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파나마 사람들을 모두 뉴욕 양키스 팬으로 만든 마리아노 리베라(bWAR 56.3)는 파나마 최고의 야구 영웅이다(투수 2위 라미로 멘도사 11.8).
하지만 리베라 이전 최초의 파나마 출신 슈퍼스타가 있었다. 1967년부터 1985년까지 활약하며 타이 콥(11회) 토니 그윈(8회) 호너스 와그너(8회) 다음으로 많은 7번의 타격왕을 차지한 로드 커루(bWAR 81.3)다. 매년 메이저리그가 내셔널리그 타격왕에게 주는 상의 이름은 토니그윈상,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게 주는 상은 로드커루상이다(파나마 야수 bWAR 2위 카를로스 리 28.3).
역대 19명 뿐인 통산 타율 3할 & 3000안타 선수인 커루는 준비 동작 때 방망이를 옆으로 완전히 눕히는 독특한 타격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야수들 사이 빈 공간으로 타구를 날리는 철저한 스프레이 히팅과 라인드라이브 배팅에 주력했던 커루는 1900년 이후 데뷔한 29명의 3000안타 타자 중 유일하게 통산 100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통산 92홈런). 하지만 353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빠른 발을 활용해 112개의 3루타를 때려내고 445개의 2루타를 기록했다.
0.328의 통산 타율이 토니 그윈(0.338) 스탠 뮤지얼(0.331)에 이어 테드 윌리엄스(0.344) 이후 3위에 해당되는 커루는 또한 라이브볼 시대 4000타석 이상 타자 중 가장 좋은 0.359의 인플레이 타율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 타율 2위는 누구일까. 커루보다 단 1리가 낮은 크리스찬 옐리치(밀워키)다.
옐리치의 통산 인플레이 타율 0.358는 조이 보토(0.349) 마이크 트라웃(0.348) 폴 골드슈미트(0.348)에 앞선 현역 1위에 해당되는데 데뷔 후 자신의 고윳값을 크게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옐리치 BABIP 변화(시즌 타율)
2013 - 0.380 (0.287)
2014 - 0.356 (0.284)
2015 - 0.370 (0.300)
2016 - 0.356 (0.298)
2017 - 0.336 (0.282)
2018 - 0.373 (0.326)
2019 - 0.355 (0.329)
BABIP(Baseball Average on Balls In Play)로 불리는 인플레이 타율은 홈런을 제외하고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로 연결된 비율을 말한다.
만약 10번의 타석에서 홈런 하나를 때려내고 볼넷 하나, 삼진 두 개와 함께 두 개의 안타를 기록했다면 홈런(1) 볼넷(1) 삼진(2)을 제외한 6개의 인플레이 타구 중 두 개가 안타가 됐음으로 인플레이 타율은 0.333(2/6)가 된다.
BABIP가 등장한 것은 그렉 매덕스 때문이었다. 세이버메트리션 보로스 매크라켄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2.15였던 매덕스의 평균자책점이 1999년 3.57로 폭등한 것에 의문을 가졌다. 이유는 1998년 0.222였던 피안타율이 1999년 0.294로 높아졌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나 매덕스의 피칭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크라켄은 매덕스의 BABIP가 1998년 0.262에서 1999년 0.324로 급등한 것을 찾아냈다. 그리고 "매덕스의 BABIP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제로 2000년 매덕스의 BABIP는 커리어 평균 수준(0.272)으로 돌아왔고 평균자책점도 3.00으로 낮아졌다. 매크라켄의 BABIP 이론은 피안타에서 투수의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는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평균 인플레이 타율은 0.298였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25시즌을 살펴보면 인플레이 타율은 0.293(2002년)와 0.303(2007년) 사이에서 움직였으며 중간값은 0.299였다.
인플레이 타율이 높으면 실제 타율도 높은 경우가 많다. 인플레이 타율이 높은 타자는 대체로 뛰어난 타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뉴욕 양키스 시절 정상급 외야 유망주 중 한 명이었던 오스틴 잭슨(2009년 BA 36위)은 통산 인플레이 타율이 0.355인 반면 실제 통산 타율은 0.273였다.
이는 잭슨이 삼진을 너무 많이 당하는 데다(통산 삼진율 24.1%) 홈런까지 적었기 때문이다. 삼진과 홈런은 인플레이 타율에 해당되지 않는다. 반면 삼진을 극도로 적게 당하는 스타일이었던 마크 그레이스(통산 삼진율 6.9%)는 0.309의 인플레이 타율로 통산 0.303의 타율을 만들어냈다.
타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특성에 따라 인플레이 타율에서 자기 만의 고윳값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고윳값에서 크게 벗어나는 인플레이 타율을 보이고 있다면 운 또는 불운이 크게 작용하고 있거가 기량의 발전 또는 하락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자의 경우(운 또는 불운)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고윳값으로 회귀하게 된다.
지난해 요안 몬카다(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977년 로드 커루(0.408) 이후 가장 높은 0.406의 인플레이 타율을 기록했다. 몬카다는 2017-2018년에도 리그 평균보다 많이 높은 0.339를 기록했는데 너무 많은 삼진을 당함으로써 2017-2018년 타율은 0.234에 불과했다. 몬카다는 지난 시즌에도 인플레이 타율(0.409)과 실제 타율(0.315)의 차이가 상당히 컸다(인플레이 타율 0.408을 기록한 시즌 커루의 실제 타율은 0.388였다). 메이저리그에서 600타석을 소화한 몬카다는 고윳값이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2019 MLB 타구별 BABIP
0.632 - 라인드라이브
0.308 - 플라이볼
0.242 - 땅볼
0.021 - 팝플라이
그렇다면 어떤 타자들이 높은 고윳값과 낮은 고윳값을 가지고 있을까. 야구에서 안타가 될 확률이 가장 높은 타구는 라인드라이브다. 이에 프레디 프리먼(통산 BABIP 0.340)처럼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높은 타자가 인플레이 타율이 높다.
땅볼(0.242)과 '팝플라이가 포함된 플라이볼'(0.239)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스즈키 이치로(통산 BABIP 0.338)처럼 발이 빠른 땅볼 타자와 조이 보토(통산 BABIP 0.349)처럼 팝플라이가 극도로 적은 플라이볼 타자는 더 유리해진다(보토는 통산 내야팝업의 비율이 1.2%에 불과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08년의 경우 땅볼의 인플레이 타율이 0.241 플라이볼이 0.222로 땅볼이 플라이볼보다 1푼9리가 높았던 반면 지난 시즌은 3리밖에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그 사이 크게 발전한 시프트 수비가 많은 땅볼 안타를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플레이 타율이 높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시프트 수비에 당하지 말 것'이다.
정리해 보면 인플레이 타율이 높으려면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 내야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팝플라이가 적어야 한다. 또한 시프트 수비로 인한 피해도 적어야 한다.
옐리치의 통산 라인드라이브 비율(22.1%)은 리그 평균(21.4%)보다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30개의 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야안타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다(리그 평균 6.5% 옐리치 통산 5.8%).
2019 옐리치 타구별 BABIP
(괄호안은 리그 평균)
0.722 - 라인드라이브 (0.632)
0.490 - 플라이볼 (0.308)
0.281 - 땅볼 (0.242)
0.053 - 팝플라이 (0.021)
하지만 옐리치는 라인드라이브와 플라이볼 타구를 만들어냈을 때 인플레이 타율이 메이저리그 평균에 비해 눈에 띄게 높다. 이는 옐리치가 만들어내는 타구의 질이 대단히 좋기 때문으로, 옐리치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리그 평균인 93.3마일보다 크게 높은 평균 97.0마일, 플라이볼 타구 역시 리그 평균인 92.0마일보다 4.5마일이 높은 96.5마일에 달한다.
2018년 옐리치는 시프트 타석의 비중이 1.7%로 메이저리그 좌타자 중 가장 낮았다. 이에 상대 팀들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 비율을 32.3%까지 높였다. 하지만 옐리치는 시프트가 걸린 타석에서 0.402의 인플레이 타율을 기록함으로써 상대 시프트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시프트를 하지 하지 않았을 때 인플레이 타율이 0.297였으니 상대 팀들의 시프트 시도는 오히려 옐리치에게 큰 도움이 됐던 것이다.
옐리치의 반대편에 있는 타자는 LA 다저스 작 피더슨이다. 피더슨은 홈런을 많이 때려내고 있지만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리그 평균인 21.4%보다 낮은 17.4%다. 그리고 시프트에 많이 당하기 때문에(시프트 타석 비중 90.0%) 인플레이 타율이 낮고(통산 0.260) 여기에 삼진을 너무 많이 당하고 있어 인플레이 타율 대비 통산 타율(0.233)까지 낮다.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 중거리 타자였던 옐리치는 배리 본즈의 가르침 이후 거포로 거듭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극적인 변화가 삼진율의 증가와 인플레이 타율의 하락 없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옐리치는 홈런수를 크게 늘림으로써(2017년 18개, 2018년 36개, 2019년 44개) 인플레이 타율의 극적인 변화가 없었는데도(2013~2017년 0.356 / 2018-2019년 0.365) 지난 두 시즌을 통해 통산 타율을 0.290에서 0.301로 끌어올렸다.
과연 옐리치는 지금의 인플레이 타율을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홈런을 치는 로드 커루'라는 놀라운 모습으로 은퇴할 수 있을까.
역대 통산 3할 & 3000안타 선수
0.334 / 3435 - 캡 앤슨
0.338 / 3243 - 냅 라조웨이
0.328 / 3420 - 호너스 와그너
0.345 / 3514 - 트리스 스피커
0.366 / 4189 - 타이 콥
0.333 / 3315 - 에디 콜린스
0.333 / 3152 - 폴 웨이너
0.331 / 3630 - 스탠 뮤지얼
0.317 / 3000 - 로베르토 클레멘테
0.302 / 3283 - 윌리 메이스
0.305 / 3771 - 행크 애런
0.328 / 3053 - 로드 커루
0.303 / 4256 - 피트 로즈
0.305 / 3154 - 조지 브렛
0.306 / 3319 - 폴 몰리터
0.328 / 3010 - 웨이드 보그스
0.338 / 3141 - 토니 그윈
0.310 / 3465 - 데릭 지터
0.311 / 3089 - 스즈키 이치로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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