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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스코프] 김하성이 신청한 포스팅 시스템은?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11. 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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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김하성(키움)이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2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 신청 의사를 전달했다. 김하성은 한 달 동안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과 협상하면서 새로운 소속팀을 찾는다.

 

김하성에 이어 나성범(NC)도 조만간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 예정. 그러면서 이 두 선수가 절차를 밟게 되는 포스팅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먼저 포스팅 시스템이 생긴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 1995년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딛은 것이 발단이었다. 1990년 긴테츠 버팔로스에 입단한 노모는 일본 리그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곳을 갈망했다. 그런 노모를 팀도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결국 임의탈퇴 형식으로 리그를 떠났다. 그리고 계약금 200만 달러를 받고 다저스에 입단했다.

 

1995년 토네이도 열풍을 불러온 노모는 첫 해 신인왕과 사이영 4위에 오르는 대파란을 일으켰다(13승6패 2.54 191.1이닝 236삼진). 떠나는 순간까지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반역자는 단숨에 개척자로 추앙됐다. 노모의 성공을 접하자 다른 선수들도 메이저리그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노모에게 새로운 활로를 뚫어준 인물은 에이전트 돈 노무라였다. 1994년 메이저리그는 선수 파업으로 인해 시즌이 중단되면서 이미지가 실추됐다. 노무라는 얼룩을 지워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동시에 노모가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조약에 허점을 이용한 노무라는 노모의 메이저리그 안착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또한 이라부 히데키와 알폰소 소리아노의 미국 진출에도 도움을 줬다(샌디에이고행을 거절했던 이라부는 오직 양키스만 고집했다).

 

일본 리그의 반발이 거세진 것은 당연한 일.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결단을 내렸다.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 전에 양 리그간 협정을 맺었다. 그래서 포스팅 시스템이 탄생했다. 한편 1998년 12월에 체결한 이 협상은 2000년 7월 정식으로 문서화됐다. 그 해 겨울 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이가 있었으니, 노모를 상대로 프로 통산 첫 홈런을 친 스즈키 이치로였다. 1312만5000달러로 단독 교섭권을 따낸 시애틀은 3년 14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주고 이치로를 데려왔다.

 

이시이 가즈히사(다저스) 오츠카 아키노리(샌디에이고) 등이 이치로와 같은 전철을 밟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 하지만 차원이 달랐던 포스팅 금액을 기록한 선수는 2006년 11월에 나왔다. '괴물 투수'로 불린 마쓰자카 다이스케였다.

 

마쓰자카에게 관심을 보인 팀은 보스턴이었다. 보스턴은 5111만111달러11센트를 써내 다른 팀들을 따돌렸다(메츠가 3900만 달러에서 4000만 달러 사이로 2위). 여기에 6년 52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하면서 마쓰자카 영입에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보스턴은 양키스가 가로채는 것을 막기 위해 예상보다 더 큰 돈을 썼는데, 양키스가 마쓰자카에게 책정한 포스팅 비용은 3300만 달러 수준이었다).

 

마쓰자카는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마쓰자카를 뺏긴 양키스는 이가와 게이에게 올인했는데, 이가와는 더 깊은 절망에 빠뜨렸다(이가와의 포스팅 비용은 2600만194달러로, 194는 한신에서의 마지막 시즌 탈삼진 수였다).

 

두 선수의 실패로 다소 지지부진했던 포스팅 시스템은 2011년 12월에 다시 요동쳤다. 일본 리그에서의 성적이 마쓰자카를 능가하는 다르빗슈 유(167경기 93승38패 1.99)의 등장이었다. 치열한 쟁탈전에서 승리한 팀은 텍사스. 텍사스는 5170만3411달러로 다르빗슈의 환심을 얻었다(3411은 놀란 라이언 등번호 34번과 다르빗슈 등번호 11번의 조합). 포스팅 시스템 역대 최고액을 경신한 다르빗슈는 6년 6000만 달러 계약으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사이 한국 선수는 포스팅 시스템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998년 이상훈이 보스턴과의 임대 계약 규정 위반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거쳤는데, 보스턴의 60만 달러를 LG가 허락하지 않았다. 2002년 임창용(65만)과 진필중(2만5000달러)도 모두 푸대접을 받아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9년 롯데에서 뛰던 최향남이 첫 포스팅 진출 사례가 됐지만, 세인트루이스가 제시한 금액은 단 101달러였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건너간 한국 선수는 사실상 2012년 11월 류현진이 처음이다. 다저스는 2573만7737달러33센트로 류현진과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의도적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숫자인 3과 7로 도배했다). 이후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포함하면 다저스가 류현진을 위해 쓴 돈은 약 6173만 달러였다.

 

류현진은 기존 포스팅 시스템의 마지막 주자이기도 했다. 2013년 12월 메이저리그와 일본 리그는 새로운 포스팅 시스템을 내놓았다. 최고 입찰액을 쓴 팀이 단독 협상을 하는 대신, 포스팅 금액에 상한선을 적어 낸 팀이라면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제도가 개정되면서 스몰 마켓 팀도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선수 역시 더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반면 바뀐 포스팅 시스템에서 구단이 승자가 되는 건 보기 힘들어졌다. 구단이 받는 포스팅 비용은 최대 2000만 달러가 전부였다. 이 덕분에 다나카 마사히로는 계약 과정에서 경쟁이 불붙는 바람에 1억5500만 달러라는 놀라운 계약을 보장받았다. 메이저리그에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선수가 순수 계약으로 1억 달러를 넘긴 것은 다나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원 소속 구단이 불리해진 포스팅 시스템은 한 차례 더 변화가 일어난다. 상한선 대신 계약 규모에 따라 포스팅 비용이 달라지게 됐다.

 

일단 2500만 달러 이하 계약이면 총액의 20%를 원 소속 구단에 지불한다. 지난해 800만 달러 계약으로 김광현을 데려온 세인트루이스가 총액 20%인 160만 달러를 SK에 준 이유다.

 

그런데 2500만 달러를 넘기면 별도의 금액이 생긴다. 만약 계약 규모가 5000만 달러 이하인 경우,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에 25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 사이 초과한 금액의 17.5%를 합산해줘야 한다. 혹시나 계약 총액이 5000만 달러를 넘기면 포스팅 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 25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의 17.5%인 437만5000달러에 5000만 달러를 초과한 금액의 15%를 산정해서 줘야 한다. 즉 선수 계약에 비례해 포스팅 비용도 달라지는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과연 김하성은 자신의 꿈은 물론 꿈을 허락해준 소속팀에게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현재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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