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FA 포수 넘버2 제임스 매캔(30)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매캔은 뉴욕 메츠와 4년 약 4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당초 매캔은 2년 2000만 달러 정도의 계약이 전망됐다(ESPN 2년 2100만, 애슬레틱 2년 1400만, 팬그래프 2년 1200만). 하지만 예상을 훨씬 웃도는 계약에 합의했다. J T 리얼뮤토가 부담스러운 팀들의 관심으로 주가가 상승했고, 돈을 쓰기로 작정한 메츠가 참전하면서 몸값이 껑충 뛰었다. 한편 메츠와 마지막까지 경쟁한 팀은 LA 에인절스로, 에인절스는 또 캘리포니아주 출신을 뉴욕 팀에 뺏겼다.
내년 6월에 31세가 되는 매캔이 4년 계약을 받아낸 것은 놀랍다. 최근 7년간 FA 시장에서 4년 이상의 기간을 보장 받은 포수는 매캔이 겨우 두 번째다. 또 다른 한 명은 올해 매캔과 같은 팀에서 뛰었던 야스마니 그랜달(4년 7300만)로, 그랜달도 밀워키에서 FA 재수를 하고 난 뒤에야 가능했다.
포수는 세월을 속이기 힘든 포지션이다. 현재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장기 계약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조 마우어와 버스터 포지 등이 안겨준 교훈이다(포수는 정상에 오르기까지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리한 조건이 있다).
매캔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디트로이트에서 논텐더 방출이 된 선수다(이번 계약에서 매캔이 연봉을 낮추더라도 기간에 집착한 배경이다). 2018년 끔찍한 성적(118경기 .220 .267 .314)을 남기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디트로이트는 연봉조정 2년차였던 매캔과 그대로 결별했는데, 이때 한 번 더 기회를 준 팀이 화이트삭스였다(1년 250만). 화이트삭스는 매캔이 고교 졸업 후 나온 2008년 드래프트에서 매캔에게 지명권을 쓴 첫 번째 팀이었다(디트로이트 2011년 드래프트 지명).
화이트삭스에서 매캔은 디트로이트가 눈을 비비고 봐야될 정도로 달라졌다. 전반기 뛰어난 성적(.316 .371 .502)을 앞세워 올스타전까지 출장. 자신을 포기한 디트로이트를 만나면 더욱 맹타를 휘둘렀다(12경기 .346 .393 .462).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삭스는 매캔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매캔은 후반기가 되자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226 .281 .413). 전반기 잘 조절했던 삼진율도 후반기에 다시 치솟았다(25.9→32%). 문제점이 반복되는 걸 목격한 화이트삭스는 서둘러 그랜달을 붙잡았다. 심지어 지명타자 에드윈 엔카나시온의 영입으로 매캔의 출장 시간이 줄어드는 건 불가피하게 보였다. 매캔은 "팀의 행보를 내가 제재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화이트삭스가 매캔을 믿지 못한 건 수비 때문이었다. 매캔은 어깨가 강력한 반면 프레이밍이 엉망이었다.
스탯캐스트는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를 섀도우 존(shadow zone)으로 구분한다. 톰 탱고에 의하면 프레이밍의 전체 86% 정도가 이 섀도우 존에서 일어난다. 즉 8곳으로 나누어진 섀도우 존을 지배하는 포수가 프레이밍의 귀재인 것이다.
스탯캐스트는 섀도우 존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라이크를 이끌어냈는지 집계한다. 스트라이크의 득점 가치(0.125)에 기반해 추가적으로 잡아낸 스트라이크의 득점 기여를 따진 수치에서 2019년 매캔은 -15에 그쳤다(오스틴 헤지스 & 타일러 플라워스 +15). 전체 64명의 포수 중 최하위. 실제로 매캔은 2019년 뿐만 아니라 매년 이 지표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다.
매캔 Runs Extra Strikes 변화
2015 : -14 (56명 중 55위)
2016 : -3 (63명 중 44위)
2017 : -11 (62명 중 59위)
2018 : -1 (60명 중 30위)
2019 : -15 (64명 중 64위)
매캔은 낮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190cm 장신 포수의 비애였다.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매캔은 수소문 끝에 구세주를 찾았다. 애리조나 벤치코치를 지냈던 포수 출신 제리 내론이었다.
디애슬레틱에 의하면 내론은 포수 수비를 끌어올리는 데 일가견이 있다. 수비 하나로 메이저리그에서 16년째 생존하고 있는 제프 매티스가 그의 제자 중 한 명이다. 데이빗 로스와 조너선 루크로이를 포함해 2017년 포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마틴 말도나도 역시 내론의 손길을 거쳤다(말도나도는 감사의 의미로 골드글러브를 바쳤다).
매캔의 수비 영상을 본 내론은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선 인위적으로 글러브를 움직이는 것을 금지시켰다. 프레이밍의 첫 걸음은 공이 들어온 위치를 통제하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능수능란한 프레이밍을 선보일 수 있다. 내론은 엉덩이 위치를 조정해 주심이 명확하게 공을 볼 수 있는 시야도 확보해뒀다. 매캔은 내론의 가르침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흡수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족집게 과외는 곧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매캔은 섀도우 존 하단 세 구역을 스트라이크로 잡아낸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섀도우 존 스트라이크 비율이 51.4%로 스트라이크 득점 기여 수치에서 마침내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2는 62명 중 6위).
매캔과 유독 궁합이 잘 맞은 투수는 루카스 지올리토였다. 지난해 29경기에서 모두 매캔과 호흡을 맞춘 지올리토는 그랜달이 온 뒤에도 매캔을 선호했다. 8월26일 노히터 경기에서도 매캔이 시키는 대로 던졌다고 밝혔는데, 매캔은 이 경기에서 발전된 프레이밍으로 지올리토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스포츠 인포 솔루션은 매캔이 스트라이크 확률 50%가 채 안되는 공을 4개나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받아냈다고. 이 공 4개는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야 했던 지올리토에게 큰 힘이 됐다.
자신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뛰어넘은 매캔은 힘차게 질주했다. 타석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31경기 .289 .360 .536 7홈런). 조정득점생산력 144는 100타석 이상 들어선 포수 32명 중 4위(wRC+ 윌 스미스 163, 살바도르 페레스 162, 트래비스 다노 145). 올해 단축 시즌과 맞물려 출장 수가 더 줄었지만, 최근 2년간 팬그래프 승리기여도에서 매캔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포수는 4명밖에 없다.
2019-20 포수 fWAR 순위
7.4 - J T 리얼뮤토
6.9 - 야스마니 그랜달
4.9 -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4.3 - 윌슨 콘트레라스
3.8 - 제임스 매캔
3.8 - 미치 가버
공수에서 한 단계 도약한 매캔은 좋은 계약을 만들어냈다. 매캔이 다음으로 해야될 일은 주전 포수로서 풀타임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매캔은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을 보내는 동안 아직 규정타석을 충족한 적이 없다. 내년 시즌은 매캔이 타자로서, 또 포수로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시간이다.
정확한 규모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4년 4000만 달러선은 '현재' 메츠에게 감당하기 힘든 금액은 아니다. 부자 산타 할아버지가 온 메츠는 화끈한 투자를 예고. 흥청망청 돈을 쓸 의지를 드러냈는데, 그렇다고 매캔의 계약이 오버페이는 결코 아니다.
윌슨 라모스에게 크게 실망한 메츠는 새로운 포수를 데려오면서 착실하게 팀을 꾸려나가고 있다. 물론 메츠의 전력 보강이 매캔으로 막은 내리진 않을 것이다. 이제 그들의 시선은 좀 더 확실한 선수들에게 향하고 있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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