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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스코프] 글로브라이프필드, 타자들의 공포?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1. 1. 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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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라이프필드 텍사스구장

 

올해 텍사스는 마침내 지긋지긋한 무더위에서 벗어났다. 자그마치 12억 달러(한화 1조3194억)를 투자해 최신 개폐식 돔구장을 건립한 덕분이었다.

 

새 보금자리가 생긴 텍사스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코리 클루버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데 이어 카일 깁슨(3년 2800만) 조던 라일스(2년 1600만)와의 계약으로 선발진을 재구성했다. 쾌적한 구장 환경이 마운드 전력을 높여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에이스를 기대했던 클루버가 첫 등판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출발부터 꼬였다. 랜스 린(6승3패 3.32)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선발투수가 없었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이 5.09였던 텍사스는 올해도 5.02로 실망스러웠다. 특히 선발 평균자책점 5.32는 전체 24위에 불과했다.

 

이 성적이 뼈아픈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글로브라이프필드가 투수친화적 성향을 띠었기 때문이다.

 

아직 개막전이 열리지 못했던 지난 5월.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훈련을 하던 조이 갈로는 조심스럽게 고민을 밝혔다. 외야가 생각보다 넓고, 타구는 생각보다 뻗지 않는다는 것. 갈로는 "아름다운 구장이지만, 타자들에게 긴장감을 준다"며 펜스를 조정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브라이프필드 크기는 이전 글로브라이프파크와 비슷하다. 우측 외야가 326피트로 약간 멀어졌지만, 다른 좌우측 지점은 더 짧아졌다. 다만 중앙 담장까지 거리가 407피트이며, 양 옆 가장 깊은 구간이 410피트로 더 떨어져 있다. 참고로 글로브라이프필드는 각 담장과의 거리를 기념비적인 숫자들로 맞춰 그 의미를 더했다.

 

좌측 (라인 / 내부 / 좌중간)

329피트 - 애드리안 벨트레 등번호

334피트 - 놀란 라이언 등번호

372피트 - 텍사스 이전 첫 시즌

 

중앙 (직격 / 최장거리)

407피트 - 이반 로드리게스 등번호

410피트 - 마이클 영 등번호

 

우측 (라인 / 우중간)

326피트 - 자니 오츠 등번호

374피트 - 텍사스 첫 위닝 시즌

 

*홈플레이트에서 백스톱까지 42피트 (재키 로빈슨)

 

갈로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손해를 본 타자들이 줄을 이었다. 첫 번째 희생양은 7월26일 추신수였다. 개막 두 번째 경기에 나선 추신수는 첫 타석 존 그레이(콜로라도)의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외야 깊숙한 곳으로 날렸다. 내심 새 구장에서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 추신수도 잘맞은 타구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타구속도 97.2마일, 발사각도 31도의 이 타구는 좌익수 개럿 햄슨에게 붙잡혔다.

 

이후 글로브라이프필드는 홈/원정 타자 가리지 않고 많은 장타를 집어삼켰다. 이 특징은 포스트시즌이 되면서 더 두드러졌다.

 

중립구장인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큼지막한 타구를 때려내고 의기양양하게 1루로 달려갔다. 타구속도 105마일, 발사각도 33도의 배럴 타구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넘어가면 리드를 가져오는 이 타구는 비거리 413피트(126m)를 비행한 뒤 중견수 코디 벨린저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브루스더 그라테롤이 글러브 플립을 하게 만들었던 그 수비였다). 이 타구는 글로브라이프필드가 아니었다면 다저스타디움과 펫코파크를 포함해 19곳에서 홈런이 되는 타구였다.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 월드시리즈까지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치른 다저스는 광활한 글로브라이프필드의 외야를 십분 활용했다. 타석에서 아쉬움을 남긴 타구도 있었지만, 벨린저와 무키 베츠의 잇따른 호수비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벨린저가 오스틴 메도스의 장타를 또 낚아채자 경기를 해설하던 존 스몰츠는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홈런을 뺏긴 장면을 본 적이 있었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탯캐스트 마이크 페트리엘로는 유독 담장 근처에서 타구가 잡히는 글로브라이프필드에 주목했다. 이에 담장 상단 기준 위아래 10피트(3m) 구간의 타구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생산된 곳이 펫코파크(83개) 2위가 글로브라이프필드(74개)였다. 담장보다 10피트 이내 뜬 타구 중 홈런에 실패한 타구도 펫코파크 다음으로 글로브라이프필드가 많았다(펫코파크 50개, 글로브라이프필드 48개).

 

스탯캐스트는 타구에 따라 홈런을 구분한다. 전 구장 모두 넘어가는 홈런 타구(No Doubters) 29구장에서 8구장 홈런 타구(Mostly Gone) 7구장 이하에서 홈런 타구(Doubters)로 나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대 홈런을 산출한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는 22개를 친 루크 보이트다. 그런데 보이트는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기대 홈런 수가 19개다. 홈런 2위 호세 아브레유도 19홈런에서 17홈런으로 줄어든다. 리그 상위권에 위치한 홈런 타자들마저 글로브라이프필드를 홈으로 쓰게 되면 홈런 하락을 피하기 힘들다는 예측이다.

 

AL 홈런 순위 (글로브라이프필드 기대 홈런)

 

22 - 루크 보이트 (19)

19 - 호세 아브레유 (17)

17 - 마이크 트라웃 (14)

17 - 호세 라미레스 (16)

16 - 넬슨 크루스 (15)

16 -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13)

 

지난해 텍사스는 홈에서 경기당 평균 5.6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4.1득점에 머물렀다. 홈에서의 타율 0.230(24위)과 OPS 0.675(27위)도 초라한 성적. 리그 평균에 빗대어 보는 조정득점생산력(wRC+)도 67로 전체 최하위였다. wRC+ 67은 팬그래프가 홈 기록을 수집한 2002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텍사스의 글로브라이프필드는 타자들에게 공포의 구장으로 남을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올해는 표본이 적었다. 파크팩터에서 수치가 저조하다고 해도 글로브라이프필드는 이제 막 개장했을 뿐이다.

 

비욘드더박스스코어는 타구질로 미루어봤을 때 홈런을 치기 힘들었던 5곳을 뽑았다. 코메리카파크(디트로이트) 리글리필드(컵스) 펫코파크(샌디에이고) PNC파크(피츠버그) 부시스타디움(세인트루이스)이 선정됐다. 글로브라이프필드는 명단에 없었는데, 자료를 작성한 데반 핑크는 "평균보다 좀 더 투수친화적 구장일 뿐 지나치게 편향된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는 글로브라이프필드 16경기에서 29홈런을 몰아쳤다(텍사스 30경기 27홈런).

 

올해 텍사스는 야심차게 내세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 했다. 내년에는 홈 구장으로서 충분한 이점을 누릴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홈런보다는 잘맞은 타구를 만들어야 하며, 지금보다 정교한 타격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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