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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 퍼블릭스 필드 앳 조커 마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2021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 무사사구 4탈삼진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총 49개. 최고 구속은 92.2마일(148.4km/h)이 나왔다.
[그림] 3월 16일 디트로이트전 류현진의 구종별 투구위치(자료=베이스볼서번트)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날카롭게 우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 낮게 떨어지는 커브까지 모든 구종이 완벽한 경기였다. 가끔 가운데로 몰린 공도 있었지만, 류현진 특유의 완급조절 능력에 타이밍을 빼앗긴 타자들은 정타를 쳐내지 못했다. 실제로 이날 류현진이 허용한 타구 속도의 평균은 82.3마일(132.4km/h)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평균인 88.3마일(142.1km/h)보다 6마일(9.7km/h)이나 낮은 타구 속도다. 이렇듯 약한 타구를 유도해 맞춰 잡는 능력은 류현진이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90마일(약 145km/h) 남짓한 패스트볼 구속으로도 2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 3위 안에 들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경기에서 가장 고무적이었던 점은 패스트볼의 구속이다.
류현진의 투구정보 (3월 16일 디트로이트전)
포심 패스트볼 18구 37% (평균 90.5마일)
커터 12구 24%
체인지업 12구 24%
커브볼 7구 14%
합계 49구 (최저 71.2마일 최고 92.2마일)
이날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은 최고 92.2마일(148.4km/h), 평균 90.5마일(145.6km/h)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류현진의 정규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인 89.8마일(144.5km/h)보다 빠른 수치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아직 3월 중순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규시즌이 개막하면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속은 이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몸을 만들지 못한 탓에 시즌 초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두 번째 경기에서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8마일(142.9km/h)에 그쳤고, 이는 2경기 9.0이닝 8자책(평균자책점 8.00)을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세 번째 등판부터 컨디션을 회복한 류현진은 5승 2패 67이닝 평균자책점 2.69로 시즌을 마치면서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지만, 정상적으로 시즌이 시작됐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첫 2경기 9이닝 ERA 8.00, 나머지 10경기 58이닝 ERA 1.86).
[그래프] 류현진의 연도별 패스트볼 평균구속(파란색)과 평균자책점(빨간색).. 지난해 류현진은 수술 복귀 후 첫 구속 하락을 겪었다(자료=팬그래프닷컴)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는 정상적인 일정으로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고, 이에 맞춰 류현진 역시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이날 경기 후 목표 투구 수인 60구를 채우기 위해 불펜에서 공을 15개를 던진 류현진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닝 수, 투구 수를 차근차근 올리고 있다. 개막까지 3주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몸이 다 맞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는 짧은 기간에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올해는 정상적인 일정으로 캠프가 진행 중이라 몸 관리에 있어서 너무나도 편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이 패스트볼 구속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2017-2019년 패스트볼 평균 구속과 류현진
평균 90마일 이상: 385.1이닝 ERA 2.29
평균 90마일 이하: 73.1이닝 ERA 4.89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인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을 활용한 완급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한 기교파 투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최소한의 구위가 뒷받침이 되었을 때,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류현진의 성적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마일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뉜다.
실제로 류현진은 수술 복귀 후 2019년까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마일 이상인 날엔 평균자책점 2.29를, 이하인 날엔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했다. 물론 이는 (제구를 포함한) 당일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안 좋다는 점이 구속을 통해서 드러난 결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류현진의 경우 구속이 잘 나온다는 것은 컨디션이 좋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현재 추세라면 올해 류현진은 빅리그 진출 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가장 빨랐던 2014시즌 90.9마일을 넘어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100% 컨디션인 류현진은 어떤 괴물 같은 성적을 기록하게 될까? 2021시즌 류현진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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