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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양현종의 새 보직, 세컨드 탠덤이란?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1. 3.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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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양현종(33)이 시즌 초반 맡게 될 보직에 대한 힌트가 나왔다.

 

양현종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아메리칸 패밀리 필즈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2021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등판해 2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 3탈삼진 호투를 펼쳤다. 경기 후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내 생각에 그는 세컨드 탠덤(second tandem) 또는 2이닝 구원투수 역할이 적합하다고 본다"며 양현종의 보직에 대해 언급했다.

 

2018년 5월 20일 탬파베이 레이스의 투수 운용(자료=게임데이)

 

일반적으로 세컨드 탠덤이란 자전거의 두 번째 자리를 가리킨다. 야구에선 흔히 '1+1'이라고 불리는 선발 투수 두 명이 잇달아 등판하는 전략에서 +1, 즉 두 번째로 등판하는 투수를 의미한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오프너(opener) 전략에서 오프너 다음에 등판해 긴 이닝을 소화하며 실질적인 선발 역할을 하는 보직인 벌크 가이(bulk guy)와도 유사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텍사스는 왜 양현종에게 이런 역할을 맡기려는 걸까?

 

메이저리그에서 세컨드 탠덤 또는 벌크 가이라 불리는 역할을 맡는 투수는 대부분 '빅리그 경험이 적은 선발 유망주들'이다. 예를 들어 오프너 전략을 최초로 대중화시킨 탬파베이 레이스는 오프너 다음으로 요니 치리노스, 라이언 야브로 등을 벌크 가이로 기용했다. 그리고 결국 이 두 투수는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현재는 선발 투수로 정착했다.

 

류현진의 통산 이닝별 평균자책점

 

1회 137.0이닝 ERA 3.94

2회 135.0이닝 ERA 2.60

3회 130.2이닝 ERA 2.20

4회 129.2이닝 ERA 3.26

5회 119.0이닝 ERA 3.48

6회 96.1이닝 ERA 2.52

7회 48.1이닝 ERA 1.86

8회 8.1이닝 ERA 4.32

9회 3.0이닝 ERA 0.00

 

벌크 가이라는 보직이 이렇게 활용되는 이유는 빅리그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에게 좀 더 던지기 편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은 1회에 가장 많은 실점을 한다. 몸이 덜 풀린 상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상대 팀의 가장 강한 타자들이 모여있는 상위 타순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너 전략'에선 가장 어려운 이 1회를 전문 불펜 투수(오프너)가 맡고, '1+1 전략'에선 1회를 1이 막는다. 따라서 두 번째로 등판하는 투수(세컨드 탠덤, 벌크 가이)는 상위 타순을 피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던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편안한 환경에서 던지다 보면 선발 등판할 때보다 성적도 좋게 나오기 쉽고,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다 가능성을 보이면 본격적으로 선발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우드워드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이런 점을 시사했다.

 

텍사스 감독 크리스 우드워드(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14일 인터뷰에서 우드워드는 "양현종은 빅리그 정규시즌 경기를 해본 경험이 없다. (중략) 시즌 중반에는 그도 선발 등판할 수 있을 것이다. 7월쯤에는 세컨드 탠덤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시즌 초반에는 양현종을 세컨드 탠덤으로 활용하다가 가능성을 보이면 시즌 중반엔 선발로 보직을 옮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이하 SI) 역시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이 1+1 전략에서 두 번재 투수 또는 롱릴리프 역할을 맡게 될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양현종은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구단은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더 확인하려고 한다"고 해석했다.

 

한편, 텍사스가 올 시즌 1+1 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인 이유는 젊은 선발 유망주들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텍사스 선발 후보들의 2020시즌 소화 이닝

 

1. 양현종 172.1이닝 ERA 4.70 (KBO)

2. 아리하라 고헤이 132.2이닝 ERA 3.46 (NPB)

3. 카일 깁슨 67.1이닝 ERA 5.35

4. 조던 라일스 57.2이닝 ERA 7.02

5. 데인 더닝 34.0이닝 ERA 3.97

6. 콜비 알라드 33.2이닝 ERA 7.75

7. 카일 코디 22.2이닝 ERA 1.59

8. 웨스 벤자민 22.1이닝 ERA 4.84

 

SI의 톰 버두치가 2008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만 25세 이하 젊은 투수들이 직전해 대비 30이닝 이상 투구이닝이 늘어날 경우 부상 확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이른바 '버두치 효과(Verducci Effect)'다. 이후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투수 유망주들이 가급적 직전해 대비 30이닝 이상 더 던지지 않도록 관리해주고 있다. 텍사스처럼 리빌딩 중인 팀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지난해 텍사스의 젊은 선발 투수 대부분은 35이닝조차 소화하지 못했다. 이들의 이닝을 관리해주기 위해선 양현종이 맡게 될 '두 번째로 등판하는 선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적응기가 필요한 양현종에게도 나쁜 환경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양현종에겐 보직과 관계없이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양현종은 남은 시범경기 호투를 통해 텍사스의 시즌 구상에 계속 포함될 수 있을까? 14일 경기 후 양현종은 "공인구 적응과 투구 밸런스, 타자와의 대결 결과 모두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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