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트라웃은 지난해에도 트라웃했다.
오른 발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며 134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개인 최고 기록인 45개의 홈런과 함께 출루율(0.438)과 wRC+(180)에서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다(장타율 OPS wOBA 1위는 크리스찬 옐리치). 그리고 세 번째 리그 MVP가 됨으로써 8시즌 만에 1위 세 번과 2위 네 번을 했다.
통산 285홈런으로 에인절스 역대 1위 팀 새먼(299)에 14개 차로 다가선 트라웃은 또한 200도루를 돌파함으로써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만 28세가 되기 전에 통산 275홈런 200도루를 기록했다. 비록 도루의 숫자가 크게 줄고 있지만(2018년 24개, 2019년 11개) 이대로라면 배리 본즈의 500-500은 몰라도 500-300은 노려볼 만하다. 역대 500홈런-300도루 달성자는 762홈런 514도루의 본즈와 660홈런 338도루의 윌리 메이스, 696홈런 329도루의 알렉스 로드리게스 세 명뿐이다.
지난해 23세 시즌이었던 코디 벨린저(LA 다저스)는 승리기여도(bWAR) 9.1을 기록하고 내셔널리그 MVP가 됐다. 반면 트라웃은 20세 시즌부터 27세 시즌까지의 평균 승리기여도가 9.0이다. 트라웃은 2019년의 벨린저(.305 .406 .629 47홈런) 같은 시즌을 8년째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트라웃의 승리기여도 먹어치우기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사무국-구단주 안대로 82경기 단축시즌이 될 경우 트라웃은 28세 시즌인 올해 승리기여도 4.5밖에 얻지 못한다. 혹시라도 선수노조와 합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아 시즌이 무산된다면 승리기여도를 아예 얻지 못하고 28세 시즌을 마감한다(3월 합의 때 나머지 연봉의 4분의1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경기수에 맞춰 주겠다고 했던 사무국-구단주는 입장을 바꿔 구단 수입의 절반을 연봉으로 분배하겠다고 해 선수노조의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
레퍼런스와 팬그래프 모두 공격 기여도의 바탕이 되는 wOBA(가중출루율)로 보면 트라웃은 하향세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21~24세 시즌에 평균 158경기(bWAR 9.2)를 출장했던 트라웃은 25~27세 시즌이었던 지난 3년은 다양한 부상을 당하며 평균 129경기(bWAR 8.3)로 출전 경기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신 100경기당 승리기여도는 21~24세 시즌이 4.33, 25~27세 시즌이 6.44로 출장 시간 대비 승리기여도는 높아지고 있다.
과거 메이저리그는 타자들의 기량이 정점에 오르는 나이를 만 29세로 봤다. 역대 리그 MVP와 타격왕의 나이를 평균으로 내면 29.xx세가 나왔기 때문이다. 만 29세는 타자들이 FA가 되는 시점과도 거의 일치했다. 이에 각 구단들은 FA 선수 영입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지표들의 등장으로 전수조사가 가능해지자 '29세 신화'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주황색 wOBA 노화 곡선은 29세가 전성기가 아니라 하향세의 시작임을 확인시켜준다. 실제로 타자들이 최고의 공격력을 선보이는 나이는 25세였다. 더 충격적인 건 주황색 스테로이드 시대가 끝나고 시작된 파란색 청정시대(?)의 그래프는 데뷔와 함께 시작된 하락이 25세 시즌부터 본격화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역사 전체로 봤을 때 타자들의 노화 곡선은 25세 시즌에 정점을 찍고 이후 더 급격한 하락세가 일어나는 주황색 곡선과 파란색 곡선이 합쳐진 모습이다.
29세 시즌부터 38세 시즌까지 트라웃에게 연평균 3711만 달러를 주기로 한 에인절스로서는 가장 상상하고 싶지 않은 미래. 푸홀스는 30세 시즌(10년 연속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한 시즌)부터 햐향세의 조짐을 보이더니 31세 시즌부터 끝 모를 추락을 보여주고 있다. 하향세를 시작한 명예의 전당 타자가 31세 시즌 이후 한 번의 반등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오히려 드문 일이다.
역시 추락세가 푸홀스 못지 않은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는 25세 시즌에 저점을 찍고 30세 시즌에 정점을 찍었으며 33세 시즌까지는 자신의 기량을 유지하다 34세 시즌에 급격한 하락이 있었다. 푸홀스보다는 늦게 정점을 찍고 하향세도 늦게 찾아온 모습이다.
1990년대 최고의 스타이자 청정 홈런왕이라는 가산점을 받아 99.3%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켄 그리피 주니어는 32세 시즌에 급격한 몰락이 있었지만 38세 시즌까지는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주는 분전을 했다. 다만 31세 시즌부터 36세 시즌까지 부상과 싸우며 연평균 92경기 출장에 그친 것이 더욱 가파른 몰락으로 느껴지게 했다.
프랭크 토머스는 본인의 계약에 대한 불만이 체중 관리 실패로 이어진 30,31세 시즌과 삼두근 부상으로 20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33세 시즌을 제외하면 꽤 오랫동안 공격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했던 경우다. 토머스는 2006년 38세 시즌에 39홈런 114타점(.270 .381 .545) 2007년 39세 시즌에 26홈런 95타점(.277 .377 .480)을 기록하고 40세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그리피-토머스와 함께 청정 타자로 인정 받고 있는 짐 토미 또한 라이언 하워드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 34세 시즌을 제외하면 노화 곡선(aging curve)와의 싸움에서 꽤 선전한 경우다. 39세 시즌이었던 2010년, 토미는 108경기에서 25홈런 59타점(.283 .412 .627)을 기록하는 마지막 불꽃을 태운 후 2년 동안 23개를 더 추가해 612홈런으로 은퇴했다.
스테로이드 시대 노화곡선의 왜곡을 만들어낸 선수(30세 중반 이후의 하향폭을 혼자서 엄청나게 줄였다). 하지만 우리는 배리 본즈의 충격적이었던 35~39세 시즌(.339 .535 .781)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알고 있다. 본즈가 보여준 노화 곡선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2차대전 참전으로 24,25,26세 시즌을 아예 뛰지 못하고 한국전쟁 첨전으로 33세와 34세 시즌 역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경우. 그래프상 33,34세 시즌의 급격한 상승은 33세 시즌이 6경기, 34세 시즌이 37경기 출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예 24~26세 시즌이 그 전후와 비슷하고 33-34세 시즌 역시 그 전후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20세 시즌부터 39세 시즌까지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은퇴한 선수가 된다.
에인절스의 희망은 트라웃이 제2의 윌리 메이스가 되는 것이다. 역시 한국전쟁 참전으로 22세 시즌을 놓친 메이스는 23세 시즌부터 35세 시즌까지 13년 동안 연평균 승리기여도 9.5를 기록했다. 이는 트라웃이 지난 8년간 기록한 9.0보다도 좋은 기록이다.
메이스의 평균 이상 공격력은 40세 시즌까지 계속됐는데, 메이스는 39세 시즌(1970년)에는 139경기 28홈런 83타점(.291 .390 .506) 40세 시즌(1971년)에는 136경기 OPS 0.907과 함께 내셔널리그 출루율 1위에 올랐다(.271 .425 .482). 트라웃의 계약은 38세 시즌으로 끝난다.
과연 트라웃은 누구의 길을 따를까. 우리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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