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2009년 보스턴대학 포수 토니 산체스(통산 bWAR 0.1)를 전체 4순위로 뽑는 예산 절약 지명(입단 보너스 250만)을 했다가 큰 비난을 받은 피츠버그 파이러츠는 이듬해부터 공격적인 드래프트에 나섰다.
2010년 피츠버그는 조시 베켓(1999년 2순위) 이후 최고의 고교 투수라는 제이미슨 타이욘을 2순위로 뽑았다(보너스 650만). 그리고 순위가 밀린 고교투수 '넘버2' 스팃슨 앨리를 2라운드 52순위에서 지명하고 파격적인 225만 달러 보너스를 줬다.
그러나 1순위 브라이스 하퍼(bWAR 33.4)와 3순위 매니 마차도(bWAR 39.5)가 3억 달러 선수가 되는 동안 2순위 타이욘은 끊임없는 부상에 시달렸고(bWAR 8.2) 제구 난조 속에 '투수→야수 전환→투수 복귀'를 거친 앨리(29)는 스프링캠프가 아니면 모습을 볼 수 없는 선수가 됐다(ML 데뷔 실패).
피츠버그는 2010년 드래프트에서 첫 10명 중 9명 투수로 선발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첫 30픽 중 22장을 투수에게 썼는데 그 중 17명이 고교 투수일 정도로 고교 투수에 승부를 걸었다.
2011년의 피츠버그는 더 공격적이었다. 먼저 전체 1순위로 지명한 게릿 콜에게 역대 최고액에 해당되는 800만 달러 보너스를 줬다. 그리고 2라운드 1번으로 뽑은 조시 벨(61순위)에게는 2라운드 역대 최고액에 해당되는 500만 달러를 쐈다. 입단 보너스 500만 달러는 이듬해 다저스의 1라운드 18순위 지명을 받은 코리 시거가 받은 235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코디 벨린저 2013년 4라운드. 보너스 70만).
피츠버그의 베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5라운드(152순위)에서 지명한 고교 투수에게 3,4라운드 선수들에게 준 보너스를 합친 것과 같은 60만 달러를 준 것이다. 타일러 글래스나우였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리타 출신으로 제임스 실즈(145승139패 4.01 bWAR 31.0)와 트레버 바우어(75승64패 3.90 bWAR 17.5)의 고교 후배인 글래스나우는 잘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다.
고교 졸업 후 1인치가 더 자라 6피트8인치(203cm)가 되는 글래스나우는 당시도 키가 201cm(6피트7인치)에 달했다. 그러나 패스트볼 구속(83~89마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고교 4년 동안 키가 11인치(28cm)나 자라는 바람에 제구도 엉망이었다. 급격한 키의 변화는 딜리버리가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일이 많다(한편 발 크기도 어마어마한 글래스나우는 350mm 신발을 신는다).
하지만 글래스나우를 뽑은 피츠버그의 스카우트는 두 가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투수로서 너무나 탐나는 신체조건이었다. 키가 큰 투수는 공을 더 끌고 나와 던질 수 있으며(익스텐션) 더 큰 하강 각도를 만들 수 있다(다운힐 앵글). 키가 작은 투수보다 근육의 수축 작용에 덜 의존할 수 있으며, 긴 손가락 덕분에 변화구 그립을 잡거나 공에 회전을 주는 데 유리하다.
키 큰 투수의 유일한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은) 딜리버리 반복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는 것. 그러나 장신 투수라면 일단 뽑고 보는 올드스쿨 스카우트들은 그들이 (결국은 제구를 잡는 데 성공한) 랜디 존슨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피츠버그를 반하게 한 글래스나우의 또 다른 매력은 그가 운동에 완전히 몰입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글래스나우는 아버지가 수구 선수이자 10종 경기 선수였으며 기계체조 선수였던 어머니는 대학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형 또한 이름이 꽤 알려진 육상 선수였다. 가족들 사이에서 '아기 기린'으로 불린 글래스나우는 운동 가족 속에서 성장하며 몸에 좋은 음식만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비디오 게임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글래스나우의 유일한 취미이자 유일한 지출은 몸에 좋은 식재료를 쇼핑하는 것이었다.
피츠버그의 선택은 옳았다. 글래스나우가 입단과 동시에 미친 듯이 유망주 랭킹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 피츠버그는 베이스볼 아메리카 랭킹 7위 게릿 콜(당시 22세)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경기 10승7패 3.22라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6년 14위까지 오른 글래스나우(당시 22세) 또한 트리플A를 접수하고(20경기 8승3패 1.87)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글래스나우는 콜과 달랐다.
2017년 글래스나우는 트리플A에서 또 뛰어났다(15경기 9승2패 1.93). 하지만 메이저리그 성적은 15경기 2승7패 7.69로 참담했다. 트리플A부터 다시 수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제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글래스나우는 결국 불펜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듬해 7월 글래스나우는 56경기(17선발) 3승11패 5.79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트레이드됐다(9이닝당 5.8볼넷). 상대는 탬파베이의 에이스 크리스 아처였다.
그해 아처와 키오니 켈라(텍사스)를 데려오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진 피츠버그는 탬파베이에게 글래스나우와 오스틴 메도스 그리고 추후지명선수 한 명을 주기로 했다. 메도스 역시 2013년 9순위 지명 선수였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부상이 끊이질 않았으며 메이저리그에서는 통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아처를 내주고 받은 선수가 100마일을 던지지만 제구가 엉망인 투수와 부상병동 코너 외야수라니! 트레이드가 발표됐을 때 분위기는 <추후지명선수의 수준이 높지 않으면 탬파베이의 패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피츠버그는 셰인 바즈라는 우완 기대주를 한 명 더 넘겼다(그리고 바즈는 탬파베이에서 큰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두 팀의 거래는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즌 후에도 3년 2700만 달러 계약이 더 남아 있어 가치가 높았던 아처는 탬파베이의 하이 패스트볼 전략에 따라 성장한 투수였다. 하지만 피츠버그 레이 시라지 투수코치는 아처에게 억지로 싱커를 주입하려고 했다. 설상가상 아처에게는 부상에 쓰러졌다(2018년 10경기 3승3패 4.30, 2019년 23경기 3승9패 5.19).
그와는 정반대로 드라이브라인을 방문하는 것으로 고교 선배(트레버 바우어)를 따라 피칭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하기 시작한 글래스나우는 제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첫 7경기에서 6승 1.47을 기록하며 사이영상 페이스를 보이던 중 부상을 당한 글래스나우는 다행히 수술 없이 돌아왔다. 올해도 출발은 불안했지만(첫 4경기 1패 7.04) 이후 7경기에서 5승 3.00을 기록하고 시즌을 마쳤다. 포스트시즌 세 경기까지 포함하면 탬파베이는 현재 글래스나우 선발 경기에서 11연승 중이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6이닝 2피홈런(대니 잰슨 2개) 8K 2실점 승리,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5이닝 2피홈런(지안카를로 스탠튼 2개) 10K 4실점 승리를 기록한 글래스나우는 이틀을 쉬고 디비전시리즈 5차전 선발로 나섰다. 이로써 드래프트 동기이자 한때 피츠버그의 원투펀치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게릿 콜과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 5차전 선발 맞대결을 하게 됐다.
승자독식경기에서 두 번이나 선발 맞대결을 한 투수는 뉴욕 양키스 돈 라슨과 밀워키 브레이브스 루 버데트로, 둘은 1957년 월드시리즈 7차전(버데트 완봉승, 라슨 2.1이닝 3실점 2자책 패전)과 1958년 월드시리즈 7차전(버데트 8이닝 6실점 4자책 패전, 라슨 2.1이닝 1실점) 2년 연속으로 격돌한 바 있었다.
3일을 쉬고 나선 게릿 콜(30)은 5.1이닝 9K 1실점(1안타 2볼넷)으로 역투했다(94구). 글래스나우(27)는 93구를 던지고 이틀밖에 쉬지 못했기 때문에 콜처럼 오래 던질 수 없었다. 하지만 2.1이닝을 2K 무실점(2볼넷)으로 막고 내려감으로써 탬파베이가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더 큰 꿈을 가진 탬파베이 마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피츠버그 유망주 시절 글래스나우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제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랜디 존슨이 해냈다면 저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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