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2003년 트레버 호프먼은 오프시즌에 받은 두 가지 어깨 수술의 여파로 9경기 출장 0세이브에 그쳤다. 연속 시즌 30세이브가 8에서 중단된 호프먼은 이 시즌이 아니었다면 15시즌 연속 30세이브에 성공할 수 있었다(역대 최고 기록 마리아노 리베라 9시즌 연속 30세이브).
2004년 서른여섯 살의 호프먼은 41세이브/4블론 2.30을 기록하고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후 41세 시즌까지 6시즌 동안 연평균 40세이브 2.63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호프먼은 한 명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블론세이브 네 개가 모두 데이빗 웰스의 승리를 날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2017년 41세이브/1블론 1.32(커터 93.5마일)를 기록하며 최고의 마무리 자리에 올랐던 켄리 잰슨(32)은 2018년 38세이브/4블론 3.01(커터 92.7마일)의 이상 징후를 보이더니 지난해 33세이브/8블론 3.71(커터 92.1마일)에 그쳤다. 다저스 마무리가 8블론 이상을 범한 것은 2001년 제프 쇼(43세이브/9블론 3.62) 이후 처음이었다(쇼는 2001시즌 후 은퇴했다).
지난해 잰슨이 기록한 8블론의 내용은 구원승 세 개(스트리플링 가르시아 메이)와 함께 클레이튼 커쇼와 마에다 겐타의 1승 그리고 한 선수의 3승을 날린 것이었다. 잰슨으로 인해 3승이 날아간 투수는 워커 뷸러로, 뷸러는 그 세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6이닝 무실점,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잰슨과 류현진의 궁합은 어땠을까.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뛴 7년 동안 54승을 올렸는데 잰슨은 그 중 18경기에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2013년 6월30일 필라델피아전 한 번. 그 경기에서 류현진은 체이스 어틀리에게 1,3회 연타석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7이닝 6K 2실점을 기록함으로써 1회 핸리 라미레스에게 스리런홈런을 맞고 7이닝 10K 3실점을 기록한 클리프 리와의 대결에서 승리투수 자격을 얻고 내려갔다. 그리고 잰슨은 9회 지미 롤린스에게 동점 희생플라이를 허용하고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다(3-3). 하지만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의 송구 실책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실점이었다.
류현진은 총 11개의 승리가 불펜에 의해 날아갔는데 잰슨이 류현진의 승리를 날린 것은 데뷔 시즌에 나온 이 경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잰슨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세이브 성공률이 89.9%였다. 하지만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경기에서는 94.7%(18/19)로 더 좋았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함께 경기를 풀어나가는 포수다. 두 번째는 자신의 승리를 지켜주는 마무리 투수다. 류현진은 토론토에 입단함으로써 마무리 투수가 잰슨에서 켄 자일스(29)로 바뀌었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출신인 자일스는 고교 시절 무시무시한 어깨를 자랑하는 외야수였다. 하지만 다른 능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2011년 자일스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44라운드 지명을 거절하고 애리조나주 프레스콧에 위치한 커뮤니티칼리지인 야바파이(Yavapai) 칼리지에 진학했다. 야바파이 칼리지는 앨러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태어나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성장한 커트 실링을 배출한 학교였다. 자일스는 투수가 됐고 2011년 7라운드 지명을 통해 실링이 스타로 발돋움한 팀인 필라델피아에 입단했다.
불펜투수로 키워진 자일스는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앞세워 데뷔 시즌인 2014년 44경기 1.18, 2015년 69경기 1.80을 기록하며 필라델피아의 차기 마무리로 기대됐다. 하지만 시즌 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강속구 투수에 목마른 휴스턴이 5명을 주고 자일스를 데려간 것이다. 5명 중 한 명은 2013년 전체 1순위 지명자인 마크 어펠이었다.
어펠은 2017시즌 후 야구를 포기함으로써 1966년 스티브 칠콧(포수. 뉴욕 메츠 지명)과 1991년 브라이언 테일러(좌완. 뉴욕 양키스 지명)에 이어 메이저리그 데뷔에 실패한 역대 세 번째 1순위 지명 선수가 됐다. 휴스턴으로 이적한 자일스도 2016년 활약이 좋지 못했다(ERA 4.11 WHIP 1.29).
2017년 자일스는 34세이브/4블론 2.30을 기록하고 휴스턴의 마무리 투수가 됐다. 하지만 악몽의 가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일스는 2017년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7.2이닝 10실점(ERA 11.744) WHIP 2.22 피안타율 0.343에 그치며 본인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팀은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지만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그리고 A J 힌치 감독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2018년 3세이브/0블론 1.80(11경기)으로 4월을 시작한 자일스는 5월2일 양키스전에서 0-0으로 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안타(저지) 2루타(그레고리우스) 삼진(스탠튼) 스리런홈런(산체스) 안타(힉스)로 다섯 타자를 상대로 네 개의 안타를 내주고 교체됐다. 자일스는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주먹으로 자신의 턱을 쳤다.
그날 이후 널뛰기 피칭을 이어가던 자일스는 7월11일 오클랜드전에서 팀이 4-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강판됐다. 자일스는 연속 3안타를 맞긴 했지만 4-1로 앞선 무사 1,2루에서 자신을 교체하러 올라온 힌치 감독에게 욕을 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마이너로 강등됐다. 7월31일 자일스는 토론토로 보내졌다. 휴스턴이 얻은 선수는 토론토에서 심각한 가정폭력을 휘두른 로베르토 오수나였다.
휴스턴에서 12세이브/0블론 4.99를 기록하고 온 자일스는 토론토에서 14세이브/0블론 4.12를 기록함으로써 26세이브 노블론 시즌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4.65에 달했다. 자일스의 평균자책점이 좋지 않았던 것은 세이브 상황에서 0.36(25.2이닝 1실점)였던 반면 논세이브 상황에서 9.12(24.2이닝 25자책)였기 때문이었다.
토론토에서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9년. 자일스는 23세이브/1블론을 기록하고 세이브 성공률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평균자책점도 1.87로 좋았다. 세이브 상황에서 2.25, 논세이브 상황에서 1.55를 기록한 덕분이었다. 이렇게 자일스가 2018-2019년에 기록한 98%(49/50)의 세이브 성공률은 2003-2004년 에릭 가니에(100/102)와 함께 두 시즌 합산 타이기록이 됐다.
자일스는 9이닝당 14.09개의 삼진을 잡아냈으며, 2018년 1.21이었던 WHIP를 1.00으로 낮췄다. 선발투수 1위인 게릿 콜과 같은 39.9%를 기록한 자일스의 삼진율은 조시 헤이더(47.8%) 닉 앤더슨(41.7%) 커비 예이츠(41.6%)에 이어 불펜투수 4위에 해당됐다.
자일스가 좋아진 비결은 무엇일까. 평균 96.9마일(156km/h) 패스트볼과 86.4마일(139km/h) 슬라이더를 자랑하는 자일스는 2014년 데뷔 후 늘 무시무시한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문제는 취약한 멘탈과 분노 관리(anger management)였다. 공 하나에 팀의 승리를 날릴 수 있는 마무리투수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첫 포스트시즌에서의 참담한 실패가 방아쇠가 되어 그동안 위태위태했던 자일스의 평정심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자일스가 좋아진 비결은 멘탈 관리다. 상대적으로 승리에 대한 압박감이 없는 토론토는 그가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여름까지 이어진 추락을 다시 이겨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또한 자일스는 스포츠심리상담사가 아닌 아내에게서 큰 도움을 받았다.
자일스는 야바파이칼리지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강속구를 자랑하는 소프트볼 팀의 특급 투수였다. 활약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애리조나대학으로 스카우트됐으며, 멕시코 혈통을 가지고 있어 멕시코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다. 투수가 느끼는 압박감에 대해 누구 못지 않게 잘 알고 있었던 부인이 남편의 멘탈 회복에 발을 벗고 나선 것이었다.
올 시즌이 끝난 후 FA가 되는 자일스는 이번 겨울 트레이드 대상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토론토는 리빌딩의 완성 단계 진입을 의미하는 2000만 달러짜리 에이스를 영입함으로써 마무리 투수를 트레이드할 경우 자기모순에 빠지는 상황이 됐다. 이에 올 시즌 팀 성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자일스와 토론토의 관계 역시 결정될 전망이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토론토가 지난해(67승95패)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포스트시즌 도전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일스는 연장 계약을 맺고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토론토는 유망주를 얻기 위해 자일스를 7월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과 같은 안정적인 마무리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일스의 2019년은 진정한 성장이었을까. 류현진과 자일스는 토론토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자일스에게도 토론토에게도 그리고 류현진에게도 중요한 시즌이 시작된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에인절스를 망치는 모레노 구단주?(02.25)- 전문가 (0) | 2020.02.25 |
---|---|
잊혀진 토론토 에이스 데이브 스티브(02.24)- 전문가 (0) | 2020.02.24 |
'다크호스' 샌디에이고 불펜으로 일낼까(02.21) (0) | 2020.02.21 |
클레이튼 커쇼 ! 2 점대 방어율 가능할까?(02.20) (0) | 2020.02.20 |
MLB 사무국, PS 진출팀 10→14개로 확대 검토(02.19) (0) | 2020.02.1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