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25살의 브렛 가드너가 개막전 중견수가 된 2009년부터 지난 11년 동안, 뉴욕 양키스는 23억9500만 달러(연평균 2억1772만)의 연봉총액을 썼다. 이는 같은 기간 탬파베이 레이스가 쓴 7억7000만 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그 11년 동안 가드너는 팀 연봉의 3.4퍼센트에 해당되는 8200만 달러를 받았고 승리기여도(bWAR) 41.0을 기록했다.
한편 양키스는 '남의 떡'에 정신이 팔려 2011년 '아웃라이어 시즌'(.321 .376 .552 32홈런 39도루)을 보낸 자코비 엘스버리와 7년 1억53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는데, 엘스버리 영입은 비극으로 끝났다. 엘스버리는 2000만 달러를 받은 보스턴에서 승리기여도 21.3, 1억5300만 달러를 보장 받았던 양키스에서 승리기여도 9.7을 기록했다.
다시 가드너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가드너가 데뷔 시즌(2008년 1.3)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쌓은 승리기여도는 양키스 야수 역대 19위에 해당된다.
양키스 야수 통산 bWAR 순위
142.8 - 베이브 루스 *
114.1 - 루 게릭 *
110.2 - 미키 맨틀 *
79.1 - 조 디마지오 *
71.3 - 데릭 지터 *
59.6 - 요기 베라 *
57.3 - 빌 디키 *
54.0 - 알렉스 로드리게스
54.0 - 윌리 랜돌프
49.6 - 버니 윌리엄스 *
46.8 - 로이 화이트
46.0 - 서먼 먼슨 *
45.9 - 토니 라제리
44.4 - 로빈슨 카노
44.4 - 그렉 네틀스
43.9 - 얼 콤스
42.7 - 호르헤 포사다 *
42.4 - 돈 매팅리 *
42.3 - 브렛 가드너
42.3 - 찰리 켈러
42.0 - 필 리주토 *
*는 양키스 영구결번
CC 사바시아가 은퇴함으로써 양키스에 남은 마지막 2009년 멤버가 된 가드너는 양키스 입단 후 한 번도 주역인 적이 없었다. 2015년 알렉스 고든(캔자스시티)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31살의 나이로 첫 번째 올스타전에 나가고(올스타 단체 유니폼을 본 가드너는 처음으로 이름이 쓰여진 유니폼을 입는다며 감개무량해 했다) 2016년 골드글러브도 차지했지만 '스타 군단'인 양키스에서 그는 늘 포토 라인에서 한 걸음 뒤에 물러나 있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으로 마이너리거 출신인 아버지의 농장일(옥수수 콩 밀)을 도와주며 자란 가드너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거의 모든 대학선수들이 프로로 향하는 3학년 때도 메이저리그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4학년 시즌을 마치고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팀인 양키스가 그를 3라운드에서 지명했다.
양키스의 스카우팅 디렉터인 데이먼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처음 주관한 2005년 드래프트에서 우완 투수인 크리스 메이슨을 보러 갔다가 투지와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작은 체구의 상대 팀 외야수를 발견했다. 가드너였다(메이스는 탬파베이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데뷔에 실패했다). 가드너는 출루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접근법으로 양키스 팜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출루율 2006년 상위싱글A 0.433, 2007년 더블A 0.392, 2008년 트리플A 0.414).
2009년 가드너는 멜키 카브레라를 제치고 양키스의 개막전 중견수가 됐고, 양키스는 로빈슨 카노(현 뉴욕 메츠)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카브레라를 시즌 후 애틀랜타로 트레이드했다(2012년 카브레라가 도핑 테스트에 적발되자 많은 사람들이 카브레라와 절친인 카노를 의심했는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카노는 2018년 친구따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드너는 2010년 47개, 2011년 49개의 도루를 했다. 그러나 2012년 부상으로 16경기 출장에 그친 후로는 그만큼 도루를 하지 못하게 됐다. 가드너의 주 포지션은 좌익수였는데, 두 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하는 20도루 코너 외야수의 가치는 높을 수 없었다.
2014년 17개, 2015년 1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슬랩 히터에서 갭 히터로의 변신을 시도한 가드너는 타격시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뒤에 두게 된 2017년 데뷔 후 처음으로 2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만 35세 시즌인 지난해 홈런(28) 타점(74) 장타율(0.503) OPS(0.829)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2루타(26)보다 많은 홈런(28)을 치고, 안타(123)의 절반이 장타(61)인 건 가드너의 커리어에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장타에 집중하게 되면서 가드너는 출루에서의 장점을 잃었다(2019년 .251 .325 .503).
로빈슨 카노가 2013시즌을 끝으로 떠나고, 데릭 지터가 201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후 양키스에서 가장 오래 뛰고 있는 선수가 된 가드너는 2015년 FA가 되는 대신 양키스와 4년 5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2019년 양키스는 1250만 달러 옵션 사용을 거절했지만 가드너는 1년 750만 달러 계약으로 남았다. 그리고 1년 1250만 달러 계약을 통해 2020년 양키스에서의 13번째 시즌을 확정지었다.
가드너의 목표는 분명해 보인다. 양키스에서 은퇴하는 것이다.
1995년으로 양키스에서 14시즌을 뛴 35살의 돈 매팅리는 1996년 양키스가 마이너 계약을 제시하자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포기하고 1년을 쉬었다. 관중석에서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켜본 매팅리는 1996년 월드시리즈가 끝난 후 은퇴를 선언했다.
매팅리의 뒤를 따른 선수는 버니 윌리엄스였다. 양키스에서의 16번째 시즌이었던 2006시즌이 끝나고 양키스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윌리엄스는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포기했다. 윌리엄스는 양키스의 2009년 스프링캠프에 동행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무산됐고 그대로 은퇴했다. 양키스는 매팅리(23번)와 윌리엄스(51번)에게 영구결번을 줬다.
가드너가 양키스 유니폼 만 입고 은퇴를 하게 된다면, 양키스는 가드너에게 영구결번을 줄까.
승리기여도로 본다면 가드너는 양키스의 다른 하위권 영구결번 선수들(호르헤 포사다, 돈 매팅리, 필 리주토)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이 네 명의 공통점은 모두 양키스에서만 뛰고 은퇴했다는 것이다(포사다 17시즌, 매팅리 16시즌, 리주토 13시즌).
눈에 띄는 점은 양키스가 리주토(승리기여도 42.0, 양키스 13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7회)에게는 영구결번을 준 반면, 라제리(승리기여도 47.3, 양키스 12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5회)에게는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의 큰 차이는 라제리가 양키스에서 은퇴하지 않고 다른 팀에서 두 시즌(시카고 컵스, 브루클린 다저스, 뉴욕 자이언츠)을 더 뛰었다는 것이다.
물론 가드너는 그가 뛰었던 기간 한 번도 양키스를 대표한 적이 없다. 매팅리가 1980년대 최고의 슈퍼스타였으며, 포사다가 'Core 4'의 일원이었던 것과 다르다.
리주토 역시 동시대 최고의 선수들은 조 디마지오, 미키 맨틀, 요기 베라였다. 하지만 리주토에게는 1950년 아메리칸리그 MVP와 1951년 포스트시즌 MVP(베이브 루스 어워드) 그리고 베테랑 위원회를 통한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가드너에게는 없는 것들이 있다(리주토는 2차대전 참전으로 1943~1945년 25~27세 시즌을 잃은 참전용사 출신이다).
가드너가 양키스에서 마지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극적인 반전은 두 번째 우승 반지다. 만약 가드너가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면, 가드너는 풀타임 첫 시즌(2009년)과 마지막 시즌 우승이라는 상징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 가드너는 양키스가 2001년 이후 만들어낸 두 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 한 유일한 선수가 될 수 있다.
올해 게릿 콜을 영입하면서 개막전 연봉총액을 2억400만 달러에서 2억4400만 달러로 늘린 양키스는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이다.
과연 가드너는 한 번 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가드너에게는 양키스의 영구결번이 주어지게 될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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