34)도 떨어지는 칼날이었다.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59경기 만에 시즌을 마감했던 매커친(.256 .378 .457)은 올해도 57경기에 나섰지만 리드오프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253 .324 .433). 2012년 골드글러브 중견수였던 매커친은 이제는 좌익수 수비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됐다. 계약 첫 해였던 지난해 승리기여도가 1.6이었던 매커친은 수비가 크게 나빠지면서 올해 -0.5에 그쳤다.

FA까지 2년이 남아 있는 J T 리얼무토를 데려온 건 좋은 선택이었다. 리얼무토는 2년 간 승리기여도 7.4를 기록함으로써 같은 기간 포수 1위에 올랐다. 문제는 리얼무토가 함께 한 2년을 그대로 낭비했다는 것. 이제 필라델피아는 리얼무토를 얻기 위해 마이애미로 보낸 식스토 산체스(22)의 서비스타임 6년에 속이 쓰린 상황이 됐다.

 

하퍼-매커친의 입단 동기인 데이빗 로버슨(35)은 그야말로 사이버 투수였다. 필라델피아는 2018년 아롤디스 채프먼의 셋업맨으로서 69경기에서 8승3패 21홀드/4블론 3.23을 기록하고 FA가 된 로버슨과 2년 23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는데 7경기 만에 토미존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한 로버슨은 2020년 복귀도 무산됐다. 2년 간 로버슨이 필라델피아에서 던진 이닝은 6.2이닝이었다.

 

로버슨의 부재는 불펜 붕괴로 이어졌다. 필라델피아 불펜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평균자책점 7.07을 기록했다(28위 시애틀 5.92, 29위 콜로라도 6.77).

 

필라델피아의 마무리 악몽은 2015년 12월 켄 자일스를 휴스턴으로 보내면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진마 고메스는 37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이 4.85였고 2017년(26세이브 3.01) 2018년(11세이브 5.10) 2019년(28세이브 2.93) 격년제 활약을 한 헥터 네리스는 짝수해가 되자 또 흔들렸다(5세이브 4.57).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필라델피아는 8월22일 보스턴에서 브랜든 워크먼과 히스 헴브리를 데려오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워크먼은 5세이브/3블론 6.92, 헴브리는 9.1이닝 17피안타 13실점(ERA 12.54)으로 불을 더 키웠다. 내년이 6년차 시즌인 네리스를 제외한 거의 모두(워크먼, 헴브리, 호세 알바레스, 블레이크 파커, 데이빗 펠프스)가 FA가 된 필라델피아 불펜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계를 오래 전으로 되돌려 보자. 1993년 월드시리즈 준우승 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2005년 10월. 필라델피아는 단장을 에드 웨이드에서 팻 길릭으로 교체했다. 웨이드는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지만 우승 전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더 대범한 사람이 필요했다. 토론토의 월드시리즈 2연패와 시애틀의 116승 경력을 가진 길릭은 현명한 소비를 했고,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루벤 아마로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다시 실탄을 장착한 필라델피아에 필요한 단장 역시 '돈을 잘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거의 길릭과 데이브 돔브로스키보다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할 수 있는 현재의 앤드류 프리드먼이 필요하다.

 

클렌택을 해임한 필라델피아(회장 앤디 맥페일)는 단장보좌였던 네드 라이스에게 임시 단장을 맡긴 상황. FA가 된 테오 엡스타인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과연 필라델피아는 똑똑한 단장을 구할 수 있을까. 미들턴은 '지갑은 열지만 간섭하지 않는' 훌륭한 구단주가 될 수 있을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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