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무키 베츠 트레이드에 관심이 쏠린 지난 주말, 샌디에이고와 탬파베이가 조용히 선수를 교환했다. 샌디에이고는 외야수 마뉴엘 마고(25)와 포수 유망주 로건 드리스콜(22)을 건넨 대신 탬파베이 불펜투수 에밀리오 파간(28)을 얻어왔다.
샌디에이고와 탬파베이의 협상은 이번 겨울 두 번째다. 두 팀은 지난 12월 토미 팸과 헌터 렌프로 등을 바꾼 바 있다. 외야 정리가 필요했던 샌디에이고와 외야 보강이 필요했던 탬파베이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파간(사진)은 지난해 탬파베이 최후방을 지킨 투수. 66경기에 등판해 팀 내 가장 많은 29경기를 마무리했다(20세이브 2.31 70이닝). 승리기여도 1.5는 리그 불펜 공동 8위. 체중 감량과 식단 관리로 몸을 만들었던 파간은 평균 93마일대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지난해 95.5마일까지 상승했다. 위력적인 포심을 갖게 된 파간은 삼진을 잡는 능력이 크게 좋아졌으며(탈삼진율 24.1%→36%) 탈삼진/볼넷 비율에서도 미네소타 타일러 로저스(8.18)에 이어 불펜 2위에 올랐다(7.38).
파간의 포심 패스트볼 변화
17 [구속] 93.7 [피AVG] 0.203 [K%] 27.3
18 [구속] 93.8 [피AVG] 0.262 [K%] 19.2
19 [구속] 95.5 [피AVG] 0.166 [K%] 42.5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파간보다 탈삼진/볼넷 비율이 좋았던 불펜투수는 딱 한 명이 있다. 샌디에이고 마무리 커비 예이츠다. 파간과 마찬가지로 데뷔 후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낸 예이츠는 탈삼진/볼넷 비율 7.77로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실제로 예이츠는 지난 시즌 최고의 불펜투수 중 한 명이었다. 비록 트레버 호프먼 상은 조시 헤이더가 수상 영광을 안았지만, 예이츠가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평균자책점 1.19와 41세이브는 전체 1위, 승리기여도 3.4는 리그 1위였다. 불펜투수 공헌도인 WPA(승리확률기여)에서도 윌 스미스(5.07) 애런 범머(3.55) 다음으로 좋은 3.39를 기록했다. 홈플레이트에서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앞세운 예이츠는 9이닝당 14.98삼진을 쓸어담았다. 2017년 자신을 넘어선 샌디에이고 불펜 신기록이었다.
샌디에이고 9이닝당 최다 탈삼진
14.98 : 커비 예이츠(2019)
14.07 : 커비 예이츠(2017)
13.20 : 크렉 킴브럴(2015)
12.86 : 커비 예이츠(2018)
12.68 : 트레이 윈겐터(2019)
하지만 지난해 샌디에이고 불펜은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예이츠만이 든든하게 뒷문을 지켰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기복이 심했다. 불펜 평균자책점 4.59는 리그 10위. 나홀로 분전했던 예이츠의 성적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4.96까지 치솟았다(물론 월드시리즈 우승 팀 워싱턴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68이었다).
불펜 평균자책점 4.59는 샌디에이고 역사상 5번째로 나쁜 기록이기도 했다. 그동안 투수 쪽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추락은 더 불안하게 다가왔다. 약속의 그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샌디에이고로선 재빨리 대책을 세워야 했다.
샌디에이고 A J 프렐러 단장은 한 번 꽂히면 끝을 봐야되는 성격. 앞뒤 가리지 않고 폭풍처럼 질주한다고 해서 '매드맨'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불펜 정비를 결심한 프렐러는 일단 드류 포머란츠(31)에게 4년 34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때 마이애미 불펜의 주축이었던 카일 배러클로(29)는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 지난해 한신 타이거즈에서 눈부신 성적을 올렸던 피어스 존슨(28)은 2년 500만 달러(3년차 팀 옵션 300만, 바이아웃 100만). 2017-19년 불펜의 대들보가 되어준 크렉 스탬멘(35)은 2년 900만 달러 재계약을 맺었다(3년차 팀 옵션 400만, 바이아웃 100만). 총 FA 비용 5265만 달러 중 90%가 넘는 돈을 불펜에 투자했다.
여기에 탬파베이 마무리 파간까지 추가한 샌디에이고 불펜은 지난 시즌을 잊게 하는 전력을 갖췄다. 이름값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실속 있는 선수들이 합류. 선수층도 훨씬 두터워지면서 리그 최강 불펜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샌디에이고 불펜 예상
커비 예이츠 (R)
드류 포머란츠 (L)
에밀리오 파간 (R)
안드레스 무뇨스 (R)
크렉 스탬멘 (R)
맷 스트람 (L)
호세 카스티요 (L)
피어스 존슨 (R)
올해도 끝판왕은 예이츠다. 브래드 핸드의 공백을 훌륭히 메운 예이츠는 보란듯이 첫 풀타임 마무리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투쟁심이 넘치는 예이츠는 '이기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지난해 외로운 싸움을 했지만 올해는 함께 힘을 실어줄 동료들이 생겼다. 가장 부담을 덜어줘야 할 선수는 생각보다 큰 계약을 따낸 포머란츠다.
포머란츠는 이미 샌디에이고와 인연이 있다. 클리블랜드와 콜로라도, 오클랜드를 거쳐 샌디에이고로 넘어온 포머란츠는 2016년 선발 17경기에서 8승7패 2.47로 드디어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당시 샌디에이고는 선수 판매에 더 집중하고 있었던 상황. 시즌 중반 미련없이 보스턴에게 포머란츠를 넘겼는데, 이때 맞트레이드 된 유망주가 '리틀 페드로'라고 불린 앤더슨 에스피노사(21)였다.
포머란츠와 얽힌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프렐러는 트레이드 과정에서 포머란츠의 의료 정보를 고의로 누락한 것이 적발됐다. 이 과실을 인정한 사무국은 프렐러에게 30일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여기에 야심차게 데려온 에스피노사는 그사이 두 번의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2016년 이후 등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로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선수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포머란츠를 불펜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포머란츠는 샌프란시스코 선발 17경기에서 또 좌절했다(2승9패 6.10). 선발로서 경쟁력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이에 시즌 중반 영입한 밀워키는 포머란츠를 불펜에 집중시켰다(유일한 선발 등판도 1번 투수의 개념이었다).
불펜으로 전환한 포머란츠는 전력투구를 했다. 포심 평균 구속이 92마일에서 94.5마일로 빨라졌다. 불필요한 구종도 버렸다. 포심과 커브로 레퍼토리를 최대한 간소화했다. 그러자 흔들렸던 제구가 안정을 찾았고(9이닝당 2.70볼넷) 커브도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피안타율 0.185). 불펜 24경기 평균자책점은 2.31(23.1이닝 6자책). 포머란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워싱턴 타선을 2이닝 2K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던지는 구종은 다르지만 마치 앤드류 밀러를 연상케 하는 부분. 이는 올해 샌디에이고가 포머란츠에게 바라는 모습이다.
샌디에이고의 또 다른 비밀 병기는 피어스 존슨이다.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빛을 보지 못한 존슨은 일본으로 진출해 변화를 모색했다. 그곳에서 58경기 평균자책점 1.38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58.2이닝 91삼진 13볼넷). 커터를 포기하고 포심과 커브로 재무장한 것이 비결이었다. '우완 포머란츠'로 보이는 존슨이 일본에서 성공을 재현한다면 불펜 옵션은 훨씬 다양해진다.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농사를 잘 지은 샌디에이고는 비옥한 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예고편에 이어 올해는 본편이 개봉될 예정. 21살의 안드레스 무뇨스는 차기 마무리 후보다(22경기 3.91). 평균 구속 99.9마일의 포심과 피안타율 0.065(31타수2안타)의 슬라이더가 짝을 이루고 있다. 201cm 장신의 트레이 윈겐터(25)도 7월 중순까지는 준수했다(첫 35경기 3.34, 이후 16경기 10.69). 하비 게라(24) 호세 카스티요(24)와 더불어 '1999년생 트리오' 애드리안 모레혼, 매켄지 고어, 루이스 파티노 같은 유망주들도 먼저 불펜에서 호흡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샌디에이고는 5할 승률을 넘어선 위닝 시즌도 2010년이 마지막이다. 달리 말해 샌디에이고에게 2010년대는 패배의 시간이었다. 같은 지구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 3회, 다저스의 7년 연속 지구 우승과 비교하면 샌디에이고의 2010년대는 더 초라해진다.
새 시대를 열어야 하는 샌디에이고는 제이스 팅글러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을 대거 교체했다(스킵 슈마커를 감독 대리로 임명한 보기 드문 행보도 있었다). 불펜 운영에 있어 팅글러만큼 중요한 인물은 래리 로스차일드(65) 투수코치다. 양키스에서 오랜 시간 투수코치를 역임한 로스차일드는 젊은 팀에 숙련된 경험을 채워줘야 한다. 특히 부상자 한 명이 큰 파장을 불러오는 불펜을 어떻게 제어하는지가 관건이다.
샌디에이고는 마지막까지 무키 베츠 영입에 노력을 기울인 팀이다. 그러나 끝내 베츠를 잡지 못했고, 그것도 지구 라이벌 팀에 뺏겼다. 올해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강자는 여전히 다저스다. 샌디에이고가 다저스의 전력을 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샌디에이고는 미래가 궁금한 팀에서 현재가 궁금한 팀이 됐다. 불펜을 바로잡은 것 역시 눈앞에 놓인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의지다. 타선과 선발진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다면, 적어도 불펜이 날개를 꺾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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