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2018년 밀워키 브루어스는 놀라운 도전을 했다. 제대로 된 4인 로테이션을 꾸리지 않고 포스트시즌을 시작한 것이다.
2009년 뉴욕 양키스는 3인 로테이션을 가지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CC 사바시아(PS 5경기 3승1패 1.98) A J 버넷(5경기 1승1패 5.27) 앤디 페티트(5경기 4승 3.52) 세 선발 투수의 능력이 워낙 출중한 덕분이었다(버넷도 두 경기에서 크게 무너졌을 뿐 나머지 세 경기에서는 6이닝 1실점, 6.1이닝 2실점, 7이닝 1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에이스 사바시아는 3일을 쉬고 나선 에인절스와의 ALCS 3차전에서 8이닝 1실점 승리를 따내고, 역시 3일 휴식 후 등판이었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도 6.2이닝을 3실점으로 버텼다. 양키스는 8회 조바 체임벌린이 페드로 펠리스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4-4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초 필라델피아 마무리 브래드 릿지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에서 차지하는 선발투수의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3인 로테이션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2009년 양키스도 3일 휴식 후 나선 버넷이 월드시리즈 5차전을 망치는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밀워키는 제대로 된 선발투수 두 명(요울리스 차신, 웨이드 마일리)을 가지고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뻔했다. 불펜의 한 축인 제레미 제프리스가 정상 컨디션이었거나, 다저스와의 NLCS 7차전에서 크리스찬 옐리치의 동점타가 될 수 있었던 타구를 다저스 좌익수 크리스 테일러가 잡아내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월드시리즈 진출 팀은 밀워키였을 지도 모른다.
선발투수 부재를 극복할 밀워키의 전략은 멀티 이닝 릴리버들의 이어던지기를 통해 경기를 후반까지 끌고 간 후 강력한 셋업진(조시 헤이더, 코리 크네이블, 제레미 제프리스, 호아킴 소리아)을 쏟아붓는 것이었다. 밀워키의 계획이 거의 성공할 뻔했던 건 불펜 에이스 헤이더와 함께 멀티 이닝 투수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준 브랜든 우드러프(27) 덕분이었다.
미시시피주 출신인 우드러프는 2011년 텍사스의 5라운드 지명 거부하고 미시시피주립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2학년 때 팔꿈치 스트레스 골절에 이어 2014년 3학년 시즌에는 37이닝 1승3패 6.75로 크게 부진해 밀워키의 11라운드 지명을 받는 데 그쳤다.
우드러프는 콜로라도 쿠어스필드보다도 더 높은 곳에 홈구장이 위치한 트리플A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33번의 선발 등판(2017년 16경기, 2017년 17경기)을 하며 본인의 주무기인 하드 싱커를 다듬었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선발 네 경기 포함 19경기에서 3승 3.61을 기록한 우드러프는 콜로라도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 3이닝 3K 무피안타(1볼넷) 무실점으로 본인의 역할을 다했다.
두 번째 투수로 등장한 다저스와의 NLCS 2차전에서는 6타자 연속 범타를 통해 선발 지오 곤살레스(2이닝 1실점)와 세 번째 투수 조시 헤이더(3이닝 4K 무실점)의 가교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리고 3회 타석에서는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1-1 동점을 만드는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불펜투수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홈런을 친 건 역대 세 번째. 좌완을 상대로 좌타석에 들어선 투수가 홈런을 때려낸 건 최초였다. 타자 우드러프의 통산 OPS 0.653(.254 .288 .365)은 매디슨 범가너의 0.532(.177 .228 .303)보다 좋다.
비록 밀워키는 다저스를 넘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 네 경기에서 12.1이닝 20K 2자책(ERA 1.46 피안타율 0.175)을 기록한 우드러프는 2019년 밀워키에서 가장 기대되는 투수였다.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2019년. 첫 5경기에서 2승1패 5.81에 그쳤던 우드러프는 이후 14경기에서 9승2패 2.85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다승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7월22일 경기에서 왼 허벅지 부상을 당해 거의 두 달의 공백이 있었고, 9월18일 돌아와서는 2이닝 4K 무피안타(1볼넷) 무실점과 2이닝 3K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밀워키는 5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들이 있었음에도 맥스 슈어저를 상대해야 하는 워싱턴과의 와일드카드 경기에 우드러프를 선발로 냈다. 투구수를 늘리는 빌드업을 하지 못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우드러프의 역할은 2018년과 같았다.
절대 열세로 평가된 매치업에서 우드러프는 솔로홈런 하나(트레이 터너) 만 허용했을 뿐, 4이닝 3K 1실점(2안타)이라는 빼어난 피칭을 했다. 반면 슈어저는 1회 야스마니 그랜달에게 투런홈런, 2회 에릭 테임즈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5이닝 3실점으로 물러났다. 한편 테임즈는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 두 번째 밀워키 타자가 됐다(1호는 2018년 우드러프). 하지만 그 경기의 주인공은 후안 소토와 헤이더, 그리고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옐리치를 대신해 우익수로 나선 밀워키 신인 트렌트 그리샴이었다.
두 달의 정규시즌 공백 그리고 와일드카드 경기 패배라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우드러프의 지난 시즌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121.2이닝 11승3패 3.62).
96.0마일의 싱커 평균 구속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중에서는 노아 신더가드(97.5) 게릿 콜(97.1) 제이콥 디그롬(96.7) 워커 뷸러(96.6) 루이스 카스티요(95.5) 잭 윌러(96.5)에 이어 7위에 해당되는 우드러프는 또한 싱커만큼 던지는 포심(평균 96.3마일)의 헛스윙률이 26.9%에 이른다. 이는 게릿 콜(37.6%)과 저스틴 벌랜더(31.1%) 만큼은 아니지만 맥스 슈어저(27.5%) 제이콥 디그롬(27.1%)과는 큰 차이가 아니다. 덕분에 우드러프는 땅볼 피칭을 목표로 하면서도 9이닝당 10.6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우드러프의 강력한 구위는 훌륭한 타구 관리로 이어지고 있다. 우드러프가 허용하는 타구의 평균 속도 85.6마일은 메이저리그 상위 6%에 해당되며, 95마일 이상 타구인 하드 히트의 허용률(30.2%) 또한 상위 9%에 해당된다. 가장 질 좋은 타구인 배럴 타구 허용률(4.1%) 역시 상위 6%다.
우드러프에게 아쉬운 것은 뛰어난 패스트볼 구위에 비해 변화구의 활약이 부족하다는 것. 지난해 포심과 싱커의 피안타율이 0.222였던 반면 변화구(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의 피안타율은 0.267였다. 그리고 패스트볼 피홈런이 5개, 변화구가 7개로 변화구를 더 많이 맞았다. 역시 관건은 변화구로, 변화구가 성장할 수 있다면 팀의 1선발은 물론 사이영 레이스에도 참가할 수 있다.
우드러프의 변화구 개발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 현역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크리스찬 옐리치(28)다. 옐리치는 우드러프와 투타 대결을 하면서 우드러프가 던지는 변화구들이 우드러프의 손을 떠나는 순간의 장단점을 설명해주고 있다. 실제로 투수들은 동료 타자들의 도움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다나카 마사히로의 스플리터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진출 1년 전 라쿠텐에서 만난 앤드류 존스가 티핑을 찾아준 덕분이었다.
옐리치와 2028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계약을 맺음으로써 '윈 나우'를 선언한 밀워키는 조시 린드블럼과의 3년 912만5000달러 계약, 브렛 앤더슨과의 1년 500만 달러 계약, 에릭 라우어를 영입하는 것으로 빅네임 선발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결국 밀워키 선발진을 이끌어가야 하는 투수는 우드러프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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