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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MLB] 데이브 돔브로스키, 그가 돌아온다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1. 1. 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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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돔브로스키

 

1970년 이후 활동한 메이저리그 단장 중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오른 인물은 단 두 명. 팻 길릭과 존 슈어홀츠다. 2017년에 입회한 슈어홀츠(80)가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단장을 맡아 애틀랜타의 지구 14연패(1991~2005)를 일군 반면 2011년에 입회한 길릭(83)은 무려 네 팀에서 성공을 만들어냈다.

 

길릭은 뉴욕 양키스를 제외할 경우 마지막 백투백 우승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992-1993년 월드시리즈 2연패,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1996-1997년 2년 연속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켄 그리피 주니어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떠나 보내고 달성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의 116승(단일시즌 ML 역대 타이기록) 그리고 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통산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만들어냈다.

 

길릭에게는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바로 현명한 돈쓰기. 길릭은 두터운 수표책을 쥐어주어야 힘을 발휘하는 단장이었다.

 

마이크 슈미트와 스티브 칼튼이 있었던 1980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필라델피아는 이후 긴 암흑기가 이어졌다. 1998년 단장이 된 에드 웨이드는 커트 실링(2000년 7월)과 스캇 롤렌(2002년 7월) 트레이드가 신통치 못했다(웨이드는 휴스턴으로 가서도 헌터 펜스-로이 오스왈트 트레이드를 잘못해 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팜을 일구는 데 일가견이 있었고 지미 롤린스, 체이스 어틀리, 라이언 하워드, 카를로스 루이스, 콜 해멀스가 팀의 코어 선수들로 등장했다.

 

이때 필라델피아가 했던 최고의 결정은 2006년 단장을 '리빌딩 전문' 웨이드에서 '컨텐딩 전문' 길릭으로 바꾼 것이었다. 2008년 길릭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만들어내고 은퇴했다. 후임 루벤 아마로는 길릭의 전략을 물려받아 클리프 리, 로이 할러데이, 로이 오스왈트를 영입했지만 추가 우승을 만드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길릭 이후 가장 길릭 같은 단장이 있다. 데이브 돔브로스키(64)다.

 

시카고 출신으로 웨스트미시건대학에서 경영관리를 전공한 돔브로스키는 197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사하면서 프런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팜 디렉터를 거쳐 5년 동안 단장보좌역을 맡은 돔브로스키는 1987년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옮겼고 이듬해 단장이 됐다. 그리고 1993년에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초대 단장이 됐다.

 

창단 5년 만인 1997년. 플로리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케빈 브라운, 알라이터, 알렉스 페르난데스, 모이세스 알루, 데본 화이트, 바비 보니야 등의 정상급 선수들을 단기간에 모아서 일궈낸 돈으로 산 우승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1997년 플로리다에는 플로리다가 직접 키워낸 선수들(찰스 존슨, 루이스 카스티요, 에드가 렌테리아, 리반 에르난데스)과 트레이드로 얻은 선수들(개리 셰필드, 롭 넨)도 적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 이어진 폭탄 세일을 수행한 돔브로스키는 2001시즌 후 플로리다를 떠났다. 그리고 플로리다는 돔브로스키가 남기고 간 선수들로 2003년 한 번 더 우승했다.

 

2002년 돔브로스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단장이 됐다. 2003년 디트로이트는 1962년 뉴욕 메츠(40승120패)를 넘어설 뻔한 119패(43승)를 당했지만 돔브로스키는 마이클 일리치 구단주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수표책을 얻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이반 로드리게스, 매글리오 오도네스, 케니 로저스와 계약한 디트로이트가 2006년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패한 디트로이트는 투자가 계속 이어졌다. 돔브로스키는 플로리다에서 미겔 카브레라를 데려왔고(2007년 12월) 3각 트레이드를 통해 맥스 슈어저를 얻었다(2009년 12월).

 

다시 시애틀에서 덕 피스터(2011년 7월) 마이애미에서 아니발 산체스(2012년 7월)를 얻은 디트로이트는 2012년 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디트로이트는 1차전에서 저스틴 벌랜더가 무너졌고(4이닝 5실점) 샌프란시스코에게 4연패로 물러났다. 그리고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 재계약을 반대하면서 구단주와 대립한 돔브로스키는 2015년 8월 결국 사표를 썼다.

 

돔브로스키를 재빨리 데려간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테오 엡스타인 단장 시대(2003~2011)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2004 2007)을 한 보스턴은 엡스타인의 후임인 벤 셰링턴(현 피츠버그)이 2013년 우승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셰링턴이 재임한 4년 중 나머지 3년. 보스턴은 모두 지구 꼴찌를 했다(5위-1위-5위-5위). 셰링턴에게는 핸리 라미레스-파블로 산도발 계약이 치명타였다.

 

2015년 8월 돔브로스키가 왔을 때 보스턴의 상황은 길릭이 필라델피아에 왔을 때와 비슷했다. 전임 단장이 남겨 놓은 뛰어난 자체 생산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 마음껏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해 겨울 돔브로스키는 데이빗 프라이스와 7년 2억1700만 달러에 계약했고, 크렉 킴브럴을 데려왔다(2015년 12월). 그리고 이듬해 겨울에는 크리스 세일을 얻었다(2016년 12월). 돔브로스키의 세 번째 풀타임 시즌인 2018년.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됐다.

 

네 번의 월드시리즈 진출(1997년 플로리다, 2006년 디트로이트, 2012년 디트로이트, 2018년 보스턴)과 두 번의 우승(1997년 플로리다, 2018년 보스턴). 돔브로스키는 디트로이트에서 우승하기만 했다면 길릭(1992-1993년 토론토, 2008년 필라델피아)도 해내지 못한 세 팀 우승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돔브로스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월트 자케티, 팻 길릭, 데이브 돔브로스키의 전략은 유망주를 키워 즉시 전력 선수와 교환하는 것이다. 자케티 또한 세인트루이스 시절 마크 맥과이어, 에드가 렌테리아, 짐 에드먼즈, 대럴 카일, 스캇 롤렌, 래리 워커, 신시내티 레즈 시절 추신수 등 최고의 선수들을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왔다. 하지만 이 모델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유망주들을 지속적으로 길러내야 하는 것과 효율적인 연봉 구조를 위한 현명한 장기 계약이다.

 

초기 디트로이트 때까지만 해도 돔브로스키는 팜의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게 가능했다. 큰 계약금을 요구해 지명 순위가 떨어진 선수들을 잡으면 됐기 때문이다(2007년 27순위 지명으로 뽑은 제이콥 터너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2012년 슬롯머니 제도가 생기면서 일부 부자 팀들의 이러한 드래프트 전략은 원천봉쇄됐다.

 

그러나 길릭과 비교했을 때 돔브로스키의 가장 큰 약점은 팜의 황폐화보다는 장기 계약의 남발이다. 디트로이트 시절 저스틴 벌랜더의 7년 1억8000만 달러, 미겔 카브레라의 8년 2억4800만 달러 계약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스턴에 오자마자 단행한 프라이스 계약은 이미 계약 시점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 맺은 네이선 이볼디의 4년 6750만 달러 계약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무키 베츠와 장기 계약이 무산된 돔브로스키는 남은 돈을 크리스 세일(5년 1억4500만) 잰더 보가츠(6년 1억2000만) 연장 계약에 썼다. 그러나 베츠에게 2017시즌 후 제시한 8년 2억 달러는 그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것이었다. 2019년 9월 돔브로스키가 해임된 보스턴은 프라이스의 잔여 계약을 처리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스타인 베츠를 잃어야 했다.

 

그러나 보스턴 단장에서 내려오는 순간 야구 커리어가 끝난 것 같았던 돔브로스키는 곧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사장이 될 전망이다. 맷 클렌택(2016~2020)을 해임한 필라델피아 입장에서는 13년 계약(2019~2031)을 한 브라이스 하퍼의 전성기를 낭비하지 말아야 하는 입장이다.

 

테오 엡스타인(46)이 시카고 컵스를 나왔지만 엡스타인은 '일단 휴식' 또는 다음 단계(구단주)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즉각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돔브로스키는 나쁜 선택이 아니다.

 

문제는 필라델피아의 여건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필라델피아는 리빌딩을 거의 끝낸 시점이었던 디트로이트나 유망주가 많았던 상황의 보스턴과 다르다. 필라델피아 존 미들턴 구단주의 의지가 강하긴 하지만 일리치 수준의 폭풍 영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필라델피아는 2020시즌을 통해 큰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돔브로스키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LA 다저스 앤드류 프리드먼(1976년생) 애리조나 마이크 헤이즌(1976년생) 샌프란시스코 파르한 자이디(1976년생) 샌디에이고 A J 프렐러(1977년생) 애틀랜타 알렉스 앤소폴로스(1977년생) 볼티모어 마이크 엘리아스(1982년생) 탬파베이 에릭 닌더(1983년생) 미네소타 데릭 팔비(1983년생) 밀워키 데이빗 스턴스(1985년생) 등 197,80년대생 단장들이 대세가 된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올드보이' 돔브로스키(1956년생)는 과연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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