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타고투저였다. 경기당 1.39개의 팀 홈런은 2017년의 1.26개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기록으로 0.86개였던 2014년과 비교하면 무려 61%의 증가가 있었다. 경기당 4.83의 팀 득점 역시 2014년의 4.07점에 비해 19%의 증가가 일어났다.
롭 맨프레드는 2015년 1월에 부임하면서 '더 많은 득점'과 '더 짧은 경기'를 천명했다. 하지만 2014년 3시간2분이었던 9이닝 경기의 평균 시간이 지난해 3시간5분으로 늘었으니까 두 개 중 하나 만 성공한 것이다(2014년 3만345명이었던 경기당 평균 관중이 지난해 2만8198명으로 줄어든 건 비밀).
지난해 '너무 많은 홈런'이 나온 이유로 가장 큰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은 공인구다. 다저스는 6월22일부터 열린 콜로라도와의 홈 3연전에서 맷 베이티-알렉스 버두고-윌 스미스가 3일 연속 신인 끝내기 홈런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특히 3차전에서 스미스가 스캇 오버그를 상대로 날린 홈런(타구 속도 99.6마일, 발사 각도 29도)은 홈런이 전혀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안타 확률 63%짜리 타구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되자 공이 다시 뻗지 않는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다저스가 클레이튼 커쇼의 8회초 백투백 피홈런(앤서니 렌돈-후안 소토)으로 충격의 3-3 동점을 허용한 디비전시리즈 5차전. 9회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스미스는 안타 확률 64%(타구속도 100.3마일, 발사각도 26도)짜리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스미스가 날린 공은 6월 홈런과 달리 펜스 앞에서 잡혔다(물론 이는 6월 낮경기와 10월 야간경기의 차이도 있었을 것이다).
2018년 63회(탬파베이 39회)였던 오프너 사용 횟수는 지난해 141회(탬파베이 35회)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럼에도 1회 평균자책점은 2018년 4.58에서 4.85로 나빠졌다. 메이저리그는 9회 평균자책점 역시 3.79에서 4.10으로 크게 높아졌는데 이는 각 팀들이 큰 점수 차 경기에서 불펜을 아끼기 위해 야수를 올려보낸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러셀 마틴(4경기 4이닝 2피안타 2K 무실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야수들은 난타를 당하며 경기를 더 맥빠지게 만들었고 경기 시간을 더 늘어나게 했다.
이에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투타 겸업 허가제'를 도입했는데, 9회 또는 연장 이닝에서 7점 차 이상이 나지 않는 한 지난 두 시즌 동안 20이닝 이상을 던진 시즌이 있거나 세 타석 이상 경기가 20경기 이상인 선수 만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조건을 두 시즌으로 한 것은 지난 시즌 마운드에 올지 못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위해서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지난해보다 홈런과 득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먼저 시범경기에 쓰이고 있는 공인구가 지난해 정규시즌보다는 포스트시즌에 가깝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야수의 마운드 등판 제한으로 인해 경기 막판 의미없는 다득점 이닝 역시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전자장비를 통한 싸인 훔치기가 그동안 리그 전체에 만연해 있던 게 맞다면(휴스턴은 쓰레기통을 침으로써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식의 편법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면, 이는 투수들의 피해가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투수들은 타자들을 상대로 다시 우위에 설 수 있을까.
약물의 시대라는 고난의 시대를 통과한 투수들은(타자와 투수가 함께 사용한 스테로이드와 암페타민은 타자에게 더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PITCHf/x(2015년부터는 트랙맨) 도입으로 인한 스트라이크 존 확장과 2014년부터 폭증세를 보인 시프트 수비를 통해 반격에 성공했다. 버드 셀릭 커미셔너의 마지막 해였던 2014년은 1981년 이후 가장 적은 득점이 나온 해였다.
2470안타 1476볼넷, 288홈런 400도루, 그리고 OPS 0.870(.291 .395 .475)이라는 꽤 괜찮은 누적 성적에도 올해 첫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5.5%를 얻어 아슬아슬하게 탈락 위기를 넘긴 바비 아브레유는 초구를 안 치기로 소문난 타자였다. 2008년 아브레유는 7.7%의 초구 스윙률을 기록했는데 그 해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초구 스윙률은 47.9%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의 타자들은 초구 공략이 본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에 지난해 초구 스윙률은 7년 전에 비해 3.3%가 증가했다. 초구 타율 역시 같은 기간 무려 2푼4리나 증가함으로써 타자들은 그 효과를 누렸다.
초구 타율
2011 - 0.330
2019 - 0.354
초구 스윙률
2011 - 26.6%
2019 - 29.9%
타석당 투구수
2011 - 3.81구
2019 - 3.93구
흥미로운 것은 타자들이 더 적극적인 초구 스윙을 하고 있음에도 같은 기간 타석당 투구수가 3.81에서 3.93개로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늘어난 타석당 투구수는 선발 투수의 빠른 교체와 더 많은 투수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초구 스윙률의 증가에도 타석당 투구수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타자들이 초구 스윙 후 타석에 더 집중해서? 그보다는 투수들이 던지는 스트라이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Zone%
2011 - 44.6%
2019 - 41.8%
볼넷/삼진
2011 - 3.11볼넷 / 7.13삼진
2019 - 3.29볼넷 / 8.88삼진
스트라이크가 줄어든 이유는 홈런을 두려워 하는 투수들이 더 많은 헛스윙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11년 57.8%였던 패스트볼 비율은 지난해 52.5%로 줄었다. 그러나 '더 많은 변화구'를 내세운 아웃존 공략은 삼진과 볼넷의 동반 증가로 이어졌다. 따라서 홈런의 공포가 투수들을 지배하는 한 투수들의 '볼질'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홈런에 대한 부담감은 또 다른 변화도 불러왔다. 2011년 91.5마일이었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8년 사이 93.1마일로 증가한 것이다. 전력 피칭을 요구하게 된 각 팀들은 제구가 덜 다듬어진 파이어볼러들을 어깨가 망가지기 전에 빨리 올림으로써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가 리그에 넘쳐나게 됐다.
결론적으로 더 많은 홈런은 투수의 공포심을 극대화함으로써 투수들이 더 많은 볼을 던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경기 시간의 증가는 물론 인플레이 타구의 감소를 통해 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월드시리즈 트로피(커미셔너 트로피)를 가지고 '금속 쪼가리'라고 한 커미셔너가 '야구는 홈런이 최고 아니겠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더 재밌는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는 메이저리그의 숙제는 풀리지 않는 난제가 될지도 모른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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