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모든 선수가 명예의 전당을 꿈꾼다. 그러나 모두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할 수 있는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헌액은 코로나19 사태로 7월 입회식이 연기된 데릭 지터(99.75%)와 래리 워커(76.57%)를 포함하더라도 134명이 전부다. 그리고 첫 해 투표를 통과한 선수는 57명이다.
BBWAA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발투수는 38명. 그 중 첫 해 투표를 통과한 선수는 16명에 불과하다.
2013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로이 할러데이는 2017년 11월7일 경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만 40세177일). 부검 결과 할러데이는 모르핀 암페타민 항우울제 성분이 발견됐다. 그리고 지난 4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 사고 조사 발표에 따르면 할러데이는 위험한 곡예 비행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월 할러데이는 85.4%의 득표율을 얻어 첫 해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명예의 전당 입성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첫 해 헌액을 두고는 토론이 벌어졌다.
첫 해 헌액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쪽은 할러데이의 '임팩트'를 강조한다. 할러데이는 아메리칸리그(2003)와 내셔널리그(2010)에서 하나씩 따낸 두 개의 사이영상을 가지고 있으며, 2010년에는 노히트노런과 퍼펙트게임을 한 해 모두 따낸 최초의 투수가 됐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 노히트노런은 1956년 돈 라슨의 월드시리즈 퍼펙트게임에 이어 포스트시즌 역대 2호 노히터였다. 그리고 할러데이는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완투형 에이스였다.
첫 해 헌액이 무리라고 생각하는 쪽은 임팩트는 인정하지만 누적 성적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할러데이(85.4%)는 203승에 그쳤는데 역시 219승을 올리고 들어간 페드로 마르티네스(첫 해 91.1%)와 비교해도 누적 성적이 많이 떨어진다.
승리 [Pedro] 219 [Roy] 203
이닝 [Pedro] 2827.1 [Roy] 2749.1
삼진 [Pedro] 3154 [Roy] 2117
bWAR [Pedro] 83.9 [Roy] 64.2
ERA+ [Pedro] 154 [Roy] 131
*사이영 : Pedro(3) Roy(2)
*노히터 : Pedro(0) Roy(2)
*타이틀 : Pedro(11) Roy(17)
Pedro : 다승(1) ERA(5) 완투(1) 완봉(1) 탈삼진(3)
Roy : 다승(2) 완투(7) 완봉(4) 이닝(4)
그렇다면 할러데이의 첫 해 입성에는 비운의 죽음으로 인한 동정표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일까.
명예의 전당에 고려되는 두 가지 기준은 <얼마나 꾸준했는가>와 <시대를 지배했는가>이다. 전자는 누적 성적으로, 후자는 수상 실적과 타이틀 숫자로 나타난다.
꾸준함의 끝판왕은 사이영상은 물론 타이틀 한 개(평균자책점 1회)에 그쳤지만 통산 324승 5282이닝을 기록하고 5수 끝에 들어간 돈 서튼이다(bWAR 66.7). 반대로 임팩트의 끝판왕은 165승 2324이닝에 그쳤지만 황금의 5년(양 리그 통합 만장일치 사이영상 3회, 트리플 크라운 3회, 월드시리즈 MVP 2회, 리그 MVP 1회, 다승 3회, ERA 5회, 300K 3회)을 만들어낸 샌디 코팩스다(bWAR 48.9).
누적과 임팩트 두 가지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명예의 전당 예측 지표는 제이 재프에 의해 만들어졌다. 재프는 통산 승리기여도(bWAR)와 가장 뛰어난 7시즌의 승리기여도(WAR7)를 합쳐 2로 나누는 단순한 계산법을 만들어냈다. 가장 좋은 7시즌의 승리기여도는 통산 승리기여도보다 적기 때문에 통산 승리기여도의 영향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첫 해 투표를 통해 오른 16명의 누적과 임팩트를 비교해보자.
두 항목 모두 1~10위 투수(득표율)
월터 존슨(83.63%) : bWAR 1위 / WAR7 1위
톰 시버(98.84%) : bWAR 4위 / WAR7 8위
그렉 매덕스(97.2%) : bWAR 6위 / WAR7 10위
크리스티 매튜슨(90.71%) : bWAR 7위 / WAR7 3위
랜디 존슨(97.27%) : bWAR 8위 / WAR7 6위
417승 110완봉승의 월터 존슨. 월터 존슨과 함께 300승-2점대-3000탈삼진을 달성한 두 명 중 한 명이자 유일한 라이브볼 시대 투수인 톰 시버. 5000이닝을 던진 라이브볼 시대 7명 중 조정 평균자책점 1위(132) 그렉 매덕스와 2.13의 통산 평균자책점이 역대 4000이닝 투수 1위인 크리스티 매튜슨(2위 월터 존슨 2.17). 그리고 '롱런한 샌디 코팩스' 또는 '5개의 사이영상을 따낸 놀란 라이언'이라 할 수 있는 랜디 존슨은 BBWAA 명예의 전당 선발투수 38명 중 누적(bWAR)과 임팩트(WAR7) 모두 10위 내에 이름을 올린,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달성한 선수들이다.
한 가지 항목 1~10위 투수
워렌 스판(82.89%) : bWAR 9위 / WAR7 17위
밥 깁슨(84.04%) : bWAR 14위 / WAR7 7위
페드로 마르티네스(91.07%) : bWAR 17위 / WAR7 9위
두 가지 중 하나에서만 10위 내에 든 투수들은 워렌 스판, 밥 깁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세 명. 스판이 누적에서 10위 내에 든 반면 3000탈삼진 투수들이지만 300승에 성공하지 못한 깁슨과 마르티네스는 임팩트에서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이들은 나머지 항목에서도 20위 내에 위치함으로써 다른 부분이 약점이 아닌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두 항목 모두 11~20위 투수
스티브 칼튼(95.82%) : bWAR 12위 / WAR7 13위
누적과 임팩트 모두 10위 밖이지만 누적 12위, 임팩트 12위일 정도로 균형적인 성적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칼튼(4136)보다 더 많은 삼진을 잡아낸 명예의 전당 투수는 놀란 라이언(5714)과 랜디 존슨(4875)밖에 없으며, 칼튼(4개)보다 사이영상을 더 많이 따낸 명예의 전당 투수는 랜디 존슨(5개)밖에 없다(그렉 매덕스 4개 동률).
첫 해 실패가 아까운 투수들
사이 영(76.12%) : bWAR 2위 / WAR7 2위
피트 알렉산더(80.92%) : bWAR 3위 / WAR7 4위
레프티 그로브(76.4%) : bWAR 5위 / WAR7 5위
필 니크로(80.34%) : bWAR 10위 / WAR7 12위
버트 블라일레븐(79.69%) : bWAR 11위 / WAR7 20위
사이 영, 피트 알렉산더, 레프티 그로브는 당연히 첫 해 입성을 했어야 하는 선수들. 그러나 영은 쟁쟁한 선수들이 너무 많았던 탓에 1936년 '퍼스트 파이브'(타이 콥, 호너스 와그너, 베이브 루스, 월터 존슨, 크리스티 매튜슨)가 되지 못했고 이는 알렉산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1936년 첫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는 그때까지 은퇴한 모든 선수들과 모든 현역 선수들이 투표 대상이었다. 사이 영은 1937년 두 번째 투표에서, 피트 알렉산더는 1938년 세 번째 투표를 통해 들어갔다.
첫 해 입성 실패가 가장 놀라운 선수는 레프티 그로브다. 타고투저의 최절정기인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를 보낸 투수인 그로브는 통산 300승 3940이닝과 함께 역대 최다에 해당되는 9개의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냈다(2위 로저 클레멘스 7회, 공동 3위 월터 존슨-크리스티 매튜슨-샌디 코팩스-클레이튼 커쇼-페드로 마르티네스 5회). 또한 두 번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로브는 1936년 현역으로서 투표 대상이 됐고, 은퇴 후에는 1947년 네 번째 투표 만에 기준선을 넘었는데 당시만 해도 적체 현상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같은 해 오른 칼 허벨(누적 25위, 임팩트 24위)의 득표율이 87.0%였던 반면 그로브가 76.4%였던 것은 그로브가 저평가 받은 투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허벨에게는 1934년 올스타전에서의 5타자 연속 탈삼진(베이브 루스, 루 게릭, 지미 팍스, 알 시먼스, 조 크로닌)과 1933년 월드시리즈에서의 20이닝 무실점이라는 두 개의 역사적인 퍼포먼스가 있었던 반면 그로브에게는 자신을 대표할 만한 명장면이 없었다.
필 니크로와 버트 블라일레븐도 승리기여도 기록으로는 첫 해 입성을 해도 이상할 게 없었던 투수들. 그러나 니크로는 당시까지만 해도 '너클볼로 올린 성적'에 대해 인색했던 탓에 5번이나 투표에 나서야 했으며, 승리기여도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승운이 따르지 않은 돈 서튼'이었던 블라일레븐은 15번의 기회 중 14번을 사용하고서야 기준선 75%를 뚫을 수 있었다.
한 가지 항목 11~20위 투수
놀란 라이언(98.79%) : bWAR 19위 / WAR7 29위
로이 할러데이(85.41%) : bWAR 28위 / WAR7 19위
밥 펠러(93.75%) : bWAR 29위 / WAR7 16위
톰 글래빈(91.94%) : bWAR 20위 / WAR7 27위
BBWAA가 뽑은 명예의 전당 38명의 선발투수로 한정하면 누적과 임팩트 모두 상위권은 아닌 선수들. 그러나 사이영상을 한 개도 따내지 못했지만 300탈삼진을 19번을 하고 14개를 더 보태야 하는 5714개의 삼진을 잡아낸 놀란 라이언은 미국 야구 팬들이 가장 사랑한 투수였으며, 통산 266승 2581탈삼진의 밥 펠러는 자원 입대와 그로 인한 4년의 공백이 아니었다면 360승-3600탈삼진을 기록했을지도 모르는 투수다. 펠러는 전함 앨라배마(USS Alabama)호의 대공포 사수로 8개의 무공훈장을 달고 제대했다.
글래빈은 성적 자체도 뛰어났지만(300승이 결정적이었다) 같은 해 입성한 매덕스의 영향도 받은 경우. 매덕스가 첫 해 입성인데 글래빈을 거르기가 어려웠다. 반면 할러데이는 마지막 완투형 에이스라는 타이틀과 함께 요절을 하게 된 것도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두 가지 항목 모두 '21위~' 투수
존 스몰츠(82.88%) : bWAR 22위 / WAR7 34위
짐 파머(92.57%) : bWAR 24위 / WAR7 23위
샌디 코팩스(86.87%) : bWAR 34위 / WAR7 24위
코팩스의 첫 해 입성은 논외로 하자. 1999년 센추리 팀 투표가 있었을 때 우완 1위는 놀란 라이언, 좌완 1위는 샌디 코팩스였을 정도로, 미국 팬들은 코팩스에 대해서는 지극히 감성적인 점을 이해해야 한다.
스몰츠와 파머의 공통점은 커리어를 위헙할 만한 부상을 극복해 낸 스토리다. 스몰츠는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와 사이드암 피칭에 너클볼을 던졌을 정도로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고, 불펜에서 세 시즌 동안 뛰어난 활약을 한 후 선발로 화려하게 돌아오는 모습까지 선보였다(2005년 38세 시즌 229.2이닝 14승7패 3.06, 2006년 39세 시즌 232이닝 16승9패 3.49, 2007년 40세 시즌 205.2이닝 14승8패 3.11).
이제 할러데이에 대한 결론을 내려보자. 할러데이는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큼 충분한 커리어를 만들어냈지만 첫 해 입성자 중에서는 누적과 임팩트 모두 상위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할러데이의 은퇴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완투가 실종된 점(CC 사바시아는 같은 기간 완투 2인자에 가까웠다)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투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할러데이의 첫 해 입성은 분명 후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첫 해 입성자로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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