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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MLB] 양키스-보스턴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까(06.17)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6. 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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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시절 페드로 마르티네즈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1920년 베이브 루스의 양키스 이적으로 본격화된 두 팀의 라이벌 관계는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이끌어온 근간이다. 하지만 최근 두 팀의 야구 전쟁은 전만큼 뜨겁지 않은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두 팀이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었던 적은 2003~2005년이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양키스의 무시무시한 질주에 5년 연속 동부 2위에 그친 보스턴은 20021125일 팀의 역사를 바꾼 선택을 했다.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도 거절을 당한 존 헨리 구단주가 28살에 불과한 테오 엡스타인을 단장으로 지명한 것이다.

 

엡스타인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그해 겨울 두 팀은 '쿠바 특급' 호세 콘트레라스를 두고 격돌해 양키스가 승리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도 패하자, 엡스타인은 니카라과 호텔의 창문 밖으로 의자를 집어 던졌다. 2003년 보스턴은 95승을 거뒀지만 그들의 위에는 101승을 올린 양키스가 있었다(6년 연속 양키스 1, 보스턴 2).

 

디비전시리즈에서 오클랜드를 리버스 스윕으로 꺾은 보스턴은 미네소타를 제압하고 올라온 양키스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만났다. 두 팀의 포스트시즌 대결은 1999ALCS에 이어 두 번째. 그해 보스턴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디비전시리즈 대활약(10이닝 11K 3피안타 무실점)에 힘입어 마지막 1000득점 팀인 클리블랜드를 최종전 끝에 꺾었지만 양키스와 대결에서는 무기력하게 5차전에서 물러났다.

 

2003ALCS7차전까지 가는 혈투였다. 7차전 선발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로저 클레멘스. 양키스 클레멘스가 3이닝 6피안타 4실점(3자책)으로 물러난 반면, 마르티네스는 제이슨 지암비에게 5회와 7회 솔로홈런 두 방을 맞았지만 7회까지 2실점으로 호투했다(보스턴 5-2 리드).

 

엡스타인은 경기 전 그래디 리틀 감독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마르티네스를 투구수 80개에서 반드시 바꾸라는 지시였다. 80구 이후 마르티네스의 피안타율이 급격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틀은 880구를 넘어선 마르티네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올라갔다 그냥 내려왔다.

 

결국 마르티네스는 81사 후 데릭 지터, 버니 윌리엄스, 마츠이 히데키, 호르헤 포사다에게 연속 4안타를 맞고 석 점을 내줌으로써 5-5 동점을 허용했고, 보스턴은 연장 11회말 팀 웨이크필드가 애런 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했다.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엡스타인이 한 일은 리틀을 해고한 것이었다.

 

두 팀이 2년 연속 맞붙은 2004ALCS는 극적인 드라마였다. 메이저리그 74선승제 시리즈 최초의 3연패 후 4연승이 탄생한 것. 4차전 4연패 탈락 위기에서 나온 9회말 '더 스틸'(데이브 로버츠)과 빌 밀러의 동점 적시타, 연장 12회말 데이빗 오티스의 끝내기홈런으로 기사회생한 보스턴은 7차전 자니 데이먼이 26-0을 만드는 만루홈런을 날리는 것으로 리버스 스윕을 완성했다.

 

그해 7월 엡스타인은 보스턴의 간판선수인 노마 가르시아파를 내보내고 수비와 주루를 강화(올랜도 카브레라, 덕 민케이비치, 데이브 로버츠 영입)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엡스타인이 한 최고의 선택은 따로 있었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 애리조나에서 커트 실링을 데려온 것이었다.

 

2001(256.2이닝 2262.98)2002(259.1이닝 2373.23) 2년 연속 사이영상 2위와 2001년 포스트시즌 대활약(6선발 48.1이닝 41.12). 하지만 부상으로 2002시즌을 망쳤던 실링(168이닝 892.95)2004년 보스턴에서 226.2이닝 2163.26을 기록하는 대활약을 했다. 그리고 ALCS 6차전 7이닝 1실점 승리에 이은 월드시리즈 2차전 '핏빛 투혼'(6이닝 1실점 무자책)으로 보스턴이 밤비노의 저주에서 탈출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실링의 합류가 보스턴에게 중요했던 또 하나는 '입담 대결'에서 백전무퇴의 장수를 얻은 것이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밤비노가 누구냐? 내 앞에 데려와라. 내가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다"고 말했던 시절의 패기를 잃으면서 보스턴은 양키스와의 심리전을 이끌어줄 새로운 '빅 마우스'가 필요했는데 실링은 그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양키스를 향한 실링의 공격은 보스턴 입단식부터 시작됐다. "양키스를 무너뜨리러 왔다"는 말로 첫 마디를 시작한 실링은 보스턴 연고 NFL 팀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대해 "양키스와 비견될 수 있는 팀이지만 양키스처럼 탐욕스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며 양키스 팬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실링의 표적에 들어온 양키스의 '약한 고리'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였다. 실링은 ALCS 6차전에서 나온 로드리게스의 '손치기 사건'(투수 땅볼을 때린 후 1루로 달리던 에이로드가 자신을 태그하러 온 브론슨 아로요의 글러브를 손으로 쳐서 공을 떨어뜨리게 만든 사건)을 겨울 내내 떠들고 다녔다.

 

 

참다 못한 에이로드는 "ALCS 1차전에서 패한 실링(3이닝 6피안타 6실점)이 벤치에 앉아 우는 모습을 봤다""나에 대해 떠들고 다니는 실링에게 뼈아픈 패배를 선물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트롯 닉슨이 끼어 들어 "에이로드는 데릭 지터, 버니 윌리엄스 같은 양키스의 얼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선수"라는 말로 실링을 거들었다.

 

이번에는 양키스에서 두 번째 참가자가 나올 차례. 하지만 놀랍게도 에이로드를 도와주는 선수는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다. 특히 "닉슨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지터가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 실링이 주도한 입심 대결이 보스턴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이다.

 

실링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면에서도 양키스를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했다. 양키스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눈에 랜디 존슨이 보이게 만든 것이다.

 

2004년 우승을 보스턴에게 내준 양키스는 FA 시장에 나오기를 기다렸던 카를로스 벨트란 영입을 포기하고 2004년 사이영상 2위에 오르며 부활에 성공한 랜디 존슨(245.2이닝 16142.60)을 데려왔다. 이로써 2005년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은 '양키스 존슨' '레드삭스 실링'의 대결이 성사되는 대형 사건이 일어났다. 두 팀 뿐 아니라 모든 팬들이 하루 빨리 내년 봄이 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두 투수의 개막전 대결은 무산됐다. 실링이 2004년 가을에 당한 발목 부상에서 회복이 지연되면서 '전직 양키스 투수'가 실링을 대신해 나간 것이다. 1998년 우승의 주역 데이빗 웰스였다.

 

양키스는 개막전을 승리했지만(존슨 6이닝 6K 1실점, 웰스 4.1이닝 10피안타 4실점) 양키스의 스텝은 꼬여갔다. 2005225.2이닝 1783.79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존슨이 200642세 시즌에는 17115.00(205이닝)이라는 완벽한 노쇠화를 보여준 것이다.

 

존슨은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나선 포스트시즌 선발 두 경기에서도 3이닝 9피안타 5실점(2005DS 3차전)5.2이닝 8피안타 5실점(2006DS 3차전)으로 양키스의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 탈락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2003ALCS에서 나온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로저 클레멘스의 위협구 대결과 마르티네스에게 달려든 돈 짐머 코치. 2004년 정규시즌에서 나온 알렉스 로드리게스-제이슨 배리텍의 충돌과 마르티네스를 향한 양키스 팬들의 'Who's your daddy?' 공격. 그해 가을에 있었던 에이로드의 파리채 사건과 겨울 내내 이어진 에이로드와 실링의 공방까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두 팀의 장외 신경전은 보는 사람들에게 팝콘을 튀기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2018년 두 팀이 다시 디비전시리즈에서 격돌하게 되자 이번에는 어떤 역사적인 일어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양키스는 홈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16-1의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2003ALCS를 끝낸 주인공이었던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포수 오스틴 로마인을 마운드에 올렸고, 보스턴에게 포스트시즌 최초의 히트포더사이클(브록 홀트)을 선물했다. 그렇게 두 팀의 재대결은 무척 싱겁게 끝났다.

 

게릿 콜을 영입함으로써 양키스는 다시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 반면 2018년 우승 팀인 보스턴은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과연 두 팀은 가을의 명승부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서로를 보면 으르렁거렸던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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