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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스코프] 류현진이 보이지 않는 류현진(07.31)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7. 3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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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이후 부진한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3)이 시즌 두 번째 등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류현진은 내셔널스파크에서 치러진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4.1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첫 두 경기 9이닝 8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8.00이 됐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던 류현진이 이보다 더 높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2016년이다. 그 해 복귀전에서 4.2이닝 6실점에 그쳐 시즌 평균자책점이 11.57이었다. 즉 시즌 중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8.00까지 치솟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2017년 개막 첫 3경기까지 ERA 5.87).

 

개막전보다 유리하게 보였다. 내셔널스파크는 트로피카나필드보다 익숙한 곳이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승리를 거뒀던 작년 디비전시리즈 3차전 무대가 내셔널스파크였다(5이닝 2실점).

 

워싱턴도 탬파베이보다 친근한 팀이었다. 류현진은 정규시즌 통산 워싱턴전 5경기에서 211.35를 기록하고 있었다. 평균자책점 1.355경기 이상 마주친 팀 가운데 뉴욕 메츠(8경기 1.20) 다음으로 낮았다.

 

무엇보다 워싱턴 타선의 전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지난 겨울 앤서니 렌돈(에인절스)을 보낸 워싱턴은 주축타자 후안 소토도 코로나19 때문에 출장이 불가능했다(소토는 최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까다로운 타자들이 있긴 했지만, 이전 시즌 우승 타선과 비교하면 훨씬 수월해진 건 분명했다. 게다가 상대 선발도 맥스 슈어저에서 에릭 페디로 바뀌면서 시즌 첫 승리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즌 첫 승리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시즌 첫 패배였다. 지난 개막전 97구에 이어 오늘도 적지 않은 93구를 던졌지만 쓰라린 역투로 남았다.

 

개막전에서 류현진은 경기 초반 체인지업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2이닝까지 22구 중 체인지업은 단 3개였다. 그 경기에서 류현진은 체인지업은 만족감을 내비쳤다. 3회부터 적극적으로 구사한 체인지업은 피안타율 제로(7타수 무안타)로 류현진의 체면을 살려줬다. 이에 승리가 필요했던 오늘은 처음부터 체인지업을 활용했다. 125구 중 체인지업은 절반이 넘는 13개에 달했다(52.0%).

 

문제는 워싱턴 타자들이 애초에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왔다는 것. 류현진이 워싱턴이 익숙하듯, 워싱턴도 류현진이 더 이상 수수께끼 투수가 아니다.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전면에 내세울 것을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갔던 1회와 2. 바깥쪽 볼이 된 체인지업 두 개에 반응하지 않았던 1번타자 트레이 터너가 방망이를 휘두른 공은 5구 체인지업이었다. 신들린 커트로 류현진의 투구 수를 늘린 스탈린 카스트로는 파울로 걷어낸 7개 타구 중 5개가 체인지업이었다.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아스드루발 카브레라가 친 공 역시 4구 체인지업이었다.

 

 

2회도 마찬가지. 삼진을 당한 조시 해리슨은 2구째 방망이를 돌린 체인지업이 파울이 됐다. 카터 키붐도 5구 체인지업 하나를 걷어낸 뒤 8구 체인지업을 지켜보고 볼넷 출루했다. 다음 타자 빅터 로블레스는 2구 체인지업을 안타로 만들었으며, 슬라이더 세 개에 삼진을 당한 마이클 A 테일러가 골라낸 유일한 공도 2구 체인지업이었다. 2회까지 18개를 던진 체인지업은 단 하나의 헛스윙도 없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피칭 전략이 잘못됐다고 언급했다. 초반 워싱턴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체인지업 대신 다른 구종들을 내세워 혼란을 줬어야 했다. 그러나 3회 선두타자 터너(2루 팝플) 두 번째 타자 애덤 이튼(안타) 세 번째 타자 카스트로(안타)는 모두 체인지업을 때려내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체인지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피칭은 오히려 워싱턴 타자들의 기를 살려줬다. 오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무려 0.500(10타수5안타).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피안타율 0.190(253타수48안타)에 머물렀던 절대 반지와 같은 구종이었다. 류현진의 한 경기 체인지업 피안타 5개는 개인 타이기록이다.

 

14/7/09 : 체인지업 06타수5안타(0.833)

 

19/5/26 : 체인지업 12타수5안타(0.417)

 

20/7/31 : 체인지업 10타수5안타(0.500)

 

*2014년 디트로이트전 (2.1이닝 7실점)

 

*2019년 피츠버그전 (6.0이닝 2실점)

 

류현진의 장점은 정형화된 투수가 아니라는 것. 체인지업 비중이 높다고 해서 체인지업만 가지고 있는 투수는 아니다. 지난해 류현진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짐작할 수 없는 다양성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마저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류현진은 피칭 레퍼토리에서 체인지업이 포심 비중을 넘어섰다(체인지업 27.5% 포심 27.3%).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 레퍼토리의 근간은 언제나 포심이었다. 포심을 바탕으로 했을 때 다른 구종들이 더욱 빛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93구 중 가장 적은 12(12.9%)밖에 던지지 않았다. 어쩌면 던질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개막전에서도 류현진의 포심은 정상적이지 않았다(평균 89.9마일). 2회까지 평균 91.1마일, 투구 수가 늘어난 3회에는 90.2마일로 떨어졌다. 급기야 4회부터는 90마일 벽도 무너지고 말았다(489.8마일, 588.8마일).

 

오늘은 더 심각했다. 구속 90마일을 넘긴 포심이 겨우 두 개였다(90.7마일, 905마일). 싱커를 포함해도 90마일을 넘긴 공은 네 개에 불과했다(90.4마일, 90.2마일). 경기 포심 평균 구속 88.9마일은 개인 통산 4번째로 느린 기록이다.

 

류현진 포심 평균 구속 최저 등판

 

17/5/12 : 88.4마일 (42)

 

17/5/26 : 88.8마일 (11)

 

18/8/22 : 88.8마일 (21)

 

17/4/14 : 88.9마일 (28)

 

20/7/31 : 88.9마일 (12)

 

류현진의 포심 평균 구속이 가장 떨어졌던 등판은 주로 2017시즌에 몰려있다. 2017시즌은 류현진이 어깨 수술과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첫 해다.

 

가장 느린 2017513일 등판은 구장이 쿠어스필드였다(4이닝 10실점 5자책). 526일은 류현진이 세인트루이스전에서 불펜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거뒀던 날. 2018823일 역시 사타구니 내전근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세인트루이스전 4이닝 3실점). 건강을 되찾고 나서 구속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것은 처음이며, 두 경기 연속 90마일을 넘기지 못한 것도 당황스럽다.

 

90마일도 채 되지 않는 포심으로 타자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화력이 약해진 워싱턴이라고 해도 점점 포심 구속이 빨라지는 메이저리그에서 90마일 미만 포심으로 타자를 누르기는 힘들다(심지어 워싱턴 타자들은 어제 90마일 중후반대 포심을 던진 네이트 피어슨을 상대했다). 우리는 그동안 포심 구속에 따라 류현진이 어떤 투수가 되는지 수없이 목격했다. 구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포심을 자유롭게 던질 수 없었으며, 그 결과 레퍼토리는 변화를 잃고 단순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류현진이 몸상태는 이상이 없다는 부분이다. 개막이 늦어지긴 했지만, 건강하게 착실히 준비를 잘했다고 밝혀왔다. 또한 만약 몸에 불편한 곳이 있었다면 스스로 먼저 마운드를 내려왔을 것이다.

 

류현진은 2017시즌도 출발이 좋지 않았다. 개막 첫 6경기 성적이 154.99였다. 이후 류현진은 남은 19경기(18선발)에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해 시즌 평균자책점을 3.77로 낮췄다. 류현진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올해는 사상 초유의 60경기 시즌이다. 한 경기가 가지는 무게감이 이전과 다르다.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더 늦지 않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하루 빨리 류현진이 모두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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