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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김하성과 6년 전 강정호의 '평행이론'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1. 3. 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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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을 공략하기 위해선 레그킥을 수정해야 한다."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내야 유틸리티로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KBO리그 출신 한국인 타자 최초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33)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지적이다. 2015년 1월 피츠버그와 포스팅비 500만 2015달러(약 57억 원) 4년 1100만 달러(약 125억 원)에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시범경기 막바지였던 3월 27일까지 타율 .111(27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었다.

 

반면, 강정호와 유격수 경쟁을 벌였던 조디 머서는 시범경기 타율 .341으로 고감도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타격 시 한쪽 다리를 들었다가 내딛음으로써 스윙에 힘을 싣는 동작인 '레그킥'이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을 공략하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현지 매체의 지적이 이어졌다.

 

강정호(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이는 2021년, 김하성(25)이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김하성은 11일(한국시간) 기준 2021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7경기에 출전해 타율 .143(14타수 2안타)를 기록 중이다. 그러자 <이스트빌리지 타임스>는 "김하성이 MLB 투수들의 빠른 공을 꾸준하게 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MLB에선 (KBO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160km/h가 넘는 빠른 공을 볼 텐데, 이를 공략하려면 스윙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이어 "김하성의 스윙은 부드럽고 좋은 점도 있지만, '레그킥'과 타이밍 메커니즘은 고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포지션 경쟁자인 제이크 크로넨워스(27)가 시범경기 타율 .462(13타수 8안타)로 활약하면서 김하성이 내야 유틸리티로 기용되거나,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김하성의 상황을 보면 6년 전 강정호가 겪었던 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2015년 강정호가 어떤 성적을 기록했는지도 알고 있다.

 

강정호의 진출 첫해 시범경기/정규시즌 성적

 

2015년 (시범) 18경기 2홈런 5타점 타율 .200 OPS .724

2015년 (정규) 128경기 15홈런 58타점 타율 .287 OPS .816

* 포심 패스트볼 상대: 142타수 56안타 8홈런 타율 .394 

 

2015년 우려 속에서 시즌을 시작한 강정호는 4월 29일까지 타율 .182(22타수 4안타) 0홈런 4타점 OPS .436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114경기에서 타율 .293 15홈런 54타점 OPS .837을 기록하며, 시즌 종료 후 2015시즌 내셔널리그(NL) 올해의 신인 3위에 선정됐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점은 강정호의 패스트볼 상대 성적이다.

 

레그킥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던 지적과는 달리, 강정호는 2015년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로 타율 .394(142타수 56안타) 8홈런 장타율 .690을 기록하면서 '패스트볼 킬러'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러한 강정호의 활약은 2016시즌(103경기 21홈런 62타점 타율 .255 OPS .867)에도 이어졌다.

 

'레그킥 논란'은 KBO리그 출신 한국인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마다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의아스러운 점은 '메이저리그 타자들 중에서도 레그킥을 하는 선수가 많은데, 왜 KBO리그 출신 한국인 타자들만 유독 그 부분을 지적받냐는 것'이다.

 

김하성과 2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타격 시 짧고 낮게 레그킥을 한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2015년 당시 피츠버그 감독이었던 클린트 허들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강정호가 레그킥을 하지만, 머서도 한다. 놀라운 점은 누구도 머서의 레그킥에 대해선 뭐라고 하지 않는데, 강정호의 레그킥을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며 타격폼 수정은 없을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그 결정이 옳았다는 것은 강정호의 2015-2016시즌 성적이 증명한다.

 

물론 강정호 한 명의 사례로 김하성의 성공 여부를 낙관할 순 없다. 당장 강정호, 김하성과 동료였던 박병호(34)도 2016시즌을 앞두고 미네소타 트윈스와 포스팅비 1285만 달러 4년 12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으나, 2016시즌 62경기에서 타율 .191 12홈런 24타점 OPS .684를 기록한 후 2017시즌은 트리플A에서만 보내다가 KBO리그에 복귀했다.

 

그밖에도 김현수, 이대호, 황재균 등 KBO리그 출신 한국인 타자들은 대체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보단 실패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박병호(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하지만 20대 중반이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운동능력이 뛰어난 유격수 출신 내야수인 김하성과 가장 비슷한 선수가 강정호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강정호 이후 계속된 KBO리그 출신 한국인 타자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에게 포스팅비 552만 5000달러 4년 2800만 달러란 거금을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앞서 '타격폼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스트빌리지 타임스>도 "우려는 있지만, 김하성이 잘 적응할 수만 있다면 그의 다재다능함과 경기에 대해도는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김하성은 아직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않았으며, 코치진의 지도와 발전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그를 새로운 레벨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따라서 시범경기 성적만 보고, 김하성의 성패 여부를 지레짐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표] 김하성의 ZiPS 예상성적(자료=팬그래프닷컴)

 

반대로 무작정 낙관적이어서도 안 되겠지만 말이다. 2015시즌 초반 잠시 2스트라이크 이후 레그킥을 자제하다가, 시즌 중반 무렵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타이밍에 적응한 후로는 다시 레그킥을 했던 강정호가 그랬듯이 김하성 역시 새로운 대응 방식을 찾아보는 것도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부진의 원인을 단순히 '패스트볼 구속'에 맞추는 게 아니라, KBO리그와는 다른 투수들의 투구폼 등을 비롯한 다른 문제 때문은 아닌지도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15년 허들 감독은 강정호의 초반 부진 원인을 "한국에는 없는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탭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과연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리그 출신 타자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적응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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