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59홈런 타자와 52홈런 타자의 만남.
뉴욕 양키스가 10년 2억6500만 달러 계약을 떠안고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데려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M&M Boys의 부활을 기대했다.
스탠튼과 애런 저지의 2017년 홈런 합계가 111개였으니, 1961년 로저 매리스(61개)와 미키 맨틀(54개)의 115개를 넘어설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
그러나 둘은 2018년 도합 65개에 그쳤고(스탠튼 158경기 38개, 저지 112경기 27개) 그마저도 2019년에는 30개로 반토막이 났다(저지 102경기 27개, 스탠튼 18경기 3개). 지난해 양키스가 때려낸 홈런(306)의 10퍼센트에 불과했던 것이다.
문제는 부상이다. 2017년 마크 맥과이어(1987년 49개)를 넘는 52개의 홈런을 날리고 신인왕과 함께 호세 알투베(휴스턴)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MVP 2위를 했던 저지는 이듬해 4월1일 선발 중견수로 출장했다. 이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덩치가 큰 중견수(201cm 127kg)가 됐다. 저지는 전반기 2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27일 제이콥 주니스(캔자스시티)가 던진 공에 손목을 맞았고 회복이 생각보다 지연되면서 무려 45경기를 놓쳤다.
저지(27)는 2019년에도 4월 말에 당한 옆구리 부상으로 54경기를 놓쳤다. 이에 2018년 112경기, 2019년 102경기 출장에 그쳤다. 같은 기간 318경기(연평균 159경기)를 소화한 코디 벨린저(24)와 비교하면 104경기가 적었던 것이다.
승리기여도(bWAR) 비교
2017 [저지] 7.9 [벨린저] 4.0
2018 [저지] 5.9 [벨린저] 4.2
2019 [저지] 5.5 [벨린저] 9.1
통산 성적 비교
코디 : 450경기 111홈런 (.278 .368 .559)
애런 : 396경기 110홈런 (.273 .394 .558)
*애런 저지 (1992년 4월생)
*코디 벨린저(1995년 7월생)
2018년 스탠튼은 정규시즌(0.266 38홈런 100타점)보다 포스트시즌이 더 실망스러웠다(디비전시리즈 18타수4단타 무홈런 6삼진). 양키스 팬들은 홈 데뷔전에서 5타석 5삼진에 그친 스탠튼에게 가차없이 야유를 퍼부었다. 스탠튼이 최악의 모습을 보인 세 경기(5타수 무안타 5삼진, 7타수 무안타 5삼진, 4타수 무안타 4삼진)가 모두 양키스타디움 경기인 것은 불안한 징조였지만 그래도 2년차 시즌에는 '양키 프레셔'와 친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많은 선수들이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원하지만 막상 양키스에 와서는 핀스트라이프가 주는 무게에 억눌린다(양키스 이적 첫 해 대활약을 하는 선수는 극소수다). 이에 양키스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수인지는 보통 2년차 시즌에 드러난다.
'전사' 폴 오닐은 양키스 2년차 시즌인 1994년에 타격왕을 차지했으며(.359 .460 .603) 역시 양키스 마지막 왕조의 핵심 선수였던 티노 마르티네스도 2년차 시즌인 1997년에 44홈런 141타점(.296 .371 .577)을 기록했다. 따라서 스탠튼에게는 지난 시즌이 대단히 중요했다. 그러나 이두박근/어깨/무릎 부상이 차례대로 스탠튼을 방문함으로써 이를 확인할 기회조차 없었다. 18경기 3홈런 13타점이라는 최악의 시즌. 포스트시즌 역시 인상적이지 않았다.
저지(201cm 127kg) 못지 않게 거구인 스탠튼(198cm 111kg)은 마이애미 시절부터 부상을 달고 살았던 선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풀타임 9년 동안 15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이 세 번(2011년 2017년 2018년)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연평균 118경기 출장에 그친 스탠튼은 이제 30대 선수가 됐다. 스탠튼은 코로나19 사태로 시범경기가 중단되고 개막일이 연기되기 전까지도 종아리 부상으로 정상적인 스프링캠프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더 문제인 것은 저지까지 스탠튼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것. 저지 또한 스프링캠프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회복이 더딘 갈비뼈 미세 골절로 인해 시즌을 망친 타자는 한 둘이 아니다.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마이클 케이 쇼'에 나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저지의 1루수 전환 주장에 대해 "절대로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1루수를 맡기기에는 너무 뛰어난 외야수(elite defender)라는 게 분 감독의 설명이다.
고교 시절 와이드리시버로서 UCLA/USC/네바다대학의 풋볼 장학금 제안을 받았던 스탠튼처럼, 역시 와이드리시버로서 노틀담/스탠퍼드/UCLA의 장학금 제안을 받았던 저지는 덩치 대비 최고의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저지가 지난 2년간(2018-2019) 기록한 디펜시브런세이브 37은 같은 기간 무키 베츠의 34를 앞서는 외야수 2위 기록이었다(1위 로렌조 케인 40). 저지는 베츠보다 800이닝을 적게 소화하고 이 기록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그 뛰어난 운동능력이 저지의 부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죽을 만큼 미워했던 데이브 윈필드는 역사적인 선수였다. 저지와 스탠튼처럼 거구를 자랑했던 윈필드(198cm 99kg)는 1972년 네 개 프로 리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NFL 미네소타 바이킹스, NBA 애틀랜타 호크스, ABA 유타 스타스)로부터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고 그 큰 덩치에도 우익수로서 7개의 골드글러브를 따냈다. 골드글러브를 7개 이상 수상한 다른 외야수 18명의 평균은 184cm 84kg으로, 윈필드를 제외하고 최장신 선수는 190cm의 켄 그리피 주니어, 안드레 도슨, 개리 매독스였다.
한편 FA가 된 후 양키스와 파격적인 10년 계약을 맺었지만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이유로 스타인브레너의 핍박을 받았던 윈필드는 1992년 토론토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됐다. 윈필드는 포스트시즌에 두 번밖에 나가지 못했는데,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1981(29세)년에는 14경기 무홈런 3타점(월드시리즈 22타수1단타 1타점) 토론토에서 뛴 1992년(40세)에는 12경기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198cm 이상의 야수가 외야수로 롱런한 사례는 사실상 윈필드가 유일하다. 토니 클락(203cm) 리치 색슨(201cm) 애덤 던(198cm) 데이브 킹맨(198cm) 등은 외야수로 데뷔했지만 빠르게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 전환했다. 반면 외야수를 고집했던 대럴 스트로베리(198cm)와 코리 하트(198cm)는 30대가 되자마자 쏟아지는 부상과 싸워야 했다.
양키스 팬들이 저지에게 더 열광하는 것은 그가 수비와 주루까지 뛰어난 201cm 타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능력은 마치 단신 투수가 100마일을 던지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 양키스 공식 홈페이지의 depth chart에는 저지가 우익수, 스탠튼이 좌익수로 되어 있다(양키스타디움은 좌익수 수비가 상당히 까다로운 곳이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 스탠튼과 저지가 가야할 곳은 지명타자와 1루수일지도 모른다(현재 1루수 루크 보이트, 지명타자 미겔 안두하).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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