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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스코프] 논텐더 마감시한 무슨 일이 있었나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12. 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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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버

 

메이저리그에서 논텐더(non-tender)는 통상적으로 해당 선수와 다음 시즌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타임 6년을 채우지 못한 선수들에 한해 이루어지며, 연봉이 크게 오르는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가진 선수들이 주요 대상자다. 참고로 메이저리그는 서비스타임 첫 3년은 구단이 주는대로 연봉을 받아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리그가 파행 운영됐다. 실제로 지난해 107억 달러를 벌어들인 메이저리그는 올해 31억 달러를 손해봤다. 각 구단들 역시 피해가 막심했는데, 이로 인해 이번 겨울은 논텐더 방출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혹자는 시장이 피바다가 되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은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고, 선수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올해 논텐더로 풀린 선수는 작년보다 3명이 많은 총 59명. 당초 예상한 것처럼 충격적인 숫자는 아니었지만, 이별을 통보하는 건 항상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많은 선수를 논텐더로 내보낸 팀은 신시내티와 LA 에인절스였다. 두 팀은 나란히 5명에게 논텐더를 통보했다. 에인절스는 5명이 모두 불펜투수(키넌 미들턴, 한셀 로블레스, 호비 밀너, 저스틴 앤더슨, 맷 앤드리스). 이 가운데 로블레스는 올해 성적이 처참했지만(18경기 10.26) 지난해 팀의 마무리였다.

 

신시내티 역시 지난해 애리조나 마무리로 활약한 아치 브래들리를 포기했는데, 브래들리의 경우에는 올해 성적이 부진한 것도 아니었다(16경기 2.95). 그러나 포심 평균 구속이 4년 연속 떨어지고 있다. 2017년 96.3마일이 나온 평균 구속은 올해 94.2마일로 하락. 신시내티는 이 변화를 불길한 징조로 해석했고, 이에 내년 시즌 브래들리의 연봉을 아끼기로 결정했다(예상 연봉 460만).

 

한편 논텐더 명단에 포함됐던 카일 파머는 신시내티와 새로운 계약에 합의했다. 이처럼 논텐더는 선수 연봉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된다.

 

이 전략을 취한 또 다른 팀이 시카고 컵스다. 컵스는 카일 슈와버가 팀을 떠났다. 슈와버의 내년 시즌 예상 연봉은 790만 달러. 이 액수가 많다고 생각한 컵스는 다른 계약을 제안했지만, 슈와버 측이 퇴짜를 놓았다. 제드 호이어 사장은 "여전히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며 끊을 놓지 않고 있다.

 

슈와버는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 이룬 주역. 당시 왼 무릎 전방십자인대와 외측측부인대가 모두 파열되면서 정규시즌 두 경기 만에 아웃됐는데, 6개월의 회복기를 끝내고 월드시리즈 때 돌아왔다. 극적으로 복귀한 월드시리즈에서 5경기 17타수7안타(0.412)로 뛰어난 활약. 특히 마지막 7차전에서는 연장 10회초 결승점의 도화선이 된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때 슈와버 대신 대주자로 나와 결승점을 밟은 선수가 앨버트 알모라였다. 그런데 알모라도 논텐더 통보를 받았다.

 

컵스는 우승 멤버 슈와버와 알모라를 비롯해 호세 마르티네스와 라이언 테페라를 논텐더 명단에 올렸다. 만약 이름을 올렸다면 슈와버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제외됐다. FA를 앞둔 브라이언트는 깜짝 논텐더 후보로 꼽혔는데, 컵스는 논텐더보다 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성적이 .206 .293 .351에 그쳤던 브라이언트는 내년 시즌 예상 연봉이 1860만 달러다.

 

또 다른 깜짝 논텐더 후보였던 뉴욕 양키스 개리 산체스도 일단 팀에 남았다. 산체스는 올해 팀 내 입지가 더 좁아졌다(.147 .253 .365). 심지어 카일 히가시오카에게 밀리는 수모를 겪었는데, 양키스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산체스는 내년 시즌 예상 연봉이 550만 달러다.

 

올해 우리가 논텐더 마감시한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는 최지만 때문이다.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생긴 최지만 역시 논텐더 후보로 언급됐다. 탬파베이에 안착한 최지만은 올해 정규시즌은 제 몫을 하지 못했다(.230 .331 .410). 포스트시즌에서는 부진을 만회했는데(.250 .412 .425) 1루수임을 감안했을 때 펀치력이 늘 아쉬웠다. 다른 구단들보다 돈을 더 아껴야 하는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대목. 다행히 탬파베이는 최지만의 가치를 인정했다(예상 연봉 160만).

 

과거 올해의 단장 출신 짐 보든은 이번 논텐더 선수 순위를 아래와 같이 매겼다.

 

1. 카일 슈와버

2. 에디 로사리오

3. 데이빗 달

4. 노마 마자라

5. 아치 브래들리

6. 애덤 듀발

7. 앨버트 알모라

8. 마이켈 프랑코

9. 핸서 알베르토

 

슈와버가 1위에 오른 건 남다른 기대치 덕분이다. 2014년 드래프트 전체 4순위 출신으로, 이길 수 있는 팀에서 뛰었고, 또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24경기 .288 .405 .576 6홈런). 이번 시즌 성적은 분명 실망스럽지만(.188 .308 .393) 세부지표에서 반등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

 

지난해 평균 타구속도가 93.5마일이었던 슈와버는 올해도 92.8마일로 상위 5%에 속했다(BABIP가 0.276에서 0.219로 낮아졌다).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르면 당장 30홈런은 때려낼 수 있는데, 슈와버의 매력은 홈런 만큼 볼넷도 골라낸다는 점이다(통산 볼넷률 13%). 타율을 2할대 중반만 끌어올려도 대우가 달라질 타자. 무엇보다 슈와버는 내년이 28세 시즌으로 아직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만약 내년에도 내셔널리그 지명타자제도가 유지된다면 슈와버를 탐낼 팀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는 에디 로사리오와 애덤 듀발이 바라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성적만 두고 보면 최대어는 로사리오다. 지난해 32홈런 109타점(.276 .300 .500)을 포함해 최근 4년간 96홈런 306타점을 올렸다(통산 .281 .317 .493). 올해도 미네소타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책임졌으며(42타점) 넬슨 크루스(16홈런)에 이은 홈런 2위에 올랐다(13홈런). 로사리오가 타겟필드에서 친 67홈런은 오직 브라이언 도저(80홈런)만이 더 많을 뿐이다. 다만 로사리오는 출루율이 썩 좋지 않은데, 선구안이 떨어지는 파워히터는 언제 공갈포로 전락해도 이상하지 않다. 더군다나 로사리오는 유명한 배드볼 히터다.

 

미네소타는 로사리오를 곧바로 논텐더 처리하지 않았다. 웨이버 공시를 통해 먼저 트레이드를 시도했는데, 트레이드에 응한 팀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고 유망주 알렉스 키릴로프가 대기 중인 미네소타는 굳이 1000만 달러를 쓸 필요가 없었다(예상 연봉 960만).

 

미네소타는 올해 불펜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맷 위슬러(18경기 1.07)도 과감하게 내보냈다(예상 연봉 110만). 위슬러는 25이닝 이상 던진 아메리칸리그 불펜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리암 헨드릭스 1.78). 하지만 9이닝당 볼넷 수가 4.97개로 많았고, 잔루율이 무려 99.3%에 달했다. 뜬공 비중이 63.6%로 높은 데 반해 홈런/뜬공 비중은 5.7%에 머물렀다. 이러한 지표들은 위슬러에게 행운이 따랐다는 것을 암시한다(FIP 3.35 xFIP 4.99).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 하는 올해는 모든 구단이 더 꼼꼼하게 선수의 성적을 살펴봤을 것이다.

 

논텐더가 됐다고 해서 선수 생활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아픔을 발판 삼아 성장한 선수들이 여러 명 있다. 당장 지난해에도 신시내티에서 논텐더 됐던 케빈 가스먼은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반등했다(3승3패 3.62 59.2이닝 79삼진). 시즌 후 샌프란시스코가 건넨 퀄리파잉 오퍼(1890만)를 수용하면서 내년 시즌 자리를 보장 받았다. 필라델피아에서 나온 세자르 에르난데스도 클리블랜드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283 .355 .408)을 펼친 뒤 생애 첫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했다.

 

다저스는 오클랜드에서 논텐더 방출을 당한 블레이크 트라이넨에게 1년 1000만 달러의 놀라운 계약을 안겨줬다. 트라이넨은 다저스의 배려에 보답했다. 정규시즌 27경기 3승3패 3.86을 기록. 포스트시즌에서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신임을 받고 15경기를 등판했다(다저스는 강력한 논텐더 후보였던 밀워키 코리 크네이블을 제2의 트라이넨으로 선택하고 트레이드 해왔다).

 

논텐더의 설움을 날릴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이 짜릿한 역전 홈런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야구가 끝나지 않았기를 바란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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