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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스코프] 리스 호스킨스의 진짜 모습은?(06.20)

야구상식

by jungguard 2020. 6. 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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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호스킨스

 

 

2017년 리스 호스킨스(27)의 등장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811일에 데뷔한 호스킨스는 통산 5번째 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터뜨리더니 17경기 만에 두 자릿수 홈런에 도달했다. 1966년 조지 스캇, 2016년 트레버 스토리의 종전 최단경기를 4경기나 앞당긴 신기록이었다(지난해 신시내티 아리스티데스 아키노가 16경기로 단축시켰다).

 

호스킨스의 질주는 한 달 넘게 이어졌다. 데뷔 첫 34경기 18홈런 39타점은 역대 신기록(.314 .442 .805). 당시 호스킨스는 투수가 어떤 공을 던져도 다 칠 것 같았다. 훗날 이 시기에 대해 "마치 마이크 트라웃이 된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신인왕 투표에서는 코디 벨린저가 1위표 30장을 모두 휩쓸었다. 호스킨스는 뒤늦게 합류한 것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1959년 윌리 매코비가 52경기(219타석)를 뛰고 신인왕에 선정됐지만(.354 .429 .656) 당시 매코비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데뷔 첫 해 50경기를 .259 .396 .618(18홈런)로 마감한 호스킨스는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고 해도 신인왕을 받았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벨린저를 가장 위협한 경쟁자였을 것이다.

 

2017NL 신인 wRC+ (200타석)

 

158 - 리스 호스킨스

 

142 - 오스틴 반스

 

138 - 코디 벨린저

 

136 - 호세 마르티네스

 

123 - 폴 디용

 

118 - 브랜든 니모

 

2018년 호스킨스는 데뷔 시즌의 강렬함은 보여주지 못했다(.246 .354 .496). 그래도 34홈런 96타점으로 중심타자에 어울리는 성적을 올렸다.

 

호스킨스의 치명적인 약점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였다. 필라델피아가 카를로스 산타나를 영입하면서 호스킨스는 주로 좌익수로 출장했다. 시즌 전 "골드글러브 수비는 힘들어도 평균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호스킨스의 외야 수비는 절망적이었다. 좌익수 디펜시브런세이브(DRS)-21, 차라리 수비수가 없는 편이 나을 정도였다. <스탯캐스트> OAA(Outs Above Average) -18은 규정 수비이닝을 충족한 야수 중 닉 카스티야노스(OAA -21)만이 더 나빴다. 지명타자를 쓸 수 없는 필라델피아로선 호스킨스가 최대한 부담을 덜 느끼는 포지션을 찾아줘야만 했다.

 

일단 필라델피아는 산타나를 트레이드 했다(클리블랜드). 그리고 외야수 앤드류 매커친을 영입하면서 호스킨스의 1루 복귀를 못박았다. 수비에서 한결 편해진 호스킨스는 팀으로부터 또 다른 선물을 받았다. 타선에서 힘을 실어줄 동료들이 대거 가세. 특히 2018시즌 리그 최다 볼넷(130)을 골라낸 하퍼는 호스킨스에게 주자가 있는 득점 기회를 많이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남 부럽지 않은 상위타선을 구축한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 애틀랜타와의 개막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호스킨스는 하퍼와 리얼뮤토 사이인 4번에 배치됐다. 7회말 애틀랜타는 하퍼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호스킨스와의 승부를 선택했다. 무사 만루에서 들어선 호스킨스는 통산 첫 만루홈런으로 애틀랜타의 선택을 응징했다.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한 호스킨스는 데뷔 시즌으로 돌아갔다. 시즌 첫 34경기 .302 .425 .651(11홈런 32타점)은 데뷔 첫 34경기와 비교될만했다. 조정득점생산력(wRC+) 174는 벨린저(222) 크리스찬 옐리치(197) 앤서니 렌돈(185) 윌슨 콘트레라스(177)에 이은 리그 5. 공격과 수비에서 배려를 해준 필라델피아는 호스킨스의 26세 시즌이 2006년 라이언 하워드의 26세 시즌처럼 되길 바랐다(2006년 하워드는 .313 .425 .659 58홈런 149타점으로 리그 MVP를 수상).

 

하지만 호스킨스의 26세 시즌은 하워드와 달랐다. 화려한 조명이 그를 감싸지 못했다. 선구안만 여전했을 뿐 정확성과 파워는 모두 떨어졌다(160경기 .226 .364 .454). 많은 선수들이 홈런으로 재미를 본 상황에서 호스킨스는 오히려 홈런이 줄어들었다(29홈런). 85일 이후 51경기 성적은 당혹스러울 정도(.160 .302 .309). 9월 중순 두 경기 연속 홈런으로 마지막 자존심인 30홈런에 하나만을 남겨뒀지만, 남은 12경기에서 홈런은커녕 장타도 하나 날리지 못했다(43타수3안타 0.070).

 

호스킨스 2018 우투수 & 좌투수 상대

 

: .260 .352 .548 OPS 0.900 (506타석)

 

: .192 .357 .308 OPS 0.665 (154타석)

 

 

호스킨스 2019 우투수 & 좌투수 상대

 

 

: .215 .335 .428 OPS 0.764 (517타석)

 

: .261 .444 .536 OPS 0.980 (188타석)

지난해 호스킨스는 좌투수 상대 성적을 개선시켰다. 이에 우투수를 상대로 현상 유지만 했어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 자주 마주친 우투수 상대 타석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호스킨스는 포심, 특히 강속구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호스킨스 포심 상대 성적 변화

 

2017 [타율] 0.298 [장타율] 0.579

 

2018 [타율] 0.328 [장타율] 0.716

 

2019 [타율] 0.196 [장타율] 0.444

 

우투수 95마일 이상 포심 상대 성적

 

2017 [타율] 0.333 [장타율] 0.583

 

2018 [타율] 0.255 [장타율] 0.617

 

2019 [타율] 0.167 [장타율] 0.367

 

타자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는 건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고, 심리적인 부분에서 압박을 받았을 수 있다. 몸 상태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후반기 호스킨스는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무작정 퍼올리는 스윙은 무너졌고, 타석에서 잘 풀리지 않다보니 자신감을 잃었다. 8울 중순 컵스와의 경기에서는 위험한 몸맞는공도 있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호스킨스는 지난 겨울 자신의 타격 영상을 보면서 주저하는 순간이 많았다고 전했다. 확신을 가지고 휘두르기보다는 공을 맞히는 데 급급했다. 팀 배팅을 해야 되는 타석에서도 한 방을 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놓치는 공이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설령 맞힌다고 해도 빗맞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전체 두 번째로 높았던 호스킨스의 팝플라이 비중(13.9%)은 그만큼 타이밍 싸움에서 밀렸다는 의미다.

 

2019 메이저리그 타구별 wOBA

 

0.653 - 라인드라이브

 

0.507 - 플라이볼

 

0.220 - 땅볼

 

0.021 - 팝플라이

 

초구 딜레마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호스킨스는 타석에서 가장 많은 공을 지켜보는 타자였다(4.59). 초구 스윙률 18.2%는 전체 11번째로 낮았다(데이빗 플레처 8.2%). 초구를 공략하는 대신 신중하게 접근하는 유형인데, 만약 투수들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342타석 .175 .282 .347). 트라웃이나 베츠 같은 타자들은 초구를 보내거나 볼카운트가 밀려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을 갖췄지만, 이같은 배트 컨트롤을 가지지 못한 호스킨스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 지라디 감독이 부임한 필라델피아는 워싱턴 타격코치 보좌 조 딜론(45)을 새 타격코치로 데려왔다. 딜론이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호스킨스 살리기. 마침 딜론은 강속구 대처법을 키우는 것이 전문 분야였다(워싱턴 95마일 이상 포심 상대 장타율 전체 5, 필라델피아 16). 타자의 구종 감별력을 키우는 것에 탁월한데, 앤서니 렌돈과 하위 켄드릭이 딜론의 훈련법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필라델피아 언론은 딜론에게 호스킨스 관련 질문들을 쏟아냈다. 딜론은 담담하게 호스킨스의 부진을 언급하면서 "몇 가지를 살펴봤지만, 아직 자세히 파헤치진 않았다. 지금은 정보들을 수집하는 과정이라 여러분들이 원하는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딜론은 호스킨스와 틈만 나면 대화를 나눴다(작년 11월에 결혼한 호스킨스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훈련에 매진했다). 어떤 훈련을 하기 이전에 호스킨스가 어떤 선수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호스킨스도 딜론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갔고, 둘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현재까지는 좋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이다. 당분간 계속 우승 경쟁에 나서야 하는 팀이 바로 필라델피아다. 호스킨스에게 무작정 기회를 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호스킨스도 팀이 베푸는 호의를 성적으로 보답해야 한다(필라델피아는 결국 1루를 보게 될 것이라는 유망주 알렉 봄이 있다).

 

한편, 호스킨스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지는 가운데 그와 비슷한 출발을 한 선수가 있다. 2001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4위로 데뷔한 그는 2년차 OPS0.854였다(호스킨스 OPS 0.850). 3년차 OPS 0.8193년차 호스킨스와 일치했는데, 그는 4년차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야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46홈런 108볼넷 195삼진).

 

홈런, 볼넷, 삼진으로 기억되는 애덤 던이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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