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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MLB] 요한 산타나와 CC 사바시아(05.22)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5. 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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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산타나

 

 

2007시즌이 끝난 후 최고의 좌완 요한 산타나(28)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

 

산타나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승리기여도(fWAR 24.6) 1위 투수였으며(로이 오스왈트 23.6, 제이크 피비 20.7, 브랜든 웹 20.1) 리반 에르난데스(921.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921.2)을 소화하고 두 개의 만장일치 사이영상(2004 2006)을 따낸 투수였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에이스로서 철저한 보호를 받았다.

 

산타나는 양키스가 사랑하는 좌완 투수였다. 2003년 이후 보스턴전 6경기에서 412.33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양키스의 마음에 쏙 들었다. 양키스가 산타나 영입전에 뛰어든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미네소타는 양키스가 애지중지했던 유망주 트리오(조바 체임벌린, 필 휴즈, 이안 케네디) 중 두 명을 요구했다. 체임벌린을 가장 높에 평가한 양키스는 휴즈는 줄 수 있다고 했지만, 휴즈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미네소타는 이안 케네디까지 내놓아야 타산이 맞는다고 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아이러니하게도 미네소타는 2014년 휴즈와 324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었고, 휴즈가 201411.63의 탈삼진/볼넷 역대 신기록을 세우자 34200만 달러를 추가해줬다. 그리고 망했다).

 

2008년 양키스는 1995년부터 이어온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중단됐다. 분노의 양키스는 FA 시장에 441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CC 사바시아, 마크 테세이라, A J 버넷). 그리고 그 중 16100만 달러를 사바시아에게 썼다. 결국 양키스는 1년을 참고 산타나 대신 사바시아를 영입한 셈이 됐다.

 

모든 지표는 롱런할 투수로 사바시아보다 산타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먼저 역사상 사바시아 만큼 무거운 투수가 롱런한 사례는 없었다. 양키스와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엄청난 기대를 걸었던 조바 체임벌린(111kg)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555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300파운드(136kg)의 사바시아는 체임벌린보다 25kg이 더 나가는 투수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300파운드 이상 투수는 사바시아와 315파운드(142kg) 점보 디아스(168이닝)뿐으로, 사바시아와 '또 다른 한 명'을 제외한 285파운드(131kg) 이상 투수들은 모두 통산 600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또 다른 한 명'42살까지 장수하며 메이저리그에서 3529이닝을 던진 바톨로 콜론이다.

 

또한 산타나가 체인지업 투수인 반면 사바시아는 슬라이더 투수였다.

 

2017년 한 바이오메카닉 연구는 18명의 투수에게 38개의 마커를 부착한 후 각 구종을 던질 때바다 몸에 어느 정도의 무리가 가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팔꿈치 내전근은 체인지업 대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각각 8%9%, 어깨 수평 내전근은 체인지업 대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17%20%의 부담이 더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어깨 전방근은 커브가 체인지업 대비 13%, 팔꿈치 굴곡근은 패스트볼이 커브 대비 9%, 체인지업 대비 14%의 부담을 더 주는 등 몸에 가장 무리가 덜 가는 구종은 체인지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사바시아 이전 3000이닝 이상을 던진 8명의 좌완 투수는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은 투수(랜디 존슨)보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이거나(마크 벌리, 제이미 모이어, 톰 글래빈, 케니 로저스) 체인지업을 충분히 섞어 던진 투수(앤디 페티트, 데이빗 웰스, 척 핀리)의 비율이 17에 달했다.

 

체인지업의 대명사였던 산타나는 또한 29세 시즌까지 철저한 보호를 받았다. 산타나는 마이너리그에서 당했던 팔꿈치 부상과 그로 인한 불펜 등판으로 인해 29세 시즌까지 소화한 이닝(마이너리그+메이저리그 정규&포스트시즌)1919이닝이었다. 하지만 사바시아는 29세 시즌까지 산타나보다 532이닝이 더 많은 2451이닝을 던졌다.

 

산타나가 240이닝 이상을 넘은 시즌이 없었던 반면 사바시아는 27세 시즌 256이닝, 28세 시즌 256이닝, 29세 시즌 266이닝, 29세 시즌 254이닝을 감당해야 했다(포스트시즌 포함 기록). 특히 2008시즌 중반 사바시아를 데려간 밀워키는 '어차피 잡지 못할 투수'를 마음껏 부려먹었다.

 

투구수 역시 사바시아가 선발 등판의 41%에 달하는 136경기에서 110구 이상을 던진 반면, 미네소타와 론 가든하이어 감독이 신줏단지 모시듯 했던 산타나는 110구 이상 경기가 39경기로 선발 등판의 18%였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누가 더 롱런했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 29세 시즌(2008)이 뉴욕 메츠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산타나는 사이영상 3위에 오르는 좋은 활약을 했다(234.1이닝 1672.53). 그러나 30세 시즌부터 꺾이기 시작했고 이후 482.2이닝에 그침으로써 프로 통산 2402이닝으로 커리어를 끝냈다(ML 정규시즌 2025.2이닝).

 

반면 29세 시즌(2010)2009년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듬해 시즌이자 개인 최다승 시즌(237.2이닝 2173.18)이었던 사바시아는 이후 산타나의 세 배에 달하는 1503.1이닝을 추가함으로써 3954이닝을 던지는 대단한 롱런을 만들어냈다(ML 정규시즌 3577이닝).

 

이에 조정 평균자책점이 136에 달하지만 통산 139승에서 멈춘 산타나가 첫 번째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2.4%에 그침으로써 곧바로 탈락한 반면(탈락 기준 5% 미만) 251승과 3093개의 삼진을 잡아낸 사바시아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산타나는 왜 롱런하지 못했을까.

사바시아 또한 32세 시즌부터의 급격한 구속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바시아는 앤디 페티트에게서 배운 커터로 구속 저하의 위기를 이겨냈다.

 

톰 글래빈은 200034세 시즌부터 커터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그 해 통산 5번째이자 마지막 20승에 성공했다(랜디 존슨에 이은 사이영 2). 그리고 34세 시즌 이후 118승과 1754이닝을 추가함으로써 305/4413이닝으로 은퇴할 수 있었다.

 

산타나는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세 가지 구종을 던지는 투수였다. 체인지업이 당대 최고의 구종이었지만 패스트볼의 구속과 위력도 전성기 클레이튼 커쇼와 큰 차이가 없었다(산타나 27세 시즌 93.1마일, 커쇼 28세 시즌 93.1마일).

 

산타나는 28세 시즌부터 구속 저하가 빠르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어떠한 구종도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커터 장착에 실패함으로써 95마일 패스트볼을 우타자 몸쪽에 찔러넣고 바깥쪽으로 체인지업을 던지는 패턴을 가져가는 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산타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패스트볼 구속을 유지하는 데 안간힘을 다했지만 이는 어깨 부상으로 이어졌다.

 

철저하게 보호 받은 체인지업 투수가 일찍 쓰러진 반면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너무 무거운 몸을 가졌으며 너무 이른 나이부터 너무 많은 공을 던진 슬라이더 투수는 롱런했다. 누가 건강할 투수이고 누가 그렇지 않을 투수인지를 감별하는것은 야구가 사라질 때까지 풀리지 않는 난제가 될지도 모른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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