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헛스윙 삼진을 당한 헤수스 아길라(마이애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김광현의 공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는 타석에서 좋지 않았지만 상대 투수는 좋은 공을 던졌다. 그는 공을 잘 다루고 제구가 뛰어난 투수였다. 패스트볼 커터 등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아길라는 헛스윙 삼진을 당한 공이 커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광현에게 물어 보니 그 구종은 커터가 아니라 패스트볼이 몸 쪽으로 휘어들어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즉 커터를 의식하고 던진 공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이영미의 MLB 캠프 中
공식적으로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컷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SK 와이번스 팬들은 김광현이 패스트볼을 던지면 커터처럼 보이는 공이 종종 있었다고 증언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콜린 포셰(26)는 탬파베이 레이스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좌완 셋업맨이다. 포세는 2016년 14라운드 지명으로 애리조나에 입단했다. 탬파베이는 2018년 5월 스티븐 수자 주니어 트레이드 때 좌완 포셰와 앤서니 밴다(26) 닉 솔락을 얻었고, 솔락을 다시 텍사스 우완 피트 페어뱅크스(26)와 바꿨다.
지난해 데뷔한 포셰는 51경기에 나서 51.2이닝 5승5패 4.70이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탬파베이는 포셰를 팀의 핵심 좌완 불펜으로 분류하고 있다.
포셰가 놀라운 점은 지난 시즌 무려 88.5%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는 것(슬라이더 9.7% 스플리터 1.8%). 더 놀라운 것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구속과 회전수를 가지고 '포심 폭격'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포셰가 던진 포심의 평균 구속은 93.0마일, 분당 회전수는 평균 2291회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좌완 불펜의 평균 구속은 92.8마일(우완 94.0마일) 메이저리그 포심의 평균 회전수는 2287회였다. 구속과 회전수에서 포셰의 포심은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포심이 피안타율 0.173와 헛스윙률 34.4%라는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낸 것은 포셰의 포심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직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포셰의 평균 대비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통합(불펜+선발) 1위에 해당됐다.
2019 포심 수직 무브먼트 순위(불펜)
(평균 대비 인치)
4.3 - 콜린 포셰(탬파베이)
3.9 - 숀 두리틀(워싱턴)
3.5 - 닉 앤더슨(탬파베이)
3.2 - 헌터 우드(클리블랜드)
3.2 - 타일러 클리파드(클리블랜드)
3.1 - 에밀리오 파간(탬파베이)
3.0 - 리암 헨드릭스(오클랜드)
2019 포심 수직 무브먼트 순위(선발)
(평균 대비 인치)
2.9 -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2.8 - 게릿 콜(휴스턴)
2.8 - 존 민스(볼티모어)
2.4 -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2.4 - 클레이튼 커쇼(다저스)
2.3 - 워커 뷸러(다저스)
2.3 - 딜란 번디(볼티모어)
2.3 -마이크 클레빈저(클리블랜드)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난 포심은 떨어지는 낙폭이 평균보다 적어 타자와 TV 시청자에게 공이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준다.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난 포심은 타자들로 하여금 공의 밑을 때리게 함으로써 팝플라이를 양산해 낸다. 또한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의 위력을 높여준다.
하이 패스트볼 시대를 선도한 구단인 탬파베이는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난 투수를 모았다. 2018년 12월 오클랜드와 텍사스의 주릭슨 프로파 트레이드에 끼어들어 오클랜드로부터 에밀리오 파간을 얻었다. 또한 강속구(평균 97.6마일)를 던지지만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나지 않은 '오프너 전문 투수' 라인 스타넥을 마이애미 닉 앤더슨과 바꿨다. 그리고 앤더슨이 눈부신 활약을 하자 파간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마뉴엘 마고 획득).
포셰의 포심이 평균 수준의 회전수에도 최고의 수직 무브먼트를 내는 이유는 회전 효율(spin efficiency)이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포셰는 포심을 던질 때 회전축이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완벽에 가까운 백스핀을 자랑한다. 반면 포심을 던질 때 사이드 스핀이 걸려 버리면 회전수가 높게 나오더라도 수직 무브먼트는 줄어든다.
마이클 어거스타인(팬그래프)이 측정한 포셰의 포심 회전 효율은 99%+였다. 이는 회전수와 회전 효율이 모두 뛰어난 저스틴 벌랜더(2577회)의 98.5%와 게릿 콜(2530회)의 97.1%를 능가한다.
포셰가 꿈꾸는 미래는 포셰와 마찬가지로 수직 무브먼트 좋은 93.5마일의 포심을 88.2%나 던지는 워싱턴의 좌완 마무리 숀 두리틀(33)이다. 포셰가 두리틀이 될 수 있느냐는 제구가 결정해줄 것이다.
이번에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소니 그레이(30·신시내티)로 바꿔보자.
2017시즌 중반 오클랜드에서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그레이는 2018년 11승9패 4.90(130.1이닝)에 그쳤다. 하지만 2019년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되고 나서는 11승8패 2.87(175.1이닝)을 기록함으로써 통산 두 번째 올스타전 출전과 함께 사이영상 투표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레이가 양키스에서 부진했던 것은 '알동'(AL 동부) 혹은 양키스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었을까.
그레이는 지난해 3월 이노 새리스(디 애슬레틱)와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양키스는 포심의 회전수가 뛰어난(2527회) 그레이에게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레이는 신시내티에서 재회한 밴더빌트대학 시설 은사인 데릭 존슨 투수코치와 함께 자기가 던지는 포심의 회전 효율이 4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하이 패스트볼을 고집하지 않게 된 것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레이는 "내 포심은 회전수가 높지만 팔의 각도(slot) 때문에 커터처럼 움직인다"는 말을 했다.
다르빗슈 유(33) 또한 시카고 컵스 입단 후 벌랜더와 콜의 하이 패스트볼 전략을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벌랜더의 회전 효율이 98.5%이고 콜이 97.1%인 반면 다르빗슈의 회전 효율은 7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르빗슈는 분당 회전수가 2651회로 벌랜더(2577회)와 콜(2530회)을 앞선다. 하지만 나쁜 회전 효율 때문에 평균 대비 수직 무브먼트가 0.9인치에 불과하다(벌랜더 2.9인치, 콜 2.8인치). 이에 다르빗슈는 커터성 무브먼트를 보이는 '회전 효율 낮은 포심'을 위해 커터에 주력하기로 했다.
다르빗슈 포심 / 커터 구사율
2018 : 포심 37.3% / 커터 13.5%
2019 : 포심 26.8% / 커터 36.5%
다시 김광현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난해 김광현이 KBO리그에서 기록한 포심의 평균 회전수는 2304회였다(자료 제공 - 애슬릿미디어 TrackMan Baseball). 역시 트랙맨으로 측정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인 2287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속(147.1km/h)과 회전수가 모두 좋은 김광현의 포심이 KBO리그에서 0.342의 피안타율을 기록한 것은 제구 그리고 보조 구종의 부재 문제를 떠나 포심을 잘못 활용한 것일 수도 있다.
커터성 무브먼트를 가진 포심은 높은 코스에 들어갔을 때 '충분히 높지 않게' 들어가는 문제를 가질 수 있다. 즉 김광현에게 있어 하이 패스트볼 전략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 커터성 포심을 던지는 대표적인 투수는 타일러 글래스나우(탬파베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회전수(2084회)와 평균 대비 수직 무브먼트(-2.5인치)가 평균보다 낮은 류현진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뛰어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었냐는 것이다. 이는 류현진이 제구가 회전수/회전 효율/수직 무브먼트보다 더 상위 개념임을 입증한 결과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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