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1940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제프리 로리아는 뉴욕 양키스 최고의 전성기를 똑똑히 지켜봤다(1947년부터 1962년까지 16년 동안 월드시리즈 10회 우승).
양키스의 구단주가 되고 싶었던 로리아는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양키스를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신 그는 2000년 몬트리올 엑스포스 구단주가 됐다.
2002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플로리다 말린스 구단주 존 헨리가 보스턴 레드삭스 매입에 성공하고, 로리아가 말린스의 새 구단주가 된 것이다.
로리아로부터 엑스포스를 넘겨 받은 사무국은 미네소타 트윈스 구단주의 동의 하에 트윈스와 엑스포스를 해체하고 28구단 체제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트윈스와 미니애폴리스 지방 정부 간의 메트로돔 잔여 임대 계약 문제가 터짐으로써 계획은 무산됐다.
2005년 사무국은 테드 러너에게 엑스포스를 넘겼고, 러너는 엑스포스를 DC로 가지고 갔다(워싱턴 내셔널스의 탄생).
한편 데이브 돔브로스키가 부린 마법에 투자를 하지 않고도 2003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된 로리아는 말린스를 볼모로 잡고 신구장 건설 투쟁에 들어갔다. 그리고 성공했다. 마이애미 지방 정부는 6억3400만 달러 건설 비용의 80.3%를 대기로 했다.
2012년 말린스파크 개장 첫 해. 로리아는 합의에 따라 팀 이름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바꾸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제스처를 취했다.
앨버트 푸홀스에게 '거부권 없는' 10년 2억5000만 달러를 제시했다가 거절 당하기도 한 말린스는 대신 호세 레이에스(6년 1억600만) 마크 벌리(4년 5800만) 히스 벨(3년 2700만)을 영입했다.
트레이드 거부권을 보장 받지 못한 레이에스(연평균 1767만)는 첫 해 연봉이 계약 평균보다 크게 적은 1000만 달러였다. 역시 거부권을 받지 못한 벌리(연평균 1450만)의 첫 해 연봉은 6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카를로스 델가도의 냄새가 짙게 몰려왔지만, 당사자인 레이에스와 벌리 그리고 사람들은 새 구장도 지은 마당에 제2의 델가도 사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델가도는 2005년 말린스(로리아)와 연평균 1300만 달러 4년 5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첫 해 연봉은 400만 달러였고 거부권도 보장 받지 못했다. 그 결과 델가도는 1년 만에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됐다. 메츠는 FA 협상 때 델가도가 가기를 꺼려한 뉴욕 팀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로리아는 2012시즌이 성공적이지 못하자(69승93패) 레이에스와 벌리를 토론토로 보내고 1년 만에 다시 잠수를 시작했다. 말린스는 연봉이 300만 달러 이상인 11명 중 10명을 처분했다(리키 놀라스코 생존). 1억9100만 달러를 투자한지 1년 만에 1억9000만 달러를 감축한 것이었다.
로리아의 행보로 혼란스러웠던 2013년. 말린스 팬들에게 큰 선물이 도착했다. 호세 페르난데스였다.
2011년 말린스가 전체 14순위로 지명한 고교선수 페르난데스는 더블A와 트리플A를 건너뛰고 2013년 4월7일 만 20세250일의 나이로 데뷔했다. 페르난데스의 데뷔는 심지어 같은 해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대학선수 게릿 콜보다도 빨랐다(콜 2013년 6월12일 22세276일 데뷔).
15살 때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네 번째 시도 만에 쿠바를 탈출해 마이애미에 정착한 페르난데스는 말린스의 슈퍼스타가 될 최고의 혈통을 가지고 있었다. 마이애미는 쿠바를 탈출한 이주민들의 도시였다. 페르난데스의 선발 경기는 더 많은 관중들로 붐볐다.
페르난데스는 무시무시한 패스트볼과 함께 '망명자'로 불린 강력한 커브를 앞세워 28경기에서 172.2이닝 12승6패 2.19를 기록하고 클레이튼 커쇼와 애덤 웨인라이트에 이어 사이영 3위에 올랐다(신인왕이 됐음은 물론이다).
조정 평균자책점 176은 1900년 이후 만 21세 이하 투수 중 1985년 드와이트 구든(20세 229)과 1971년 바이다 블루(21세 183)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됐으며 9.75개의 9이닝당 탈삼진 역시 21세 이하 기록으로는 1998년 케리 우드(21세 12.58) 1984년 구든(19세 11.39) 2000년 릭 앤킬(20세 9.98)에 이어 4위였다.
2014년 5월 토미존 수술을 받음으로써 제동이 걸린 페르난데스는 2016년 또 한 번의 눈부신 시즌을 만들어냈다. 승리기여도(fWAR) 6.3은 그 해 메이저리그 투수 1위에 해당됐으며(182이닝 16승8패 2.86) 랜디 존슨(6회) 페드로 마르티네스(1회) 케리 우드(1회)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9이닝당 12개 이상의 삼진(12.5개)을 잡아낸 투수가 됐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매팅리 감독은 원래 9월26일이었던 페르난데스의 마지막 등판을 27일로 바꿨다. 앞선 경기에서 8이닝을 던진 페르난데스를 하루 더 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하루는 페르난데스와 마이애미의 운명을 바꿨다. 등판일이 하루 미뤄지자 친구 두 명과 함께 밤 낚시를 하러 나간 페르난데스가 방파제에 부딪혀 전복된 보트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페르난데스의 등번호 16번이 영구결번이 된 직후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여자친구와 싸운 페르난데스가 위험하다고 말린 친구들을 데리고 나갔으며 데킬라 세 병과 함께 배에 올랐다는 것. 직접 운전한 것으로 보이는 페르난데스의 시신에서는 알콜 성분과 코카인 성분이 발견됐다.
통산 76경기 38승17패 2.58의 성적을 남긴 페르난데스는 역대 가장 어린 나이(24세56일)로 세상을 떠난 올스타 선수가 됐다. 1920년 이후 데뷔한 선수 중 선발로 50경기 이상을 나서고 페르난데스보다 더 낮은 통산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344선발 2.44)뿐이다.
페르난데스의 죽음은 말린스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페르난데스 만큼은 온 정성을 다해 사랑했던 로리아가 구단 운영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은 것이다. 말린스 역사상 최고의 악당은 그렇게 퇴장했다.
존 헨리가 1999년에 샀던 금액(1억5000만)보다도 적은 1억4300만 달러에 구단을 매입한 것이 2000년이었던 로리아는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후인 2017년 10월 12억 달러를 챙기고 나갔다.
페르난데스가 건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2017년 말린스는 59홈런 132타점(.281 .376 .631)을 기록한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내셔널리그 MVP가 됐다. 스탠튼과 함께 37홈런 124타점을 기록한 마르셀 오수나(.312 .376 .548) 그리고 크리스찬 옐리치(.282 .369 .439)가 중견수를 맡은 외야진은 메이저리그 최강을 자랑했다.
2015년 200안타+도루왕 후 2016년 금지약물 사용이 적발된 디 고든은 다시 200안타+도루왕에 성공했으며,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1루수 저스틴 보어 또한 25홈런 83타점을 올렸다(.289 .366 .536). 그리고 장타에 눈을 뜬 J T 리얼뮤토가 최고의 포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278 .332 .451 17홈런).
2017년 말린스는 77승85패를 기록함으로써 워싱턴 내셔널스(97승65패)와 20경기 차이가 나는 동부 2위가 됐다. 페르난데스가 사이영상급 활약으로 7승을 더 보탰더라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즌이 끝나고 시작된 허무한 해체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로리아로부터 구단을 매입한 브루스 셔먼은 데릭 지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12억 달러의 인수 대금 중 4억 달러가 차입금이었다. 이에 모든 선수들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페르난데스가 있었다면, 어쩌면 말린스는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구단주가 왔을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말린스의 운명은 그대로였을 수도 있다. 2018시즌 후 FA가 될 예정이었던 페르난데스는 생전 FA 시장에 도전할 것임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말린스가 페르난데스의 마지막 시즌을 마지막 기회로 여겼을 수도 있지만 2017시즌 후 트레이드되는 명단에 그냥 페르난데스가 추가되는 것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한편 좋은 자원들을 떨이로 팔았다는 비난을 받았던 말린스의 '2017년 겨울 세일'은 스탠튼이 양키스에 가서 헤멤으로써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유망주를 한방에 모으고도 2018년 2월의 팜시스템 랭킹이 메이저리그 24위였던 말린스는 2018년 2월 13위에 이어 올 2월 랭킹에서는 9위까지 올라갔다.
와일드카드를 통한 두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그러나 두 번 모두 우승 직후 파이어세일을 했던 말린스가 안정적인 전력을 가지게 될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 겨울 FA 시장에서 4000만 달러를 쓴 말린스의 개막전 연봉총액은 4290만 달러다.
마이애미 영입 선수
코리 디커슨 : 2년 1750만
맷 조이스 : 2년 1750만
브랜든 킨즐러 : 1년 300만
프란시스코 서벨리 : 1년 200만
이미 가르시아 : 1년 58만
숀 로드리게스 : 마이너
브래드 박스버거 : 마이너
맷 켐프 : 마이너
조너선 비야 : 트레이드
헤수스 아길라 : 웨이버/클레임
마이애미 예상 로스터
포수 : 호르헤 알파로, 프란시스코 서벨리
1루수 : 헤수스 아길라, 개럿 쿠퍼
2루수 : 이산 디아스
3루수 : 브라이언 앤더슨
유격수 : 미겔 로하스
외야수 : 코리 디커슨, 조너선 비야, 맷 조이스
선발 : 샌디 알칸타라
선발 : 케일럽 스미스
선발 : 파블로 로페스
선발 : 호세 우레냐
선발 : 조던 야마모토
불펜 : 브랜든 킨즐러
불펜 : 드류 스테큰라이더
불펜 : 라인 스타넥
불펜 : 애덤 콘리
불펜 : 스털링 샤프
불펜 : 이미 가르시아
불펜 : 스티븐 타플리
불펜 : 제프 브링엄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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