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1990년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뽑으려 했던 선수는 텍사스주(알링턴)의 고교 우완 토드 밴 포플이었다. 그러나 밴 포플은 애틀랜타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당시 애틀랜타는 거의 매년 꼴지를 하고 있었다).
애틀랜타의 플랜B는 플로리다주의 고교 유격수였다. 밴 포플의 4분의1에 불과한 27만5000달러 보너스를 받고 입단하게 되는 그는 1순위 지명 선수로는 2016년 켄 그리피 주니어(득표율 99.3퍼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2018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득표율 97.2퍼센트).
많은 팀들이 밴 포플 지명을 겁냈다. 스캇 보라스 때문이었다. 보라스는 실제로 밴 포플에게 파격적인 120만 달러 메이저리그 계약을 선물했다(이제는 아마추어 선수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는 게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듬해 고교 좌완 브라이언 테일러에게 사상 최초의 100만 달러 보너스를 받게 했다. 1순위로 테일러를 데려간 팀은 뉴욕 양키스였다.
보라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준 팀은 당시만 해도 양키스 못지 않게 많은 돈을 썼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였다(1991년 연봉총액 1위 오클랜드, 2위 다저스, 3위 보스턴, 4위 메츠, 5위 에인절스). 토니 라루사 감독의 오클랜드는 당대 최고의 전력을 앞세워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1988년에는 다저스(1승4패) 1990년에는 신시내티(4연패)에게 지는 이번의 희생양이 됐다.
1990년 1라운드 지명권이 네 장이나 됐던 오클랜드의 샌디 앨더슨 단장은 밴 포플(14순위) 돈 피터스(26순위) 데이브 잔카나로(34순위) 커크 드레슨도퍼(36순위)를 뽑으면서 "네 명의 에이스를 얻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 네 명은 통산 승수 합계가 43승에 불과할 정도로 하나 같이 모두 실패했다(밴 포플 40승, 드레슨도퍼 3승, 피터스-잔카나로 데뷔 실패).
'밴 포플-테일러' 2연타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단장들이 처음 상대해 보는 유형의 에이전트였다. 최대한 신사적이기 위해 노력한 다른 에이전트들과 달리 보라스는 악당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1996년 보라스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수에게 드래프트 지명 사실을 15일 내로 서면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관행적으로 어기고 있는 것을 이용해 자기의 고객들인 트래비스 리(2순위 미네소타) 존 패터슨(5순위 몬트리올) 맷 화이트(7순위 샌프란시스코) 바비 셰이(12순위 화이트삭스)를 모두 FA선수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당시는 1라운드 지명 선수와 계약에 실패했을 때 주는 이듬해 보상 지명권도 없었다. 이에 위 네 명을 지명한 팀들은 피 같은 드래프트 지명권을 잃었고 한동안 보라스와는 말도 섞지 않았다.
보라스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그 해 1순위 지명 선수인 크리스 벤슨(피츠버그)이 받은 보너스가 200만 달러였던 반면 리와 화이트는 각각 1000만 달러, 패터슨은 600만 달러, 셰이는 총액 30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는 대박을 터뜨렸다.
보라스가 이러한 도박을 감행한 이유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때문이었다. 1995년 3월에 창단한 두 팀은 1998년 리그 참가를 앞두고 좋은 선수들을 모으기 위해 마음이 급한 상태였다. 이에 리와 패터슨을 애리조나가, 화이트와 셰이를 탬파베이가 데려갔다. 그리고 네 명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심지어 화이트는 데뷔하지도 못했다).
리그 참가 첫 해인 1998년. 예상대로 래리 로스차일드 감독의 탬파베이는 63승99패, 벅 쇼월터 감독의 애리조나는 65승97패에 그쳤다.
애리조나는 신생팀을 위한 확장 드래프트를 통해 다저스에서 데려온 특급 유망주(1996년 BA 7위) 출신 카림 가르시아(22)가 부진했다(113경기 9홈런 43타점 .222 .260 .381). 하지만 트래비스 리(23)가 신인왕 3위에 오르며 팀의 첫 번째 스타 선수가 됐다(146경기 22홈런 72타점 .269 .346 .429). 리에 앞서 신인왕 1,2위를 한 선수들은 케리 우드(시카고 컵스)와 토드 헬튼(콜로라도)이었다.
그러나 1999년 리는 지독한 2년차 부진에 시달렸고(120경기 9홈런 50타점 .237 .337 .363) 이는 3년차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시즌인 1999년부터 두 팀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탬파베이가 69승93패에 그친 반면 애리조나는 내셔널리그 2위에 해당되는 100승62패를 기록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애리조나는 카림 가르시아를 주고 디트로이트에서 데려온 루이스 곤살레스(26홈런 111타점 .336 .403 .549)와 함께 맷 윌리엄스(35홈런 142타점 .303 .344 .536) 제이 벨(38홈런 112타점 .289 .374 .557) 스티브 핀리(34홈런 103타점 .264 .336 .525) 베테랑 트리오가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슈퍼 에이스가 있었다.
랜디 존슨은 애리조나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1999년 사이영상을 따냈다(271.2이닝 364삼진, 17승9패 2.48) 존슨의 리그 폭격은 이듬해도 마찬가지였다(248.2이닝 347삼진, 19승7패 2.64). 애리조나의 문제는 존슨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투수의 상태가 대단히 심각했다는 것. 2000년 7월 애리조나는 트레이드 시장에 등장한 거물급 투수를 데려오기로 한다. 필라델피아의 에이스 커트 실링(33)이었다.
꼴찌 팀 필라델피아 팬들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였던 실링은 1997년 254.1이닝 319삼진(17승11패 2.97)을 기록함으로써 241.1이닝에서 305개를 기록한 페드로 마르티네스(몬트리올)와 함께 300탈삼진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도 268.2이닝 300삼진(15승14패 3.25)으로 역대 5번째 2년 연속 300탈삼진을 만들어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1965-1966년 샌디 코팩스 이후 처음이었다.
실링은 비록 부상으로 1999시즌을 망쳤고 어깨 수술 후 시작한 2000시즌의 출발 역시 좋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1997-1998년의 구위가 돌아오고 있었다(2000시즌 첫 8경기 1승4패 6.34 후 8경기 5승2패 2.00).
7월 트레이드 시장에 실링이 등장하자 그 해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하는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는 물론 클리블랜드와 시애틀 그리고 세인트루이스가 뛰어 들었다. 심지어 세인트루이스는 필라델피아와 악연인 제이디 드루(24)를 제안했다.
1997년 드래프트의 최대어였던 드루를 2순위 필라델피아가 지명하자, 보라스는 필라델피아에게 1000만 달러 계약을 요구했다. 1년 전 트래비스 리가 1000만 달러를 받았으니 드류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었다(대학리그 최초의 30홈런 30도루 선수가 된 드루는 '화이트 그리피'로 불렸다).
보라스는 필라델피아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독립리그로 보내겠다는 협박을 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했다. 드루는 드래프트 재수를 통해 이듬해 5순위 지명과 800만 달러를 받고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다. 가뜩이나 몸에 화가 많은 필라델피아 팬들이 드루만 보면 분노를 참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에드 웨이드 단장은 드루보다는 애리조나가 제시한 패키지(트래비스 리, 비센테 파디야, 오마 달, 넬슨 피게로아)를 더 마음에 들어했다. 팻 버렐을 외야수로 전향시킨 웨이드는 특히 1루수에 집착했는데 리가 1루를 맡아줄 거라고 믿었다.
한편 리가 2001년 157경기 20홈런 90타점(.258 .341 .434) 2002년 153경기 13홈런 70타점(.265 .331 .394)에 그치자 참다 못한 필라델피아는 2003년 짐 토미와 계약했다. 그리고 토미의 존재로 인해 라이언 하워드의 데뷔가 지연됐다.
알래스카에서 태어났지만 피닉스에서 성장했으며 훗날 메릴 켈리의 대학 선배가 되는 실링은 고향 팀으로 간다는 소식에 트레이드 거부권을 풀었다. 필라델피아 팬들에게는 "그동안 야유를 참아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는 말을 남겼다(실제로 필리스 팬들은 고독한 에이스였던 실링에게 매우 관대했다).
2000년 7월27일 실링의 영입 기자회견에서 애리조나 조 가라지올라 단장은 마치 미래를 내다 본 듯한 한 마디를 남겼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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